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혼자 있을 땐 적막이 최고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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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

아이러니하게도 타인과의 적막은 참기 어렵지만…… 혼자 있을 때 흐르는 적막은 너무나도 좋다. 좋다는 감각이 무엇인지도 모를 만큼 이 집의 모든 것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물건이 제자리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나도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딱 알맞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오면 비교적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어서 그런지 정말로 집에 있을 땐 조용히 있는 편이다. (아주 가끔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춤을 추긴 하지만…….)

 

이 집은 원래 이렇게 조용해?

아니 내가 그냥 조용히 사는 거야…….

 

친구는 나의 옆집이 정말 좋겠다고 말한다. (옆집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으련만…… 진실은 알 수 없다.) 나는 정말로 조용히 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싫어하고 큰 목소리를 내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혼자 지내다 보면 집에서 그렇게까지 큰 목소리를 낼 상황이 많이 없다. 그렇다면 친구는 도대체 집에서 무얼 하느냐고 물어본다. 글쎄. 나는 무엇을 할까? 뭐라고 딱 말할 순 없지만 나는 집에서 엄청 바쁘다. 1인 가구이기 때문에, 1인 가구의 가장으로서 나 자신과 나의 집을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 요리를 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다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도, 노래를 듣는 것도, 구독한 OTT를 보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글을 끝까지 마무리 짓는 것도 모두 다 내 몫이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 가장 시끄러운 것은 아마도 내 머릿속과 내 마음일 것이다. 그러니까 복잡하고 시끄러운 머릿속과 마음을 잠재우는 것도 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다시 차분해지기 위해서 일단 눕는다. 누워서 생각한다. 이 복잡함을 어떻게 없애지? 한숨 자고 일어날까? 일어나서 청소를 할까? 헤드셋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까? 이 마음 그대로 일기를 써볼까? 여러 가지 단어와 문장들 그리고 장면들이 뒤섞인 채로 나와 함께 누워 있다. 만약 나의 모습을 제삼자가 볼 수 있다면 그건 아마도 평온 그 자체일 것이다. 보이는 것과 달리 확실히 머릿속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떤 것부터 해야 할까? 오늘은 어떤 시를 써야 할까? 머릿속으로 계획을 짜본다. 계획을 다 세웠을 땐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최대한 계획대로 해보려고 노력한다.

가끔은 복잡한 머릿속을 꺼내서 누군가에게 그대로 보여줄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다. 심란한 마음을 한 번 정도 털어낸 다음 다시 장착하면 좋겠다고, 생각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고 무의 상태로 가만히 있으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면 검은색 배경에 생각이라는 흰 글씨가 더욱 크게 보인다. 어쩌면 나의 내면이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기 때문에 내 공간에서만큼은 더 조용히 있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내면이 어지러울 땐 글을 쓰자.

맞다. 나는 글을 써야 한다. 다시 일어나서 노트북을 켜고 파일을 열어본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땐 자연스럽게 적막의 끝을 찾아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때 찾아오는 적막은 순식간에 사람을 외롭게 만들지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때론 아득하고 쓸쓸하게 만드는 적막이지만…… 가끔은 이 적막을 뚫고 들려오는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한다. 여름엔 창문을 열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바깥소리는 왠지 모르게 좋다.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 점심시간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 식료품 가게에서 과일을 싸게 판다는 소리, 고장 난 전자기기를 산다는 소리, 집 앞 나무들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 등등. 정확히 들리지는 않지만 꽤나 정겨운 소리들이다. 이러한 소리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한 장면으로 들어와 시의 빈 공간을 채워주기도 한다. 아무래도 외로움과 적막은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사이인가보다. 나는 우리 집에서 1인 가구의 가장으로서 이 적막과 오래오래 잘 지내보고 싶다. 글을 쓸 때든 아니든 적막이 가득한 이 공간에서 너무 외롭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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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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