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성형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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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나는 누가 입언저리가 어머니를 닮았다고 하거나 얼굴 윤곽이 아버지를 꼭 빼박았다고 하면 기분이 좋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다. 당연히 부모 입장에 서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자식이 자기를 많이 닮을수록 부모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요즘 성형수술 의료사고 뉴스를 종종 접한다. 사고 당한 젊은이들이 안됐고 안쓰럽다.

자기 닮은 얼굴을 자식이 성형수술하려고 할 때 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또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자식의 심정은 어떨까?

성형수술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던 중 시대착오적인 상상을 해본다.

 

어머니, 저 왔어요.

청심아! 청심이 맞지. 그런데, 뭔가 좀.

왜요, 어머니.

, 어디 심하게 앓았냐.

, 아녀요. 코를 수술해서 그래요.

이것아, 이 일을 어쩐다냐.

코가 너무 오뚝해서 좀 낮추었어요.

남들은 돈 처발라 코를 세우는 판인데.

이제, 제 코, 어머니 코 닮았죠?

이것아, 코를 낮추니까 네 얼굴 전체가 변해버렸어. 망쳐버렸다고.

저는 어머니 아버지 하나 안 닮은 제가 미웠어요.

이 일을 어쩐다냐, 예쁜 얼굴 다 버려버렸다.

괜찮아요, 어머니, 저는.

못생긴 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만, 난리 나버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요, 돈 벌면 제일 먼저 어머니 닮게 성형수술을 하고 싶었어요.

이것아, 청심아, 정말 미쳤구나.

전 괜찮다고요, 어머니.

청심아, 청심환 어디 있다냐.

 

삼 년 후.

청심의 딸 효심이 청심 앞에 나타난다.

 

엄마, , 왔어.

효심아, , 이것아! ?

코를 좀 낮추었거덜랑요.

!

엄마 사진 가지고 가, 요렇게 해달라고 했더니, 의사가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고. 죄를 지어서 도피생활 준비하냐며, 처음엔 말리기까지 하던걸.

, 뭐라고 했니, 너 지금.

나는 살아오면서 엄마 아빠 하나 안 닮은 내 모습이 싫었어. 정말.

이것아! 이 맹추야, , 그게 닮은 거였어.

나는 살아오면서 엄마를 꼭 닮아드리고 싶었다고. 그런데 안 되는 걸 어떡해.

이것아, , 너까지.

엄마 난 괜찮아. 난 행복한걸.

이것아, , 네 모습에서 내 모습을 읽고 있었고, 앞으로도 읽어가려 했단 말이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이렇게 비현실적이고 어리숙한 가계家系를 떠올려보고 있자니, 억지스러움과 진부함에 넌더리를 치며, 상상력이 확, 나를 현실 속으로 내팽개친다.

 

현실.

외모 성형은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다.

그러나 욕망에 사로잡힌 마음 성형은 잘 되지 않는 시대다. 아니, 마음 성형은 해서 뭐하냐고 핀잔 듣는 시대다. 반성만 하며 살면 되었지 실천은 뭔 얼어죽을 실천이냐고, 촌스럽게 아마추어같이 왜 그러냐고 웃음가마리가 되는 시대다.

이 시대의 구성원인 나는, 죽을 때 분명 깨닫게 될 것이다. · · · · · · · · · · , 라고.

그렇다면, 죽음만이 마음을 성형할 수 있단 말인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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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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