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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키 콜린스

윌키 콜린스 지음 박산호
979-11-90885-33-1
2020년 09월 29일
564쪽 | 145*207 | 국판변형
16,000원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빅토리아 시대를 사로잡은

센세이션의 정점에 있었던 영국적 미스터리의 시초, 윌키 콜린스

 

윌키 콜린스가 쓴 작품은 미스터리 중에서도 가장 신비롭다.

- 헨리 제임스 -

 

찰스 디킨스와 더불어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T. S. 엘리엇이 ‘근대 영국 탐정소설의 창시자이며 당대 그 장르에서 가장 뛰어난 소설가’라고 극찬하고, 아서 코난 도일이 추리작가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로 유명한 윌키 콜린스의 단편소설선이 「세계문학 단편선」 서른아홉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 『윌키 콜린스』는 옥스퍼드 대학 영문학 교수이자 빅토리아 시대 소설 연구가인 줄리언 톰프슨이 편집한 『윌키 콜린스 단편 전집Wilkie Collins: The Complete Shorter Fiction』(1995)을 저본으로 삼아 48편의 단편 중에서 1850년대에서 1860년대에 윌키 콜린스가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며 작가로서 절정에 달한 시기에 쓴 작품 열 편을 모은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의 단편 세계를 조망한 의미 있는 작품집이다.

 

■ 지은이_ 윌키 콜린스 (Wilkie Collins, 1824~1889)

 

“나는 항상 소설의 주된 목적이란 이야기를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찰스 디킨스와 더불어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런던에서 풍경화가 윌리엄 콜린스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사립 기숙학교를 다니던 10대 시절, 한 친구에게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괴롭힘을 당했다. 당시에는 고통스러웠지만 후에 콜린스는 이때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학교를 나와서도 재미 삼아 계속 소설을 써서 1843년 처음으로 《일루미네이티드 매거진》에 단편을 싣는다. 아버지는 아들이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 직업을 가지기를 바라며 링컨 법학원에 입학시켰는데, 윌키 콜린스는 학위를 따지만 변호사로 개업하지는 않는다.

1847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을 출판하며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한다. 1851년 찰스 디킨스를 만나면서 평생에 걸친 우정과 협력 관계가 시작된다. 디킨스가 발행하는 주간지 《흔히 쓰는 말》에 단편소설 「아주 기묘한 침대」, 「가브리엘의 결혼」, 「꿈속의 여인」 등을 싣고, 디킨스의 또 다른 주간지 《1년 내내》에 『흰옷을 입은 여인』과 『월장석』을 연재하면서 콜린스는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오른다. 사건에 감춰진 음모, 공포, 목숨을 건 사랑 등의 자극적인 소재에 멜로드라마, 복잡한 서스펜스가 얽힌 그의 소설은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독서 대중의 성장과 이에 따른 주간지의 발달과 맞물려 문학계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콜린스의 작품은 ‘센세이션 소설’이라 명명되었는데, 이는 오늘날의 탐정소설과 서스펜스 소설의 선구로 여겨지는 장르로, 빅토리아 사회의 인습과 폐단을 미스터리 요소로 표현하고 등장인물이나 대화의 사실성을 극대화시킴으로써 19세기 사회의 핵심을 드러냈다.

한편, 법학원에서 받은 교육은 그의 작품 세계와 작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 사건을 여러 사람의 관점과 서술을 통해 드러내 보이는 구성과 일기나 편지, 진술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특이한 구조는 소설의 형태에 혁명을 일으켰다. 묘령의 여인이나 유령, 가문의 비밀이나 저주 등 그만의 독특한 환상과 짜임새 있는 사건 진행, 추리적 요소는 이후 도로시 세이어즈, 아서 코난 도일을 비롯한 많은 추리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옮긴이 박산호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거쳐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가 로렌스 블록의 『무덤으로 향하다』로 출판 번역계에 입문했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카리 모라』『임파서블 포트리스』『지팡이 대신 권총을 든 노인』『거짓말을 먹는 나무』『토니와 수잔』『레드 스패로우』『하우스 오브 카드 3』『차일드 44』『싸울 기회』『다크 할로우』『콰이어트 걸』『용서해줘, 레너드 피콕』『세계대전 Z』『인간으로 산다는, 그 어려운 일』『그 일이 일어난 방』 등 70권이 넘는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나는 항상 소설의 주된 목적이란

