고양이와 여인: 인쇄소의 대학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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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복수에 나섰다. 레베이예는 흉내의 달인이어서, 사람들의 몸짓과 목소리뿐만 아니라 개와 고양이 소리까지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지붕 잇는 노동자 집안 출신이라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가 돌아다니는 데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주인집 지붕 위에서 밤새 고양이 소리를 내어 주인 내외가 한잠도 못 자게 만들었다. 다음 날 밤 또 그다음 날 밤에도 계속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자 주인 내외는 마녀가 고양이로 변신하여 지붕 위에서 마법을 퍼뜨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계몽의 시대라는 18세기에도 많은 사람들은 전혀 계몽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급기야 안주인은 직원들에게 고양이를 없애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다만 자신의 고양이 그리즈는 놀라게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인쇄소 직원들은 신나는 사냥에 돌입했다. 물론 그들은 안주인이 그토록 사랑하는 그리즈부터 죽이고는 사체를 숨겼다. 그러고 인쇄용 철봉이나 빗자루로 무장한 채 고양이들을 내몰다가 어떤 놈들은 그 자리에서 죽이고 어떤 놈들은 자루 속에 넣어 생포한 후 앞마당에서 고양이 사형 놀이를 시작했다. 모두 사형 집행인, 고해 수사, 근위대 같은 역할을 나눠 맡고는 고양이들을 교수대에 매달았다.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보게 된 안주인이 비명을 지르며 혹시 그리즈를 죽인 것은 아닌지 물었다. 직원들은 주인 내외를 존경하므로 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딱 잡아뗐다. 뒤이어 주인이 도착해서 이 장면을 보고는 일 안 하고 뭐 하는 짓이냐며 노발대발 소리를 질렀다. 안주인은 이들이 자기 고양이를 죽인 게 틀림없고, 나아가 그보다 더 심한 모욕을 준 것 같다고 말하려는데 남편이 그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뒤에 남은 직원들은 무한한 환희에 빠져들었다.

이들의 기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 모든 장면을 무언극으로 만들어 며칠에 걸쳐 휴식 시간마다 재연하며 놀았다. 레베이예는 최소 스무 번이나 이 무언극의 주연을 맡아 마음껏 재주를 발휘했고, 그때마다 보는 사람들은 커다랗게 염소 소리를 내며 화답했다. 이 사실을 기록한 제롬은 이 일이 자기 평생에 가장 즐거웠던 경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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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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