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인들의 새로운 시 경향 과정을 살펴 한 시대의 정신사를 완성한 프랑스 신비평계의 거장 마르셀 레몽의 명저. 보들레르 이후부터 20세기 초현실주의까지의 시사를 대표적인 시인들의 시세계를 통해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시문학사만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은 아니다. 각 시대의 정서와 사건들과 연계해 그 시대를 대표했던 시인들의 시적 고뇌와 시적 성취의 치열한 정신 궤적을 추적해 기록함으로써, 한 시대의 정신적인 역사에 이르고 있다. 또한 저자는 “우리 시대의 詩가 뿌리박고 있는 근원”을 찾고 “깊은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전기 낭만주의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책머리에 서론 제1부 역류 제1장 상징주의에 대한 고찰 제2장 로만주의와 본연주의 제3장 20세기 초의 시 제4장 남프랑스 시의 깨어남 제5장 투구를 쓴 미네르바의 기치 아래 제2부 새로운 프랑스적 질서를 찾아서 제6장 신상징주의의 만남 제7장 신구미학의 만남 제8장 상징주의의 고전, 폴 발레리 제9장 총체적 세계를 노래하는 폴 클로델 제10장 선의의 사람들의 시 제3부 모험과 반항 제11장 새로운 시의 여러 기원 제12장 현대적 활동과 삶의 시를 향하여 제13장 자유로운 정신의 유희 제14장 다다 제15장 초현실주의 제16장 초현실주의 시인들 제17장 1. 초현실주의 주변 l 2. 시의 현대적 신화 에필로그 2007년 개정판 역자 후기 1983년 1판 역자 후기 인명 색인
지은이 마르셀 레몽 (Marcel Raymond) 1897년 제네바에서 출생. 『프랑스 시에 끼친 롱사르의 영향』으로 파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26년에서 1928년 사이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프랑스어 강사 생활을 했는데, 그의 이 독일 체류는 그에게 '독일의 비합리주의 세례'라고 할 수 있는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 후 바젤대학 교수, 다시 1936년부터 티보데의 후임으로 제네바대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1963년 정년퇴임. 그는 바젤대학의 후임인 알베르 베겡의 선배이자 친구이며, 오늘날 괄목할 만한 활동을 하고 있는 비평가 장 루세와 장 스타로벵스키의 스승이다. 그는 후배인 베겡, 조르주 풀레, 그리고 탁월한 두 문하생을 포함하는, 프랑스 신비평 중에서도 소위 '제네바 학파'라 일컫는 산맥의 최고봉이며 『프랑스 현대시사 - 보들레르에서 초현실주의까지』는 명실공히 그의 대표작인 동시에 제네바 학파의 선구적 업적이다. 저서로 『프랑스 현대시사 - 보들레르에서 초현실주의까지』『프랑스 시에 끼친 롱사르의 영향, 1550~1585』(1927, 상ㆍ하권)을 비롯해 『프랑스의 천재』(1942), 『폴 발레리와 정신의 유혹』(1946), 『질(質)의 의미』(1948), 『바로크와 시의 르네상스』(1955), 『장-자크 루소, 자아의 탐구와 몽상』(1962), 『진실과 시』(1964), 『소금과 재』(1970) 등이 있으며, 역서로 『미술사의 기본 원칙』(H. 뵐프린) 및 루소, 몽테스키외, 위고, 랭보, 베를렌 등의 작품선집의 편집과 주석작업을 하였다. 옮긴이 김화영 문학평론가. 『문학 상상력의 연구』『행복의 충격』『바람을 담는 집』『소설의 꽃과 뿌리』『시간의 파도로 지은 집』등 10여권의 저서 외에 미셸 투르니에, 파트릭 모디아노, 장 그르니에, 로제 그르니에, 레몽 장,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등 프랑스 주요 작가들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였고, 『알베르 카뮈 전집』(전15권), 『섬』『뒷모습』『율리시즈의 눈물』『내 생애의 아이들』등 70여 권의 역서를 내놓았다.
이 책은 저자는 현대시의 출발 기점을 보들레르의 『악의 꽃』으로 보고 있으며, 보들레르는 크게 두 흐름을 이루었다고 본다. 그 하나는 보들레르에서 말라르메, 그리고 발레리로 이어지며, 다른 하나의 흐름은 보들레르에서 랭보를 거쳐 최근의 시인들에게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보들레르 이후의 시인들은 세계와 자아 사이의 이원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펼쳤다는 점이 공통점임을 지적하고 있다. 즉 현대시는 시대와 시인들 저마다 다양한 양식과 표현으로 반응해 왔지만 그 중심에는 “인간성을 위협하는 세계 속에서 잠차 잃어 가고 있는 인간의 생명적 본질을 다시 찾으려는, 인간의 사활이 걸린 기도企圖”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요약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시의 다양성을 “인간의 사활이 걸려 있는 시작”이라는 전제 가지고 이해하고 설명한다. 이 책의 존재 의의는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정확하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몇몇 특출한 시인들이 참가했고 지금도 참가하고 있는 하나의 모험, 혹은 하나의 드라마가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전개되고 또 그 성취의 장소와 가능성을 인간이 사는 시간에서 빌려오고 있는 어떤 변증법의 대전체들을 포착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인간 정신이란 바탕 위에서 그 같은 변증법이 어떤 이상적인 사이클을 그리며 여하한 총체의 방법들과 열망들을 그려 보이는지를 살펴보고 그것들 상호간에 어떤 신비스러운 통일성이 엿보이는지를 지적해야 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보들레르에서 초현실주의에 이르는 모든 위대한 시와 시인들의 시도들은 하나의 “동질적인 모험”이다. “세계와 인생에 대한 합리적이고 실증적인 관념이 인간 정신에 가하는 구속”은 산업사회의 현대에 와서 감소되지 않고 더욱 심화, 가중되었으며,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을 극복”하려던 시인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보이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