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게 가하는 망치: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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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마귀할멈들」(한스 발둥 그리엔)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 마녀들이 몰래 집에서 나와 사바트(마녀 집회)로 갈 준비를 한다. 집회 장소에 가까이 사는 사람은 걸어서 갈 수도 있지만 먼 곳에 사는 사람은 특별한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미리 준비한 연고를 바르면 이들의 몸이 가벼워져서 허공에 뜨기 때문에 빗자루, 횃대, 혹은 동물을 타고 날아갈 수 있다. 심지어는 그들 자신이 동물로 변신하여 날아가기도 한다. 마녀들이 인적 없는 황야에 모이면 그들 앞에 악마가 나타난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이날 처음 온 신참의 입문식이다. 신참은 이곳에 온 사실을 절대 남에게 발설하지 않을 것과 다음번에 어린아이를 죽여 사체를 가져올 것을 약속한 다음, 악마나 그 대리인의 안내를 받아 기독교 신앙을 버리고 악마를 따르는 의식을 시작한다. 우선 기독교 믿음을 버리겠다고 큰 소리로 선언하고, 십자가상을 짓밟거나 성체성사에 쓰인 빵에 배변을 하여 그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악마의 항문이나 엉덩이에 키스한다.

신참의 입문식이 끝나면 모두 둘러앉아 죽은 아이의 사체를 먹는 식사를 한다. 그 후 촛불을 끄고 난교를 벌인다. 여기저기에서 교접하라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모두 가까운 상대와 끌어안는다. 남자와 여자뿐 아니라 때로는 남자끼리 혹은 여자끼리 교접하기도 하고, 아버지와 딸, 아들과 어머니, 혹은 형제자매 간에도 가리지 않는다. 난교 파티가 끝나면 이별 의식을 치른 다음 각자 집으로 돌아가 배우자 몰래 침대 옆에 눕는다.*

이것이 마녀 집회에 대한 고전적인 묘사다.

요즘 같으면 아무도 이런 일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웃집 아줌마가 알고 보니 마녀였는데, 지난달 보름에 이 아줌마가 올빼미로 변신하여 어느 산에 날아가서 어린아이 하나를 먹고 악마와 섹스를 했다고 하면 누가 이를 믿겠는가? 그러나 15-18세기 유럽에서는 악마의 사주를 받아 인간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사악한 마녀들이 실제 존재하며, 따라서 하루바삐 그런 자들을 박멸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실 어느 사회에서나 용한 점쟁이라든지 신비한 힘을 사용하는 치료사처럼 비정상적인 힘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그저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거나, 공자님처럼 아예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유럽에서는 유별나게 이런 현상을 두고 인간 사회를 멸망시키려는 악마의 소행이라고 단정 짓고 가혹하게 탄압하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악마의 하수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모진 고문 끝에 억울한 죽음을 맞았던가. 그런데 정작 마녀사냥을 주도한 종교인이나 세속 판관들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일을 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야말로 악의 구렁텅이에서 이 세상을 구원하는 신성한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 고매한 뜻을 품은 인사들 덕택에 유럽의 근대 사회는 온통 피로 물들었다. 16-17세기에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사람은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희생자는 대개 가난한 여자들이었다. 여러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희생자들 가운데 흔히 70퍼센트 이상, 지역에 따라서는 심지어 90퍼센트 이상이 여성이었다(물론 모스크바처럼 희생자의 70퍼센트가 남성인 예외적인 곳도 있긴 하다). 또 부자와 권력자들보다 힘없는 빈민들이 더 많이 희생되었으리라는 점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권력자들이라고 항상 무사한 것만은 아니었다. 멀쩡한 사람을 마녀로 몰기 위해서 고문을 행하다 보면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몰랐다. 고문에 못 이겨서 공범들의 이름을 불 때는 사회의 최상층 시민들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고문은 손가락을 죄는 것부터 가열한 의자에 앉히는 것까지 다양했다. 56회의 고문을 이겨내고 끝내 석방된 여인도 있었지만, 뾰족한 고문의자에 꼬박 11일 밤낮을 꿇어앉은 채 발에 펄펄 끓는 유황이 끼얹어지는 고문을 당하다가 정신병에 걸려 죽은 여인도 있었다. 마녀로 자백을 하고 나면 대개 사형을 피할 수 없었고, 화형도 빈번히 이루어졌다. 근대 유럽의 대표적 지성 중 한 명인 장 보댕Jean Bodin은 마녀는 극악한 죄인이므로 빨리 태워 죽이지 말고 일부러 마르지 않은 나무를 써서 가능한 오래 고통받으며 죽게 해야 한다는 지독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성의 빛이 만개하기 시작한다는 근대 유럽 사회의 이면에는 이처럼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

 


* 제프리 버튼 러셀, 마녀의 문화사, 김은주 옮김, 다빈치, 2001, pp. 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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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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