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게 가하는 망치: 악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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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의 주장에 따르면 마녀의 해악에서 벗어나기란 정말로 어렵다. 교회는 애초에 악마를 몰아내는 데에는 힘을 쓸 수 있지만 일단 마술이 효과를 보게 된 이후에는 그것을 풀기가 아주 힘들다. 그러니 치료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집에 성수를 뿌리고, 사람과 동물 모두 기독교 부적을 사용하며, 문턱마다 성스러운 밀랍이나 허브를 뿌리는 게 좋다. 그러나 이 모든 예방 조치들이 결코 완전치는 않다. 그렇다면 결국 어떻게 해서든 마녀를 없애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고문과 처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인간 사회의 적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은 마녀를 고문하여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까지 아주 자세히 가르쳐준다.*

 

고문을 통해 심문하는 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간수가 고문 도구를 준비하고 죄수의 옷을 벗긴다. 만일 죄수가 여자라면 행실이 올바르고 단정한 다른 여자가 미리 옷을 벗긴다. 이렇게 옷을 벗기는 이유는 혹시 어떤 마술의 수단을 옷에 꿰매놓았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악마가 가르쳐준 대로 구원을 받지 못하도록 세례를 받기 전에 살해한 아이의 시체를 가지고 만든 것이다. 고문 도구가 준비되면 재판관은 스스로 혹은 신앙이 두터운 다른 훌륭한 사람을 통해서, 죄수에게 자유롭게 지은 죄를 자백하라고 설득한다. 만일 여전히 자백하지 않으면 조수에게 시켜서 죄수를 스트라파도(strappado, 손을 뒤로 해서 가죽으로 묶은 다음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고문 도구)나 다른 고문 도구에 묶을 것을 명령한다. 조수들은 이 명령을 따르지만 거짓으로 마음이 흔들리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이 간청하는 척하여 다시 죄수를 풀어준 다음 옆으로 데리고 가서 다시 한 번 자백할 것을 설득하고 만일 자백하면 사형에 처해지지 않는다고 믿도록 한다.

이때 이런 문제가 제기된다. 죄수가 악명 높은 사람이고 모든 증인과 증거가 있되 다만 그 자신의 자백만 없을 경우, 그래서 비록 죄수가 죄를 자백하더라도 사형에 처할 것이 분명할 때, 재판관이 그 죄수에게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거짓 희망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어떤 사람들은 마녀가 대단히 악명 높고 증거에 의해 혐의가 입증되었으며 또 다른 마녀들의 수괴로서 극히 위험한 자로 여겨진다 하더라도, 그녀가 다른 마녀들에 대해서 확실한 증거를 제공하는 경우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고 대신 빵과 물만 제공하는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종신형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직접 통고하지는 않고, 그녀의 목숨을 살려주되 추방과 같은 다른 방식으로 처벌될 것이라고만 말해야 한다. (……) 두 번째 견해는 감옥에 가둔다고 마녀에게 한 약속을 한동안 지킨 다음 나중에 화형에 처하자는 것이다. 세 번째 견해는 재판관이 직접 선고를 하지 않고 나중에 다른 사람이 그 선고를 하면 재판관은 면죄가 되며 따라서 안심하고 마녀에게 목숨을 살려준다는 거짓 약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우리가 판단하기에는 이런 행위를 하는 자들이야말로 하느님의 이름으로 악을 행하고 있다. 정의를 구현한다며 고문하고, 사회를 구원하겠다며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이다. 우리의 눈에는 마녀재판관들이야말로 도리어 악마의 하수인으로 보일 지경이다.

계몽과 빛의 시대에는 어둠이 함께 존재했다. 고매한 지식인과 신앙심 깊은 종교인이 심원한 연구와 사회적 실천을 통해 만들어낸 고전이 어둠의 토대를 제공했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은 인류의 양심, 인류의 영혼에 지독한 망치질을 한 악의 고전이다.


 

* Henricus Institoris and Jacobus Sprenger, Malleus Malefi- carum, edited and translated by Christopher Mackay, vol. II,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 496-500, Question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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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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