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여인: 인쇄소의 대학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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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역사에서 저항이나 봉기, 반란은 넘쳐나게 많다. 모든 사람이 만족해하며 행복하게 산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실제로는 억압과 수탈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들고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사실 저항이나 봉기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억눌리던 사람들이 참다못해 막판에 팔 걷어붙이고 곡괭이 들고 뛰쳐나간다는 식으로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행위 역시 문화적 맥락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아무렇게나 생겨나는 게 아니다. 근대 유럽 사회에서 저항과 봉기가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분석한 고전적인 연구들을 살펴보자.

 

인쇄소의 대학살

 

1730년대 파리 생세브랭 가에 있는 한 인쇄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분석해보자.*

이 인쇄소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던 제롬과 레베이예라는 두 총각은 꽤나 고달픈 삶을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장인(匠人, master, 인쇄소 주인)과 직인(職人, journeyman, 인쇄소에 정식으로 고용된 숙련공)으로부터 학대에 가까운 대우를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음식이 너무 형편없었다. 심지어 고양이 사료로도 부적당한 썩은 고기 조각이 나오는 판이었다. 사실 말이지 주인집 마님이 애지중지하는 고양이 그리즈(회색둥이)가 이들보다 훨씬 나은 대접을 받고 있었다. 당시 인쇄소 주인들 사이에서는 고양이 키우기가 유행이었는데, 그중에는 스물다섯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면서 초상화를 그려주고 구운 새고기를 먹이는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동네 고양이들이 밤마다 울어대서 잠을 방해하는 게 큰 골칫거리였다. 제롬과 레베이예는 밤이 되면 녹초가 된 몸으로 다락방에서 잠을 자다가 꼭두새벽에 출근하는 직인들이 문을 두드리면 잠옷 바람으로 덜덜 떨며 뜰을 건너가 문을 열어주어야 했다. 그러니 늘 잠이 부족해서 고생하는 판인데, 고양이까지 밤새 그들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부터 일을 하노라면 늦게까지 달콤한 잠을 자고 느지막이 가게에 나타난 주인은 두 소년에게 성질만 부리기 일쑤였다. 그러니 그들이 울분에 차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로버트 단턴, 고양이 대학살프랑스 문화사 속의 다른 이야기들, 조한욱 옮김, 문학과지성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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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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