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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주인 The Doll-Master and Other Tales of Terror (2016)

  • 저자 조이스 캐럴 오츠 지음
  • 역자 배지은
  • ISBN 979-11-90885-24-9
  • 출간일 2020년 08월 17일
  • 사양 436쪽 | 130*200
  • 정가 15,000원

강자의 뒤틀린 욕망과 광기, 약자의 한없는 고독과 무력함
약육강식의 세계 속 인간 내면의 근원적 공포를 탁월하게 조명한 여섯 편의 이야기

G 박사와의 진료를 중단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밤, 마구간 입구에서 발소리 같은 소리가 들렸다. 나는 경악하며 그곳으로 불빛을 겨눴다. 엄마다! 엄마를 죽여야 해.
그러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도 집 안은 아까처럼 어두웠다.
마음이 놓였던 것 같다. 엄마를 제압하고 입을 막고 질식시키는 건 쉬운 일도 유쾌한 일도 아니니까. 엄마는 주운 인형들보다 훨씬 크니까.

_39~40쪽, 「인형의 주인」

 

 

쏘지 마세요, 제발 쏘지 마세요. 그는 나에게 애걸하고 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총이 발사된다. 나는 방아쇠를 누르지 않았는데, 어쩐 일인지 방아쇠가 눌렸고, 총이 발사된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방아쇠가 당겨질 때 이런 생각이 저 머나먼 별에서부터 나에게로 온 것처럼 불현듯 떠올랐다. 일단 총이 발사되자 그다음부터는 저 혼자 발사되는 것 같았다.
소년의 얼굴부터 먼저 땅에 닿는다.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피가 빠르게 번지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젠 뭘 하면 좋을지 몰라 우두커니 총을 들고 서 있는 건 영화 같지 않다. 이제 총은 조용해졌다. 총알은 다 떨어졌다. 나는 외롭고, 이곳에는 나 혼자뿐이다. 이제는 아무도 없고 오직 나 혼자뿐이다

_102~103쪽, 「군인」

 

 

그는 진지하게 총을 들여다보고 있다. 탄창을 돌리고 그 안을 들여다본다. 순간 그의 몸이 얼어붙는다. 그의 얼굴에는 기묘한 미소가 번진다. 누리끼리한 피부와 더럽고 떡 진 머리카락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촌 오빠는 아름다운 소년이다. 멍들고 핏발 선 눈을 가진, 아름답게 망가진 소년. 어리고 늙은 소년. 나는 트래비스가 무섭지만, 그럼에도 트래비스에게 끌린다. 그의 시선이 총에서 나에게로 향한다. 총의 자태가 너무나 눈부신 듯, 그는 반쯤 눈이 먼 것처럼 빠르게 눈을 깜빡거린다.

_180~181쪽, 「총기 사고」

 

 

잠깐 사이에 창백한 초승달이 사라졌다. 두꺼운 구름이 달을 완전히 가려버린 모양이었다. 배의 이편에서 보는 바다는 칠흑같이 어두웠고, 하늘도 어둡고, 파도 소리는 요란했지만 보이지 않았고, 파도가 배를 이리저리 떠미는 힘이 느껴졌다. 아내는 반항했다. 갑판을 따라 걷고 싶지 않다고,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위험하기만 하다고, 여기엔 아무도 없지 않느냐고……. 남편은 경멸조로 웃으며 말했다. “도대체 뭐가 무서운 건데? 파도에 휩쓸려 배 밖으로 빠질 일도 없잖아.”
그녀는 생각했다. 아뇨, 당신이 날 배 밖으로 밀어버릴 수 있죠.
아무도 못 볼 것이다. 아무도 듣지 못할 것이다. 아래층 갑판에서 사람들이 흥청대는 소리가 너무 컸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 이곳 3층 갑판에는 짙은 어둠과 기름 냄새뿐이었다. 헨리는 웃으며 오드리의 허리에 팔을 감고 세게 잡아당겨 난간 앞에 세웠다. 그러나 그녀는 겁먹은 아이처럼 움츠러들었다.

_251~252쪽, 「적도」

 

 

“왜 꼭 어떤 이유가 있어야만 사람을 죽인단 말입니까?” 노이하우스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슬레이터의 할아버지인 바나바스가 인생으로부터 ‘미스터리’의 핵심을 잘 추출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독개구리로부터 독을 추출했던 것처럼 말이죠. 죽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완성된 행위이며, 아무 이유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여느 예술 작품이나 마찬가지죠. 그럼에도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자기 자신을,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조상들은 적들을 두려워하고 낯선 사람들을 쉽게 믿지 않았습니다. 만일 낯선 사람이 내 영역에 들어온다면, 그리고 사악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다면, 아니 사악한 의도가 없다고 해도, 그를 이해해보려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것보다는 그를 없애버리는 쪽이 더 나을 겁니다.

_425~426쪽, 「미스터리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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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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