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돈 후안 (1)

페이스북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링크 복사하기

42 회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유한한 삶을 영원한 아름다움의 세계와 연결해주는 최고의 가치일까, 인간에게 최악의 고통을 가하는 저주일까, 혹은 그 무엇도 아닌 한낱 허망한 꿈일까……. 18세기 유럽 사회에서 사랑의 철학자로 한평생을 뜨겁게 살다 간 카사노바의 삶을 들여다보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돈 후안

 

카사노바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사랑에 관한 또 하나의 신화적 인물형인 돈 후안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카사노바와 돈 후안은 표면적으로는 정반대되는 면모를 보인다. 카사노바는 그가 만나는 모든 여성을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며 최고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자 했다. 자연히 그 자신이 여인들로부터 사랑받았고, 또 떠난 뒤에도 원망을 사지 않았다. 이에 비해 돈 후안은 여성을 사랑하기보다는 정복하고자 했을 뿐이다. 스스로 말하듯이 그에게 가장 큰 기쁨은 한 여인을 우롱하여 명예를 빼앗아버리고선 그녀를 버리는 일이다. 그러니 그에게 희생당한 여성들이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돈 후안은 17세기 스페인의 신부 출신 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Tirso de Molina돈 후안에 나오는 가공의 인물이다.* 작품은 가면을 쓴 돈 후안이 옥타비오 공작의 약혼녀인 이사벨라를 농락한 후 이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사벨라는 상대가 자신의 약혼자인 줄 알고 몸을 허락한 것인데 뒤늦게 엉뚱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소리를 지른다. 현장에 나타난 나폴리 왕은 스페인 대사인 돈 페드로에게 이 곤란한 사태의 해결을 맡기지만, 돈 페드로는 범인이 하필 자기 조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를 도주시킨다. 그러고는 왕에게 이사벨라가 자기 약혼자인 옥타비오 공작을 몰래 만난 것이라고 거짓 보고를 하고, 이사벨라도 난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옥타비오 공작을 만난 것이 맞다고 거짓말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창졸간에 국왕의 명령으로 체포될 위험에 빠진 옥타비오 공작 역시 그 나름대로 힘을 써서 이 상황을 피해 스페인으로 도주한다.

 


* 티르소 데 몰리나가 지은 돈 후안 책들의 국내 번역본들은 다음과 같다. 티르소 데 몰리나, 돈 후안 외, 전기순 옮김, 을유문화사, 2010; 세빌랴의 난봉꾼 돌부처에 맞아죽다, 김창환 옮김, 울산대학교출판부, 1995; 세비야의 난봉꾼과 석상의 초대, 안영옥 옮김, 서쪽나라, 2002.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