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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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한데 이런 세 가지 요건을 갖춘 놀이는 또한 말장난에서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언어가 무엇보다도 정보나 의사나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로서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장난감이 되기도 합니다. 누가 여러분에게 당신은 왜 노느냐고 물으면 노는 것이 재미있으니까라고 대답하겠죠. 한데 당신은 왜 말을 하느냐?”고 물으면 말하는 것이 재미있으니까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경우는 없을까요? 예를 들어서 사람의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갈 때는 철들 때다라고 말할 때, 혹은 물은 물인데 바짝 마른 물은? 가물이라고 문답할 때, 여러분은 과연 무슨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말하는 것일까요? 원숭이 볼기짝은 빨게,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하는 식으로 연상놀이를 할 때, 여러분은 언어를 일상적인 차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물론 아니죠. 이럴 경우에 언어는 단순한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 일종의 사물입니다. 그것도 이리저리 만져보고 꾸며보고 또 뜯어보고도 싶은 야릇한 사물입니다. 마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변신로봇이나 인형처럼 말이죠. 위에 든 예로 보자면, ‘이라는 낱말이 내 앞에 있는데, 거기에는 라는 뜻과 사리를 분별하는 능력이라는 전혀 다른 두 가지 뜻이 있어, 그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로 재미있는 표현을 꾸며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또 가물에 관한 말장난은, 마치 장난감의 부분품을 분해하듯이 두 음절로 된 그 낱말을 해체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원숭이 볼기짝은`으로 시작하는 일련의 연상놀이 역시 아무런 정보가치도 없는 말장난입니다. 그 재미는 한 명사의 속성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다른 명사를 환기시키고 그 명사의 다른 속성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또 다른 명사를 환기시키면서 문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데 있습니다.

이런 말장난은 언어에 있어서의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뒤집어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뜻의 전달이 목적이며 그 표현은 크게 문제가 안 됩니다. 가령 우리는 배가 고프다는 뜻을 전할 때, ‘시장하다’ ‘먹고 싶다’ ‘속이 비었다와 같은 다른 표현을 사용해도 크게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 여러 표현은 모두 동일한 한 가지 내용을 가리키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말장난에서 뜻은 표현에 종속되거나 표현에 의해서 희생됩니다. 위에서 든 예를 다시 생각해보죠. 첫째 예에서 철들 때와 뜻이 같다고 해서 그것을 가령 분별력이 생길 때’ ‘지각이 날 때따위로 바꾸어놓으면 말장난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둘째 예의 경우 가물대신에 한발은 물론 가뭄’, ‘가물음과 같은 동의어를 갖다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연상놀이에 나오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빨가면 사과대신에 빨가면 장미로 바꾸어놓는다면 그 일련의 말장난은 달라지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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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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