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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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

Ⓒ 안규철, 「잎」, 종이에 연필, 21×29.7cm, 2010

 

도봉산에 가서 신록의 숲을 사진 찍는다.
그 숲 속의 어느 나무에서 잎 하나를 떼어 주머니에 넣는다. 
수유리 미아리 돈암동 삼선교를 거쳐 혜화동까지 오면서 
중간중간에 멈추어 서서 주머니의 나뭇잎을 꺼내 
멀어지는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멀어질수록 산은 연녹색에서 청회색으로, 그리고 
희미한 회색 얼룩으로 변한다. 같은 신록이었던 것이 
산과 잎사귀로 갈라서고 있다. 돌이킬 수가 없다.

 

이것은 내가 미술대학을 마치고 군에 갔다 와서 거의 처음으로 했던 사진 작업에 대한 메모다. 8×10인치 컬러사진 여덟 장으로 되어 있던 원작은 이삿짐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언젠가 이 작품을 재현해볼 생각으로 2001년쯤에 그 내용을 연필 드로잉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헤아려보니 정확히 29년 전이다. 그때 나는 스물다섯 살의 철없는 예술가 지망생이었고 나를 둘러싼 세상과 나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어느 봄날 주말에 누군가에게서 빌린 니콘 카메라를 둘러메고 버스로 도봉산까지 갔고, 거기서 조금씩 혜화동의 화실로 돌아오며 코닥 컬러필름으로 이렇게 잎사귀와 풍경을 겹쳐놓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무렵에 80년 광주가 있었다. 나는 그 후 여러 해 동안 작업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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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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