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가장 빛나는 소설과 소설가에게 주어지는, 67회를 맞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 문학상인 <현대문학상>의 올해의 수상자와 수상작으로 정소현의 「그때 그 마음」이 선정되었다. 심사는 2020년 12월호~2021년 11월호(계간지 2020년 겨울호~2021년 가을호) 사이, 각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수상후보작으로는 김멜라 「저녁놀」, 손보미 「해변의 피크닉」, 안보윤 「밤은 내가 가질게」, 위수정 「풍경과 사랑」, 이장욱 「노보 아모르」,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정지돈 「지금은 영웅이 행동할 시간이다」, 조해진 「허공의 셔틀콕」, 한정현 「쿄코와 쿄지」가 선정되었다.
심사평
유학을 준비하던 20대 시절 단짝 친구였던 두 여성이 20여 년 만에 만나면서 드러나는 그녀들의 삶의 흔적을 좇는 「그때 그 마음」은 가족관계 속에서 여성에게 자신만을 위한 삶이 가능한가를 묻는다. 그녀들의 비극적 삶은 IMF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 당연해서 새로울 것 없고 그래도 잊어도 좋았던 마음들을 건져내고, 가난하고 나이 든 여성의 폐허라 불러도 좋을 얼굴들을 발견한다.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상투적인 것은 그녀들의 마음이 아니라 그 마음을 짚어내지 못하는 무딘 시선과 언어였음을 소설로서 전한다.
―소영현(문학평론가)
정소현의 「그때 그 마음」은 무겁고도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정통 방식의 서술 기법으로 끝까지 밀어 붙인 소설이었다. 각각 가족과의 관계에서 큰 상처와 고통을 받은 순정과 혜성은 23년 만에 재회하게 되는데, 그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서로의 상황도 확연하게 다른 처지이다. 하지만 그 다른 처지를 통해서 작가는 각자의 고통의 무게를 재는 데 열중하지 않고, 무게를 분산하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어설픈 위로나 감상적인 설득 없이, 정직하고 담담한 필치와 상황으로 두 사람의 삶을 탐구하면서 종내에는 ‘마음’의 힘을 인정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폐허와 무너진 가족의 리얼한 묘사 때문에 그 힘이 더 셌다. 그 위에 서 있는 두 사람을 그리는 작가의 곡진함이 심사위원 모두에게 전해졌다. 마음이 다 한, 마음이 전해진 소설이었다.
―이기호(소설가 · 광주대 교수)
23년 만에 재회한 혜성과 순정은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대로, 삶이 깎여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살아온 중년 여성이다. ‘최대한 쓸모없고 아름다운 걸’ 사는 데 돈을 써버리려는 순정과 폐지를 수거하는 일을 하는 혜성은 애써 살아온 결과로 그런 처지에 놓인 인물들이라기보다 그렇게 살기로 결심한 인물들이다. 특히 ‘혜성’은 고요하게 수도승처럼, 세상에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려고 하는데, 어느 날 화가의 추억에 속절없이 빠져들면서 낯선 감정에 휩싸인다. 폐허와 비극을 지나 고독을 받아들이는 것은 한때의 사랑이 있기 때문임을, 한때 우리를 먼 곳으로 데려가주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사랑이 있기 때문임을 깨닫는 순간, ‘그때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한 그 마음이 되고 만다. 인물 내면에 이는 담담한 일렁임과 실패를 지켜보노라면 언뜻 무심하고 투박해 보이는 서술의 적층이 남긴 고독과 슬픔의 잔여물을 속절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심사위원들이 애쓸 것도 없이 쉽게 공감해버린 그 마음이기도 하다.
― 편혜영(소설가 · 명지대 교수)
수상소감
나는 쉽게 흥분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놀라지 않는다. 쉽게 미워하거나, 기분 나빠하거나, 슬퍼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들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쉽게 감동하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 무엇에도 마음을 잘 싣지 않고, 어차피 모든 것이 지나가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내 탓이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지만, 실은 내 어딘가가 훼손되었으며 마음을 잃어버렸음을 알고 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잃어버린 마음들을 만나곤 한다. 도려내고 억눌러버린 오래전의 마음들, 적당한 것을 모르는 열정과 밤새 길을 걷게 했던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는 못 배기던 증오와 불가해한 고독과, 사랑으로 가득했던 마음을 다시 만난다. 그 마음들이 한때 그곳에 있었음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순간, 나는 내 것이 아니라고 버려둔 마음을 다시 끌어안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소설 속의 혜성과 순정도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정소현
수상후보작
김멜라 저녁놀
손보미 해변의 피크닉
안보윤 밤은 내가 가질게
위수정 풍경과 사랑
이장욱 노보 아모르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정지돈 지금은 영웅이 행동할 시간이다
조해진 허공의 셔틀콕
한정현 쿄코와 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