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 제42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인 『은비령』에는 수상작인 이순원의 「은비령」, 수상작가 자선작인 「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 그리고 수상후보작들과 역대 현대문학상 수상자들의 신작들이 실려 있다. 「은비령」은 죽은 친구의 아내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여리고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지고 있는 작품으로서, 혜성과 별, 눈(雪)과 산(山)의 품 속에서 인간다움의 의미와 인연의 소중함을 묻고 있다. 읽을수록 가슴 깊이 전달돼 오는 감응 속에서 우리는 숨어 있는(隱) 비밀(秘) 같은 삶을 조금씩 깨닫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수상후보작인 이윤기의 「뱃놀이」는 단편소설의 전형적 구조를 보여주며, 이혜경의 「떠나가는 배」는 가족의 의미와 그 그늘을 살피고 있다. 한편 전경린의 「고통」은 사랑이 남긴 상처의 의미를 무섭도록 처절하게 묻고 있으며, 김인숙의 「풍경」은 가눌 수 없는 마음의 방황을 단아한 풍경(風景) 속에 풍경(風磬) 소리로 드리우고 있다. 그 외의 수상후보작 공선옥의 「그 여자 난주」, 김병언의 「금색 크레용」, 서하진의 「타인의 시간」 등도 나무랄 데 없는 가작(佳作)들로서 참다운 소설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1. 이순원 - 은비령
2. 이순원 - 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
3. 공선옥 - 그 여자 난주
4. 김병언 - 금색 크레용
5. 김인숙 - 풍경
6. 서하진 - 타인의 시간
7. 이윤기 - 뱃놀이
8. 이혜경 - 떠나가는 배
9. 전경린 - 고통
10. 김문수 - 파문을 키운 모래알
11. 박완서 - 참을 수 없는 비밀
이순원
1957년 강릉에서 태어났다. 강원대 경영학과에 입학하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아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한 필사와 습작을 시작하였다. 교련 거부로 강제 징집당하고 복학 후 유감 없는 문청 시절을 보냈다.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가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단편'낮달'로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1996년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동인문학상을, 1997년 '은비령'으로 현대문학상을, 2000년 <그대 정동진에 가면>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그 여름의 꽃게>, <얼굴>, <수색, 그 물빛 무늬>, <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장편소설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에덴에 그를 보낸다>, <미혼에게 바친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나무>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은빛낚시>, <길 위에 쓴 편지>가 있다.
* `심사평` 중에서 이순원 씨의 「은비령」은 정겹다. 아무리 각박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도 뒤돌아보면 지난날의 삶의 길 모퉁이에 놓인 아늑한 한구석이 있는 법. 꼭 한번 있었던 일도 늘 그랬던 것처럼 회상되는 것이 기억의 본질이다. 프루스트가 찾아낸 잃어버린 시간도 이 원리에 따랐던 것. 「은비령」의 선 자리의 정겨움은 이 원리에서 왔다. <은비령>이라는 제목과 더불어 돌연 방향을 바꾸는 길의 흐름도, 쏟아지는 눈도, 수줍은 사랑도, 혼자 별을 보러 떠난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이 암시하는 공간과 시간의 광대무변한 넓이, 그리고 그 넓이가 암시하는 사유도 아름답다. 「은비령」은 중편소설다운 무게와 균형을 갖춘 수작이다. 심사위원들이 별다른 이견 없이 만장일치를 이루었던 것은 정확한 문장, 자연스러운 구성, 무리없는 전개 등이 이루어낸 작품의 완성도 때문이었다. 작가가 고향 <강원도>를 작품들로 살려내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노력이다. - 제42회 `현대문학상` 소설부문 심사위원 : 김윤식 김화영 조정래 * 수상소설집에 대하여 97 제42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인 『은비령』에는 수상작인 이순원의 「은비령」, 수상작가 자선작인 「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 그리고 수상후보작들과 역대 현대문학상 수상자들의 신작들이 실려 있다. 「은비령」은 죽은 친구의 아내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여리고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 지고 있는 작품으로서, 혜성과 별, 눈(雪)과 산(山)의 품 속에서 인간다움의 의미와 인연의 소중함을 묻고 있다. 읽을수록 가슴 깊이 전달돼 오는 감응 속에서 우리는 숨어 있는(隱) 비밀(秘) 같은 삶을 조금씩 깨닫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수상후보작인 이윤기의 「뱃놀이」는 단편소설의 전형적 구조를 보여주며, 이혜경의 「떠나가는 배」는 가족의 의미와 그 그늘을 살피고 있다. 한편 전경린의 「고통」은 사랑이 남긴 상처의 의미를 무섭도록 처절하게 묻고 있으며, 김인숙의 「풍경」은 가눌 수 없는 마음의 방황을 단아한 풍경(風景) 속에 풍경(風磬) 소리로 드리우고 있다. 그 외의 수상후보작 공선옥의 「그 여자 난주」, 김병언의 「금색 크레용」, 서하진의 「타인의 시간」 등도 나무랄 데 없는 가작(佳作)들로서 참다운 소설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