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을 빛내고 이끌어갈 젊은 작가 10인의 테마 소설집 『피크 Peak』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테마집은 반세기가 넘게 한국 문학의 산실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온 《현대문학》이 한국 문단의 젊은 작가들을 응원한다는 취지 하에 야심차게 기획한 것으로, 이번 작품집에는 《현대문학》출신의 작가 10명이 참여했다. 테마 선정에서부터 집필까지, 1년여의 시간을 공들여 완성한 이번 테마집은 이기호, 해이수, 김서령을 비롯한 등단 10년차 이내의 젊은 작가들이 주축을 이룬다. 소설집의 제목이자 테마인 ‘피크(PEAK)’란 어떤 현상이나 사물, 사람의 기운이 가장 승한 상태, 또는 최선의 상태를 일컫는 말로, 10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문학적 개성과 다양한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제껏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젊은 작가들의 도발적인 상상력과 거침없는 질주, 이들이 펼치는 타이포그래피 파노라마를 관람하는 동안 우리는 다시 한 번 한국 문단의 가능성과 미래를 엿보게 된다.
태기수 1968년 전북 임실 출생.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8년 《현대문학》에 중편 「소와 양」으로 등단. 소설집 『누드 크로키』가 있음. 양유정 1971년 대구 출생. 계명대 경제학과 졸업. 1998년 《현대문학》에 「트랜지스터 공장 아가씨 카프카의 밤」으로 등단. 소설집 『마녀가 된 엘레나』『12월을 꿈꾸는 Jun의 이야기』가 있음. 이기호 1972년 강원도 원주 출생.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와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99년 《현대문학》에 「버니」로 등단.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가 있음. 해이수 1973년 경기도 수원 출생. 단국대 국문과와 시드니대 언어학과 졸업. 2000년 《현대문학》에 중편 「캥거루가 있는 사막」으로 등단. 소설집 『캥거루가 있는 사막』이 있음. 김이은 1973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한문학과 졸업. 2002년 《현대문학》에 「일리자로프의 가위」로 등단. 소설집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가 있음. 김서령 1974년 경북 포항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3년 《현대문학》에 「역전다방」으로 등단. 소설집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가 있음. 김설아 1980년 부산 출생. 경성대 국문과와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과정 수료. 2004년 《현대문학》에 「무지갯빛 비누거품」으로 등단. 염승숙 1982년 서울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5년 《현대문학》에 「뱀꼬리왕쥐」로 등단. 명지현 1966년 서울 출생. 국민대 중문과 졸업. 2006년 《현대문학》에 「더티 와이프」로 등단. 강 진 1967년 전남 순천 출생. 건국대 국문과 졸업. 2007년 《현대문학》에 「건조주의보」로 등단.
10人10色, 롤러코스터를 타고 떠나는 10개의 피크 파노라마 『피크』는 개성과 성향이 서로 다른 열 명의 작가들이 하나의 테마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에겐 오직 ‘피크’라는 기본 테마가 있을 뿐, 소재나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그야말로 10인 10색이다. 그래서 이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마치 다양한 맛과 색깔을 고루 겸비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입 안이 얼얼할 만큼 쓰고 시큼하게. 이들은 그렇게 ‘피크’의 순간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한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섬뜩한 기운과 비극적 상황, 나도 모르게 찔끔 눈물이 날 만큼 재치 넘치는 위트와 유머. 이들의 ‘피크’ 파노라마는 극과 극을 넘나들며 인생에서 한번쯤 겪게 되는, 또는 겪을 수 있는 최고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슬픔과 유머를 넘나드는 짜릿한 소설 『피크』의 내용은 젊고 역동적이다. 작가들은 우리가 지금껏 보아왔던 소재나 공간의 평범한 틀을 거부한다. 엄마를 매질하고 목 졸라 죽인 소년, 부하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단두대에 잘린 자신의 목을 들고 걸어가는 왕, 바람난 애인을 복수하기 위해 짱돌과 면도칼이 난무하는 실연클리닉 상담을 자청한 여자, 트렁크 팬티 한 장 때문에 성폭행범으로 몰린 남자…….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슬픔과 유머, 시공간을 넘나드는 젊은 작가들의 상상력은 거침이 없다. 때로는 도발적이고,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파노라마에서 쉽게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 스스로도 몰랐던 인간 내면의 치열한 욕망과 슬며시 교우한다. 그럴 때마다 이 질주에 동승한 독자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짜릿한 쾌감과 흥분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피크, 아직 오지 않은 절정의 순간을 향하여 사랑은 영원할 수 있을까?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는가? 절망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피크』의 작품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강렬하게 우리의 삶을 관통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굴복하거나 힘없이 주저앉지 않는다. 세상이 점점 우리를 옥죄어올수록 두 주먹을 불끈 쥔 인파이터 복서의 자세로 당당히 맞선다. 책을 덮고 나면 지리멸렬한 일상을 쳇바퀴 돌듯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피크』는 조용히 되묻는다. 과연 우리 삶의 최고 순간은 언제 올 것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당신을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