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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번 핸슨 Dear Evan Hansen

  • 저자 밸 에미치, 스티븐 레번슨, 벤지 파섹, 저스틴 폴 지음
  • 역자 이은선
  • ISBN 978-89-7275-988-1
  • 출간일 2019년 05월 27일
  • 사양 432쪽 | 135*207
  • 정가 14,500원

브로드웨이 No.1 뮤지컬 이 소설로 탄생하다
제작팀 참여 현존하는 최고 뮤지컬
2017 토니상 6개 부문 수상
2018 그래미 어워드 수상작
팀 영화화 확정

심리 상담사 셔먼 선생님과 대화를 할 때 문제가 있다면 내가 대화에 서투르다는 거다. 제일 간단한 대답마저도 하려면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라고 한 것 같다. 선생님은 편지를 쓰면 좀 더 효과적으로 감정을 발산할 수 있고 나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는 법을 터득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했지만 덕분에 선생님이 수월해지는 면도 분명 있을 거다.

나는 노트북을 열고 지금까지 쓴 걸 읽어본다.

에번 핸슨에게

이 편지가 의도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때도 있다. 원래 목적은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시키는 건데,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 학교에서 심리 치료사가 내준 숙제를 하는 아이는 없다. 아마 심리 치료를 받는 아이도 없을 거다. 다른 아이들은 간식 먹듯이 항불안제 아티반을 먹지 않는다. 남들이 가까이 다가오거나 말을 걸거나 쳐다본다고 몸을 꿈틀거리거나 꼼지락거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걸 보고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이지도 않을 거다.

다시 상기할 필요는 없다. 내가 이상하다는 건 나도 안다. 진짜다.

_ 20~21쪽

 

나는 왜 이럴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나갔다고 나를 계속 속이는 이유가 뭘까? 사태는 항상 점점 더 나빠지게 되어 있다. 반드시 그렇다. 인생이 원래 그렇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점점 나이를 먹고 머리가 세고 몸이 아프게 되어 있고 그걸 거스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1분, 1초가 지나갈 때마다 죽음에 가까워진다. 반복될 뿐이다. 우리는 나빠지고 나빠지고 나빠지다가 죽음을 맞는다. 나는 앞으로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기까지 한참 남았다. 지금은 시작일 뿐이다.

_ 141쪽

 

또다시 실망감이 느껴진다. 나는 투명인간으로 지내는 데 이골이 나 있다. 점심을 먹는 동안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게 싫었다. 그러니까 이제 마음이 편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아마 남들의 시선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주목을 받는다는 게 기분이 좋기도 했던 모양이다.

코너 머피는 날마다 점심시간을 어떤 식으로 버텼는지 궁금해진다. 어디 앉았을까? 누구랑 뭘 먹었을까? 나는 관심을 기울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한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_ 201~202쪽

 

“그런데 세상에, 눈을 떠보니…… 코너가 옆에 있었어요.”

그는 항상 내 옆에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날이면 날마다 그가, 그에 대한 생각이 나를 찾아온다. 밤에는 환영이 보인다. 내 팔에 적힌 그의 이름. 내가 무얼 하든 어딜 가든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나는 눈을 뜬다. “그것이 그가 제게 준 선물입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것 말입니다.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

그렇다. 나는 소중한 존재다.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다.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 그게 그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선물이죠. 다만…….”

이게 가장 끔찍한 부분이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가.

“우리도 그 선물을 그에게 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 말이 내게 엄습한다. 내 안으로 스며든다. 서서히 정신이 든다.

그러자 공포가 돌아온다. 깨달음이 찾아온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_ 231~232쪽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이들에게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있다는 거다. 이들은 우리에게서 자극을 받고 자신들의 사연을 공유한다. 주변의 기대에 못 미쳤을 때. 갚지 못할 돈을 빌렸을 때. 위탁 가정을 떠나지 못할까 봐 두려울 때. 아이를 떠나보냈을 때. 딱 한 명뿐인 자기편을 속였을 때. 필요했던 일자리가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됐을 때. 권력을 쥔 사람이 특권을 남용했을 때. 지금까지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목표가 이제는 무의미하게 느껴졌을 때.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밖으로 나가거나 출근하기가 버거웠을 때. 분노를 어디에다 표출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을 때. 아니면 외로움을 견디는 법, 실수를 되돌리는 법, 포기하지 않는 법을 알 수 없었을 때.

_ 282~283쪽

 

고통을 내 안에 품으면 내 안에 담겨진다. 고통은 어디든 따라다닌다. 그걸 피해서 도망칠 수는 없다. 지울 수도 없다. 떨쳐버려도 다시 돌아올 뿐이다. 이 모든 일을 겪은 뒤에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걸 견딜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일지 모른다. 고통을 품어야 한다. 아픔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고통은 결국 나를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쩌면 차라리 지금 맞닥뜨리는 게 나을지 모른다.

_ 366쪽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너니까. 숨지도 말고. 거짓말하지도 말고. 그냥 너니까.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니까.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내가 아니듯이 말이다. 각각의 나는 내가 바꿀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게 내가 가진 전부다. 그러니까 싸우지 말아야 할 것이다.

_ 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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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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