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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카멘친트 (헤르만 헤세 선집 10) Peter Camenzind

  • 저자 헤르만 헤세 지음
  • 총서 헤르만 헤세 선집
  • 역자 김화경
  • ISBN 978-89-7275-631-6
  • 출간일 2013년 09월 23일
  • 사양 256쪽 | 127*188
  • 정가 0원

높은 산에 둘러싸인 호숫가 산골마을 니미콘은 카멘친트 가문의 집성촌이다. 농부의 아들 페터 카멘친트는 그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어린 시절을 보낸다. 산과 들과 호숫가를 혼자 쏘다니고 험준한 바위산, 뾰족한 봉우리들 위로 흘러가는 구름, 폭풍우와 맞서 싸우는 절벽 위의 소나무들을 바라보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다.
열 살 때 처음 올라가 본 젠알프 봉우리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세상을 내려다본 뒤부터 아득한 산 너머 넓고 먼 세계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품게 된다. 진학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 페터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문학을 접하고 진지하게 시나 소설을 써보기도 한다. 취리히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친구 리하르트가 잡지에 몰래 그의 글을 기고한 일을 계기로 문예비평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잡문이 아니라 시를, 위대하고 독특한 삶과 동경의 노래를 쓸 날이 오리라는 은밀한 희망을 마음에 품고 있다.
우울한 기분이 엄습해 오는 밤이면 창가에 누워 검은 호수와 창백한 하늘과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말 없는 자연을 시로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죽음과 절친한 친구 리하르트의 죽음 그리고 실연의 아픔 탓에 페터는 한동안 술과 방랑으로 점철된 방탕한 생활을 보낸다. 우울증이 깊어져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지만, 어느 날 문득 고요하고 엄숙했던 어머니의 임종의 순간을 떠올리면서 자살 충동을 극복하고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성자 프란체스코의 발자취를 더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박하면서도 자유롭고 쾌활한 생활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은 카멘친트는, 도시 생활과 현대 문명에 염증을 느끼면서 자연을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인으로서의 소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페터는 늙은 아버지를 돌보며 마을의 술집을 인수해 정착할 계획을 세운다. 긴 세월 동안 타지를 떠돌다가 결국 다시 고향에 돌아온 니미콘 마을의 페터 카멘친트는 이제 자연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진정한 시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페터 카멘친트>는 헤세의 처녀 장편소설이다. 우리에게는 <데미안>, <싯다르타>, <수레바퀴 밑에> 같은 작품들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지만 헤세를 문학 지망생에서 한 명의 어엿한 작가로 인정받게 만든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첫 작품은 바우어른펠트상을 헤세에게 안겨주기도 했다. 헤세의 문학적 역량을 최초로 입증한 작품이고, 헤세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신념과 세계관을 고찰하고 분석하는 데 토대가 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그 가치는 결코 이후의 작품들보다 덜하지 않다.

<페터 카멘친트>는 낭만주의의 영향이 짙게 느껴지는데 알프스 주변의 풍경과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서정적인 필치가 특징적이다. 산골 소년이 도회지로 떠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경험을 통해 시인으로 성장하는 내면의 발전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헤세의 다른 여러 소설들과 함께 성장소설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낯선 세상과 부딪혀 그 세상과 화해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세상과의 충돌 이후 고향의 자연으로 돌아와 내면화 혹은 개인화의 길을 걷는다. 이런 면에서도 이 작품은 사회적인 관계보다는 인간 내면의 영혼 쪽으로 포커스를 맞춘 이후 헤세 성장소설들의 초석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제 면에서 이 작품은 헤세의 다른 성장소설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내용과 스타일 면에서는 상당히 이질적인 면을 보인다. 양극성의 대립 과정과 그것이 통합되어 조화를 향하는 이중성, 혹은 양극성의 도식적 구도를 내포하고 있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페터 카멘친트>는 예술가 계열 소설인 <게르트루트>나 자전적 요소가 강한 <수레바퀴 밑에> 같은 작품들처럼 사실주의적인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자연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이 작품을 한 편의 '시적 지질학'이라고 평가받게 하기도 하는데 태양과 구름, 산과 바다, 나무와 풀잎 등 모든 살아 있는 자연 속의 존재들을 형상화하고 찬미하는 헤세의 언어에는 '진실성'과 '감정'과 '사상'이라는 그윽한 음성이 고상하게 퍼져 나온다.

한 산골 소년이 학문과 예술을 접하고 사랑과 우정,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체험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이루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 이야기는 '시인이 아니면 그 무엇도 되고 싶지 않다'고 한 질풍노도 시기 헤세의 또 하나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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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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