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란드는 인간의 아이지만 온 부엉이의 어머니이자 사물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지혜로운 부엉이 그리마의 품에서 자란다. 열여섯이 된 어느 날, 그리마는 욜란드가 마녀의 저주를 받아 벌판에 버려진 아이였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마녀의 저주를 받은 이유까지는 그리마도 알지 못했다. 이후 근처 영지에서 사냥하러 나온 토플러 성 영주의 아들에게 그리마가 죽고, 욜란드도 그 성으로 가 처음으로 인간 틈에서 살게 된다. 욜란드는 그리마에게서 물려받은 그림자의 날개를 펼쳐 마녀가 저주로 뒤틀어놓은 원래의 운명을 찾아낸다. 그러나 다시금 마녀의 손길이 욜란드의 길에 들어오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왔다. 일하던 호프집에 손님으로 온 고교 동창이 “가게 차렸니?”라며 호들갑스럽게 인사했다. 문득 삶을 돌아보니 얇은 통장은 아쉽지 않지만, 출간작 하나 없는 현실에 마음이 시렸다.
정말 장르 단편 작가는 뻗어나갈 길이 없는지 고민 끝에 2003년 6월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창간, 2010년 6월까지 편집장 노릇을 했다. 그간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오해받을 만큼 실감나게 달콤쌉싸름한 연애담, 정신상태를 의심받을 정도의 유혈 낭자 신체 절단담에 어쩌면 실화가 섞였을지도 모르는 저열한 일상 속 치열한 삶에서 머나먼 우주로 날아가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글을 썼다. 거울 첫 번째 개인 단편선 『신체의 조합』을 출간했으며, 『한국환상문학단편선』에 「문신」을, 『유, 로봇』에 「파라다이스」를,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에 「학교」를, 『앱솔루트 바디』에 「집사」를, 『한국 스릴러문학 단편선 2』에 「숏컷」을 수록하며 출간작들이 쌓여갔지만, 작가보다 거울 편집장의 이력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글에 모든 걸 걸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에 거울 편집장도, 어설픈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첫 장...편 『지우전 ; 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를 써서 출간했다. 통장을 털어 쓰는 동안 나간 생활비는 복구할 길이 없지만, 작가의 삶에서는 큰 기쁨이었다. 2013년 두 번째 장편 『부엉이 소녀 욜란드』를 출간하며 크게 바라는 건 없고, 어여쁜 고양이 가릉이와 연이에게 줄 캣타워, 부엉이와 고양이 문양의 옷을 넣을 옷장, 최소 12cm 하이힐로 가득 채울 신발장이면 족하겠다. 아, 큰집부터 있어야겠구나. 허황된 꿈에 잠길 때마다 “글, 그림, 내 인생에 다른 건 없다.”고 외치지만, 한편으로 닥터, 개리, 잭 같은 특정단어에 한없이 약해지곤 한다.
잊지 마라. 넌 인간의 아이지만 네 그림자는 부엉이라는 걸.
삶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그림자가 널 도울 거야
폴라북스에서 선보이는 국내 장르문학 걸작의 첫 번째 주자
뒤틀린 운명을 찾아가는 부엉이 소녀의 이야기
필립 K. 딕 걸작선, SF 총서 ‘미래의 문학’에 이어, 현대문학의 종합출판 브랜드 폴라북스에서 국내 장르문학에 발을 내디딘다. 판타지와 SF, 로맨스, 호러 등 장르문학 범주에서 매혹적이고 색깔이 뚜렷하며 이야기 본연의 재미가 살아 있는 작품들을 엄선하여 소개하는 폴라데이&나이트 시리즈로 출간될 국내 장르문학 작품 중 첫 번째 주자로 박애진의 『부엉이 소녀 욜란드』가 출간되었다.
『부엉이 소녀 욜란드』는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창간해 국내 장르문학의 견인차가 되었으며, 그 자신도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로서 각광받는 박애진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마녀의 저주를 받아 부엉이의 품에서 자라난 소녀 욜란드가 뒤틀린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적 환상문학이다.
그러나 『부엉이 소녀 욜란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박애진이 앞서 단편소설에서 치열하게 소수자와 성 역할에 관해 제기했던 의문, 첫 번째 장편소설 『지우전』에서 담금질한 자기성찰이 함께 담긴 작품이다. 처음으로 긴 이야기를 접하는 어린 독자부터 삶에서 파도를 겪은 어른까지 각자의 인생에 큰 의문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작품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폴라데이&나이트 시리즈는 이후 『양말을 줍는 소년』『절망의 구』 등의 작품으로 멀티문학상 대상과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김이환의 『오픈』, 철학적 깊이와 SF적 상상력으로 국내에서 가장 SF다운 SF를 쓴다고 평가받는 작가 김보영의 『7인의 집행관』을 출간할 예정이다.
『부엉이 소녀 욜란드』는 여인이 새처럼 분장을 하고 찍은 한 장의 패션 화보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했다. 제목도 바로 떠올랐고, 처음부터 결말까지 전체 이야기 구성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초고를 마치고, 퇴고를 거쳐, 마침내 탈고하기까지 과정은 모든 글이 그렇듯 쉽지만은 않았다.
글을 쓴다는 건 작은 불빛도, 나침반도 없이 어둠 속을 헤매는 것과 같다. 최종 목적지도,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도 정답은 없기에 내가 가는 길이 옳은 방향이라고, 매 순간 스스로를 믿으며 나아가야 한다.
- 박애진 (작가의 말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