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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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고

현기영, 지상에 숟가락 하나중에서

 

숟가락질을 멈췄다. 몸살이 심해 밥해 먹기가 귀찮아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고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소식을 라디오로 듣기는 했으나 티브이로는 처음 접했다. 유리관 속 추기경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다. 신고 있는 구두가 인상적이었고 마음이 쓰여 그런지 눈이 약간 움푹해 보였다.

건너편 식탁에서 삼겹살에 술을 마시고 있던 작업복 차림의 청년들도 티브이에 시선을 집중했다. “누군데?” 하고 묻는 이가 있었고 설명해주는 이도 있었다. 추기경이 살아온 길을 전하는 아나운서의 긴장된 음성과 조문객들의 엄숙한 표정에 술을 먹던 청년들 목소리가 숙연하게 가라앉았다.

여기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맨 앞에 당신들이 만날 사람은 나다. 내 뒤에 신부들이 있고 그 뒤에 수녀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들은 나를 밟고 우리 신부들도 밟고 수녀들을 밟고 넘어서야 학생들하고 만난다.”

6·10 명동성당 민주화투쟁 당시를 회고하는 김 추기경님의 녹취록이 흘러나왔다.

 

그해 6월 명동성당에서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살아나고 울컥 눈물이 났다.

‘6·10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민주헌법쟁취 범국민대회를 격렬하게 마친 시위대가 명동성당으로 집결했고 경찰들은 성당 주위를 에워쌌다. 학교 선배가 명동성당에 군인들이 난입할지 모른다며 지원투를 나가라고 했다. 학교에서 명동성당이 가까워 평소 성당 근처에서 모임을 자주 가졌다. 작은 골목길도 잘 알고 있어 경찰의 검문을 피해 쉽게 성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최루탄 냄새가 농도에 따라 켜켜이 쌓여 있었고 눈이 매웠다. ‘호헌철폐 독재타도구호를 외치고 있던 시위대들이 박수로 맞아주었다.

1987114.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이후 민주화운동은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그러자 군사정부는 김만철 일가 망명 사건으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 급기야 413일 특별담화를 통해 전두환은 현행 헌법대로(선거인단에 의한 간접 투표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겠다는 호헌을 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518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은폐·조작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한목소리로 독재타도를 외쳤다. 이에 아랑곳없이 전두환 정권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 610일 오전 민정당은 잠실체육관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노태우를 선출하였다. 이날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한 시위가 전국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고 사천여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명동성당 안 농성대는 학생, 노동자-도시빈민, 일반시민 대표 삼 인을 선출해 임시 집행부를 꾸렸다. 임시 집행부는 의식주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성이 불가하다는 판단하에 농성 해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경찰들이 무지막지한 공격을 해왔다. 명동성당 안으로까지 최루탄이 날아들었다. 전원 연행하겠다는 통첩을 하고 바리케이드를 부수었다. 중앙극장 쪽과 명동상가 쪽에서 명동성당에 합류하려는 시위대도 경찰과 맞서 용감하게 싸웠다. 농성자들도 동조의 함성을 지르며 경찰들을 포위하고 밀어붙이려 했다. 부상자가 속출했다.

동지 여러분, 농성 이틀째를 맞았습니다.”

학생대표 여학생이 경상도 억양 섞인 목소리로 아침 집회를 진행했다. 농성대는 장기전 준비를 했다. 성당 앞길 좌측과 우측에 설치했던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주변을 청소했다. 시민들이 농성대 앞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시민들이 구호약품과 먹을 것을 갖다 주었다. 첫째 날은 명동성당에서 장기 농성 중이던 상계동 철거주민들이 끓여준 라면을 먹었다. 둘째 날은 시민들이 사다 준 김밥을 나누어 먹었다. 김밥을 손에 쥐고 김지하의 시에 곡을 붙인 <밥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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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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