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페이스북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링크 복사하기

60 회

마지막이 찾아왔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과 끝이라는 말은 어쩐지 저를 슬프게 합니다. 그 말의 무게가 상당해서일까요? 그동안의 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후회는 하지 않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은 늘 흘러가고 지루한 날들 속에서도 무언가는 변합니다. 연재를 하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기쁜 일도 있었고,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우울하지 않은 날도 있었고, 우울한 날도 있었습니다. 글을 열심히 쓴 날도 있었고, 한 줄도 못 쓴 날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이 괜찮게 느껴지다가도 한없이 싫어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연재를 시작하며 처음 썼던 글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이 일기의 중점은 내향인과 외향인, 그 사이에서 투명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묻고 싶습니다. 저는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운 1년이었습니다. 내향인과 외향인 그 사이의 일기라기보단 신중하고 예민한 사람의 일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연재를 하는 동안 무엇보다 저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글을 무겁게 쓰고 싶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가볍게 쓸 수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실은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우울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때때로 우울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랑이 가지는 의미를 참으로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일기라는 단어 때문이었을까요? 어쩐지 저라는 사람을 여과 없이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일기는 그날의 본 것들, 그날 느꼈던 감정들, 그날 원했던 바람들을 기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날의 나라는 사람 자체를 기록하여 남겨두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그 일기를 다시 꺼내보며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아 이날은 정말로 기뻤구나, 이날은 정말로 슬펐구나, 그 수많은 날들을 버티고 버텨서 지금 내가 이렇게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나 혼자 쓰는 기쁨도 있지만 그건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누군가 읽어주는 기쁨은 참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나 동료들을 만날 때 누군가 연재를 잘 보고 있다는 말을 건네면 그 한마디가 뭐라고 그렇게 힘이 나고 좋았을까 싶습니다. 괜히 민망한 마음에 시간을 아껴 쓰시라고 말했지만 속으론 절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겐 그 한마디가 정말로 선물이었습니다. 아주 혼자는 아니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덕분에 연재를 잘 마친 것 같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향인의 일기」20231월부터 20244월까지 제 자신을 기록한 일기입니다. 저는 이제 이 연재를 끝으로 새로운 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종종 용기를 내서 세상 밖으로 꺼내보려고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연재를 끝으로 조금 덜 우울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도 모두 말입니다. 요즘엔 백세시대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는 동안 슬프고 우울하고 싶기만 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비록 일기에는 우울하다고 쓸지언정 사는 동안 그리고 버티는 동안 투명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발견하기를, 언제나 슬픈 일보다 기쁜 일이 더 많기를 바라겠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비밀 일기장을 공유하는 것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동안 저의 일기를 함께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또 뵈어요.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