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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출판한 『일요일의 역사가』에 실었던 글을 6년 만에 다시 업로드하게 되었다. 원래 『현대문학』에 ‘역사산책’이라는 코너를 두고 1년 동안 연재했던 내용이다. 일요일에 동네 산책하듯 마음 편하게 역사의 다양한 면모들을 살펴본다는 의도다. 그러다 보니 학술적인 논문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을 위한 안내 성격의 글을 목표로 했다.
‘아마추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취미로 삼아 즐겨 하는 사람”이라고 풀고 있다. 그런 사람은 대개 주중에는 본업에 매달리다가 주말에 시간 날 때 저 좋아하는 일을 하곤 한다. 『현대문학』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역사학 이야기를 써보라고 했을 때 나는 기꺼이 아마추어 역사가가 되어보기로 작정했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승진과 정년 보장을 위해 필요한 전공 분야 논문과 연구서를 써야 하지만, 일요일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근대 초 서구 상인들의 동구 진출―동프로이센의 네덜란드 상인을 중심으로’ 같이 읽겠다는 사람 아무도 없는 딱딱한 논문만 쓰며 인생을 탕진할 수야 없는 법. 비록 고대 그리스비극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적은 없더라도 에우리피데스의 비장한 세계관을 내 나름대로 분석해보고, 러시아사 전공자에 비하면 전문 지식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하더라도 광기 어린 이반 뇌제의 고독한 내면을 엿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 달에 한 꼭지씩 써나가는 작업은 예상했던 대로 적지 않은 부담이었으나 실로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전에 쓴 글을 다시 내보인다는 것은 다소 부끄럽고 쑥스러운 일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독자들과 만나는 기회가 주어지니 은근히 마음이 들뜬다. 독자들께서는 큰 부담 갖지 마시고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나 또한 매주 ‘수요일의 독자들’ 중 한 명이 되어 지난 날 느낀 행복을 되새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