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돈 후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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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회

이 첫 번째 에피소드만 보아도 당시 사회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하나같이 올바르지 못한 일들만 행한다. 이곳에서는 한마디로 모든 인간이 총체적으로 부패해 있다. 국왕은 위엄 있는 통치를 하지 못하여 자신의 의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리고, 고위 귀족들 역시 정당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들의 성도덕은 천박하기 그지없다. 그 뒤에 나오는 도시민, 농민, 어부 등도 누구랄 것 없이 비도덕적인 사람들뿐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이 그리는 사회는 질서가 완전히 무너져 있다. 돈 후안은 물론 사악한 캐릭터이지만, 사실 그는 여러 악인들 가운데 최악의 사례일 뿐이다.

스페인으로 도주한 돈 후안은 계속 악행을 반복한다. 타고 가던 배가 난파하여 그는 어느 바닷가에 기절한 채 파도에 밀려온다. 이 어촌에는 뭇 남성의 구애를 거절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 아리따우나 차가운 젊은 어부 티스베아가 살고 있는데, 마침 그녀가 돈 후안을 살려낸다. 돈 후안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여자의 품에 안겨 있지 않은가.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돈 후안이 아니다. 죽을 뻔했다가 겨우 살아나자마자 그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이때 그가 하는 말은 바람둥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 눈여겨볼 만한 절창이다.

 

지옥 같은 바다에서 나와

당신의 맑은 하늘로 나왔습니다.

바다에서 죽을 뻔한 목숨,

오늘부터는 사랑으로 죽을 것입니다.

이렇게 달콤한 아픔을

당신으로 인해 알게 되었으니

사랑의 아픔에서 도망갈 수 있도록

저를 바다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저는 물에 젖어 왔으나

불이 붙었으니

그건 당신의 불 때문이었습니다.

 

티스베아가 숨도 못 쉬고 오시느라/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터인데/그 힘든 일을 겪고도/어쩌면 이다지도 말씀을 잘하시는지요하고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돈 후안은 이 자존심 강한 어부 여인도 범한 다음 그녀의 말까지 훔쳐 타고 달아나버린다.

돈 후안의 행태는 갈수록 더 나빠진다. 세비야로 가서는 교묘한 속임수를 써서 옛 친구 라모타 후작의 여자친구를 정복하려다가 여자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그녀의 아버지 돈 곤살로를 칼로 찔러 살해한다. 게다가 뒤늦게 나타난 친구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우고 도주한다. 그것도 모자라 어느 농촌 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신부까지 범하는 뻔뻔한 작태를 보인다. 그의 사악한 행동을 목도한 하인이 보다 못해 그에게 천벌을 경고하지만 돈 후안은 전혀 뉘우침이 없다. 그가 늘 하는 말은 아직 시간은 많다네이다. 죽기 전 언젠가 참회하면 된다는 편한 발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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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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