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타비아: 공포와 야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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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코르넬리스의 계획은 대부분 의도대로 이루어졌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가장 크게 어긋난 것은 이웃 섬으로 간 헤이스 일당이 죽지 않고 잘 버텼다는 것이다. 코르넬리스는 이들을 속여 무기와 보트도 없이 이웃 섬으로 보내 기아와 갈증으로 죽게 하려 했는데, 예상과 달리 그 섬에서 좋은 샘물이 발견되었고 물새와 짐승, 생선 등 식량도 비교적 잘 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원래 약속했던 대로 연기를 피워 올려 신호를 보냈지만 바타비아호의 무덤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해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들을 구하러 오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을 테지만, 자신들이 떠나온 섬을 바라보다가 그곳에서 살육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곧 살육을 피해 가까스로 도망 온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어떤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헤이스의 섬에는 46명의 성인과 한 명의 소년이 있었다. 이들은 수적으로 우위에 있고 또 비교적 식량 사정이 양호해 몸 상태도 좋았지만, 다만 가지고 있던 무기가 바타비아호의 무덤에 비해 열세였다. 그들은 폭도들이 공격해 올 것을 예상해 무기를 만들고 돌로 요새를 쌓아 경계를 강화했다.

코르넬리스는 본섬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여러 차례에 걸쳐 헤이스의 섬을 진압하려 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섬을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코르넬리스는 세 번째 공격에서는 계교計巧와 공격을 병행하려 했다. 자신이 직접 헤이스 일당을 찾아가 대화하며 자기네 편에 가담하면 거액의 돈과 보석을 주겠다며 매수하는 척하다가 적당한 때에 부하들이 기습 공격을 한다는 계략이었다. 그러나 이런 어설픈 방법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많은 폭도들이 붙잡혀 죽었을 뿐 아니라 급기야 코르넬리스 자신이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그는 꽁꽁 묶인 채 땅굴에 갇혔다. 금빛 장식물을 주렁주렁 단 이 살인마는 새털과 내장, 새똥이 뒤범벅된 땅굴에서 손과 입으로 새털을 뽑는 일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폭도들은 이제 와우터 로스를 새 지휘자로 삼고 다시 공격을 해왔다. 이번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머스킷 총과 대포까지 끌고 와서 공격을 하자 헤이스 일행 중 몇 명은 중상을 입었고, 요새는 포위되었다. 폭도들이 거의 승리를 거머쥐는 듯했다.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완전히 결판이 나려던 순간, 예기치 않은 사태가 벌어졌다. 홀연 구조선이 수평선에 나타난 것이다. 상황은 정말 극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누가 먼저 구조선에 달려가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느냐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일이 되었다. 양측이 모두 구조선을 향해 미친 듯 달려갔지만 아슬아슬하게 헤이스가 먼저 구조선에 도착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고, 결국 폭도들은 모두 사로잡혔다. 소설보다 더 극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상인과 선장 일행이 보트를 타고 난파 지점에서 바타비아까지 찾아간 항해나, 동인도 회사 총독이 파송한 구조선 사르담호가 다시 난파 지점으로 찾아온 항해 모두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대상인인 펠사르트가 현장에 돌아온 것은 그들이 처음 바타비아호의 무덤을 탈출한 지 두 달이 지난 후였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폭도들이 헤이스의 섬을 완전히 정복하기 직전에 도착하여 마지막 학살을 방지하고 사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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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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