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혼奪魂에 항거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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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문학작품 읽기에 여러분이 선뜻 나서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우울하군요. 세상이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논어를 보면 학야 녹재기중의學也 祿在其中矣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자연히 취직이 되니 봉급이 그 안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자의 시대에는 소수의 자제들만이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또 그 공부라는 것이 경세經世의 학문이니, 어느 정도 배우고 나면 제후諸侯나 귀족에게 채용되어 통치행위를 돕는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죠. 그러니 오늘날과는 사정이 판이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죠. 오늘날 여러분이 목격하고 있는 고등교육의 보편화, 학문의 갈래의 다양화, 자주 찾아오는 경제적 위기와 구조조정, 급속히 달라지는 사회적 여건,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의한 생력화省力化 따위의 환경은 안정되고 품위 있는 직장의 획득을 매우 어렵게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상급반이 되면 벌써 어느 대학의 무슨 과에 진학해서 무슨 공부를 하는 것이 취직의 가능성을 높여줄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대학 자체도 이미 진리의 전당이라는 종래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취직 예비학원으로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목전의 문제인 취직 이야기를 하는 대신에, 문학작품을 통해서 여러분이 삶의 현실을 반성하고 더 진정한 길로 들어서기를 종용하는 나와 같은 사람은 철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비칠지 모릅니다. 목에 풀칠도 못하는 사람 앞에서 고매한 설교를 하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공부를 한다는 것, 더구나 젊은 시절에 공부를 한다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현상이나 사상을 가지고 고민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어느 정도라도 밟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고 항상 남들의 언설言說에 속거나 시대와 사회의 흐름에 끌려다니는 피동적인 인간이 되고 맙니다. 말하자면 혼을 빼앗긴 사람이 되고 마는 거죠.

되풀이하지만, 나는 오늘날의 젊은이의 현실적 상황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지난번 강의에서 예로 든 고도를 기다리며의 럭키나 신세계의 주민들처럼 여러분이 자아를 상실한 인간이 되기를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불가피하게 생존경쟁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변전하는 사회에 적응해나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문학작품 읽기가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삶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통해서, 자아의 정체성의 회복을 통해서, 그리고 또 숱한 이질적異質的인 사물이나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일상생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진실과 기쁨을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그 양면작전이 전혀 불가능할까요? 물론 그 두 가지는 자칫 모순되는 일이겠죠. 하지만 모순이 없는 인생이란 원래 있을 수 없는 것이며, 모순은 우리를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새로운 삶의 창조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해온 문학이야기가 여러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 모순을 지녀나가고 또 욕심 같아서는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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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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