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가, 이게, 다, 널, 위해서, 그런, 거란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나는, 폭력으로, 사랑을, 확인했다, 엄마가, 그랬다, 사랑이란, 그런, 거다, 사랑한다면, 아낌없이, 줘야, 한다, 지독한, 상처를, 줘야, 한다, 영원히, 잊히지, 않, 을, 정도로, 사랑을, 상처로, 배운, 나는, 다정, 하지도, 못한, 늙고, 돈도, 없고, 재능도, 없어, 여러모로, 망한, 남자와, 진창에, 같이, 굴러, 빠질, 정도로, 착해, 빠져도, 나는, 언제나, 너에게, 썅년이, 되었다, 나는, 다, 주고, 다, 뺏겼다, 사랑하니까,
―「보려다 가려진 감추다 벌어진」 부분
이제 진정한 평화는 네 안에 있다 네게 강 같은 평화 꿀과 젖이 흐르는 나. 브래지어 안에 숨겨둔 불타는 가슴. 나는 평화주의자이기 때문에 뜨거운 이 가슴을 고스란히 너의 팬티에 바치겠다 무너지기 위해 태어난 장벽은 굳이 세우지 않겠다 백린탄을 쏘아 이 밤을 밝히지 않겠다 깊고 깊은 밤 네 땅이 내 것이라고 우기지 않겠다 너는 여러 차례 선을 넘어 나를 자주 갈라 먹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네 것이라고 우기지 않겠다 넘보지 않겠다 나는 그 자리에 있겠다 영원히 네 방, 구석에 있는 장롱처럼. 벌리라면 벌리고 닫으라면 닫겠다 나는, 나는 당신의 어떠한 폭력에도 굴복하는 평화주의자다
―「공평하지 않은 싸움과 평등하지 않은 용서」 부분
핑킹가위는 살인을 즐겼다 나는 핑킹가위를 든다는 것만으로도 예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아 초롱초롱 별을 빼다 박은 두 눈을 몇 개의 세모로 만들었다 턱은 보다 갸름한 편이 좋겠다 구석구석 모서리를 만들어놓았다 아아 그런데도 여전히 예뻤다 다이어트가 필요했을 뿐 엄지와 중지를 동그랗게 말아 발목이 가득 찰 때까지 잘랐다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지그재그로 썰린 발가락은 분홍 신을 신은 것 같았다
(......)
다음 날 나는 옆구리 실밥이 터진 옷을 입고 서랍에서 떨어져 죽었다 미미와 쥬쥬도 다들 그렇게 죽었다고, 언니가 그랬다
―「비밀리에 암암리에」 부분
세상 모두의 옛 애인 경진은 준상의 옛 애인이
기뻤다
모름지기 옛 애인이란 자니, 라는 닳고 닳은 멘 날릴 줄 몰라서 여전히 준상은 답장하지 않았다
(.....)
흑백의 오후와 흑백의 그림자들 흑백의 쌓인 먼지 위에 남겨진 발자국들 흑백의 쓰레기통 버려진 흑백의 벤치에 앉아 추억하는 흑백의 눈동자 그 안에 남겨진 흑백의 경진이
―「중고나라」 부분
우리 모두의 서사
하루살이
알리바이
제 3세계의 법으로 깎은
엇갈린 환영 사이
번져가는 잉크를 바라보던
연필이 가져온
나쁜 소식
꿈에서 깨지 않는 한
내일은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곳에 있는 무엇과 무언가 있어야 하는 곳에 없는 것」 부분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집안의 돈만 까먹는 아버지와 날백수 오빠 새끼가 비빌 언덕에서 엄마와 나의 생살을 뜯고 살아가요 이상하지요 개차반은 저들인데 어째서 고통의 몫은 우리인가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우리는 벌고 먹히며 매일 죽음을 경험합니다 그걸 누군가 거룩한 희생이라고 부르더군요 아버지는 집안의 기둥이니까 오빠는 미래의 기둥이니까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들이 무너지면 우리가 무너지는 거라고. 그래서 어제는 어제처럼 경건하게, 다리 사이에서 꿇고, 벌고, 벌리고, 호되게, 뜯겼습니다
―「쉽게 읽는 속죄양」 부분
어제를 펼친다
어제의 뭉치를 짓는다
어제는 각각의 층위를 지니고
어제의 이름으로 죽음조차 빛난다
나는, 검지에 엄지를, 엄지에 검지를 붙이고, 사
이에 눈을 댄다 모든 곳이 그림이 된다
자기야. 여기 좀 봐 여긴 참 아름답다 내가 말하
자, 그는 그건 착각이야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그림이라 불렀던 것을, 그는 얼룩이라고 불렀다.
―「경진이를 묘사한 경진이를 쓰는 경진」 부분
“시인이 아니라면 그럼 너는 뭘 하는 사람이야?”
“나는 시를 쓰는 사람이지.”
“시는 뭔데?”
“글쎄, 시가 뭘까. 이미지를 포착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 글씨로.”(....)
이곳에서의 문학은 작고 너무 가벼워서 영영 미완성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기억.
약을 털어 넣고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내 이야기를 한다. 의사는 비밀을 지킬 줄 아니까.
마크 로스코의 레드를 손목에서 건져내며, 나는 짓눌린 레드에 대해 생각한다. 고흐의 사라진 왼쪽 귀에 대해 생각한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척추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불행에 쉽게 의미를 둔다. 그러나 그것도 이름을 가진 자에게만 허락된다. 나의 불행은 나 자신이다.(....)
“나 하고 싶은 게 생겼어. 시를 계속 쓰고 싶어. 그
런데 그 시는 진짜 아름다운 시가 될 거야.”
“너는 분명 잘할 거야.”
그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에세이 「완벽한 실패를 찾아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