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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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장기간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영화를 보고 해석하는 것도, 음악을 듣고 상상하는 것도,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도, 그림책을 보고 우는 것도, 전시를 보고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자연의 광활함을 느끼는 것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다가 문득 이 모든 걸 혼자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례지만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최근 들어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바로 MBTI가 어떻게 되냐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 필수 질문이 되어버린 이 질문은 스몰토크를 시작하기에도 좋고,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기에도 아주 알맞다. MBTI를 믿고 말고를 떠나서 말이다. 테스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유형을 말할 것이고, 테스트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앞서 질문을 던졌던 사람이 왠지 어떤 유형일 것 같다며 추측을 해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은 무언가를 해석하는 것을, 혹은 해석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해석해준다는 데 일단 흥미가 생기지 않겠는가? 일종의 사주처럼 말이다. 물론 뭐든지 너무 과하게 빠져들면 안 되겠지만……. 네 개의 알파벳 안에 사람을 가둘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우연히 MBTI에 관한 글을 보다가 인상 깊은 대목이 있어 그대로 옮긴다. “저희 아버지가 그러는데 MBTI를 통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아는 것도 있지만,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나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비비지의 엄지가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 중에 한 말이었다. 맞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한 카테고리 안에 묶는다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위의 질문에 답을 말하자면 나는 INFJ(선의의 옹호자). 가끔 ENFJ(정의로운 사회운동가)가 나오기도 한다. 뒤의 세 개는 항상 같게 나오지만 앞의 한 글자는 테스트를 하는 당시 상황과 기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5149I(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우세하다. 물론 극 내향인 친구들은 나를 보고 진정한 내향인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내향인이라고 하기에는 외향적인 것 같고, 외향인이라고 하기에는 내향적인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MBTI를 정말 믿어요? 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파악하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면에서는 믿을 수도 있겠다.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 안에 갇혀 한 사람을 파악하려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또한 심리와 관련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아쉽게도 나에겐 그러한 능력이 없다. 다만 무언가를 세심하게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능력은 약소하게나마 타고난 것 같다.) 작품 설명에 써놓은 것처럼 내향인과 외향인, 그 사이에서 투명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이 이 일기의 중점이다. 그것은 사람이 될 수도, 사물이 될 수도, 음악이 될 수도, 문장이 될 수도, 아니면 마음처럼 형체화가 되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반대로 투명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고 깨지는 것을 기록할 수도 있다.

 

나는 내향인 혹은 외향인을 대표하지도 않고, 대표할 수도 없다. 결국 이 연재는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 중 한 사람의 일상을 기록한 것이며, 그 일상 속에서 내향적이었던 순간과 외향적이었던 순간을 파고들어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카페에 앉아 친구 혹은 동료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재밌고 편하게 봐주시길 바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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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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