이야기를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윌키 콜린스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 런던에서 풍경화가 윌리엄 콜린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사립 기숙학교를 다니던 10대 시절, 한 친구에게 마치 『천일야화』처럼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괴롭힘을 당했다. 당시에는 고통스러웠지만 훗날 회고하기를 콜린스는 이때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1851년 콜린스는 문학적 멘토이자 평생의 벗이 되는 찰스 디킨스를 만나면서 뛰어난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찰스 디킨스는 주간지 《흔히 쓰는 말》과 《1년 내내》의 발행인 겸 책임 편집자였는데, 그는 콜린스에게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는 법, 해학과 사회 풍자를 내포하는 법 등을 알려 주었고,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잘 읽히는 글을 쓰도록 강조했다. 콜린스는 이 주간지에 단편소설들을 게재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장편소설 『흰옷을 입은 여인』과 『월장석』을 연재하면서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오른다. 사건에 감춰진 음모, 공포, 목숨을 건 사랑 등의 자극적인 소재에 멜로드라마, 복잡한 서스펜스가 얽힌 그의 소설은,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독서 대중의 성장과 맞물려 문학계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읽을거리를 찾는 대중에게 주간지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고 절묘한 부분에서 끊어 내는 ‘절단 신공’의 대가 콜린스의 이야기 호흡은 독자의 정신을 쏙 빼놓을 만했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야기 전개로 부엌데기부터 빅토리아 여왕의 궁정 인물들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콜린스의 소설 연재를 전전긍긍하며 기다릴 정도였다고 한다.

 

■ 이 책에 대하여

『윌키 콜린스』에는 그의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이 잘 드러나는 단편소설 열 편이 수록되었다. 콜린스는 한 사건을 여러 사람의 관점과 서술을 통해 드러내 보이는 구성과 일기나 편지, 진술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특이한 구조로 소설의 형태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 책 속 단편 「앤 로드웨이」는 한 여공의 일기로 서술되는데,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을 밝히기 위해 사건을 추리하고 조사해 나가는 주인공에게서 여성 탐정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조카가 삼촌을 회상하며 그의 삶을 추적하는 이야기 「가족의 비밀」은 가족 내에서는 보잘것없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이의 시점에서는 고결한 품성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한 인물이었음이 밝혀지는 단편으로, 콜린스는 빅토리아 시대 중산층 가정의 허상을 꼬집었다. 자기를 살해할 여인과 두려워하면서도 결혼하게 되는 마부 이야기 「꿈속의 여인」은 세 사람의 시점을 교차해 보여 줌으로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특히 이 단편에서는 결혼 제도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콜린스의 결혼관이 슬쩍 비치기도 한다.

전통과 인습에 얽매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콜린스는 결혼으로 남녀 모두 제도와 관습에 얽히게 된다고 생각했고, 결혼 제도에 부정적이었다. 부모의 잘못으로 씌워진 족쇄로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가브리엘의 결혼」, 친부가 누렸던 쾌락과 타락 때문에 고통 받는 사생아에 대한 이야기 「죽은 자의 손」, 쌍둥이 자매가 너무 닮아서 일으킨 착각 때문에 결혼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인의 운명을 절절하게 묘사한 「쌍둥이 자매」, 위대한 예술가를 꿈꾸는 허세 가득한 청년 귀족이 이탈리아로 가서 무시무시한 모녀를 만나 결혼당할 뻔한 우스꽝스러운 공포 이야기 「페루지노 포츠 씨의 인생길」에서 결혼 제도에 비판적이었던 그의 의식을 찾아볼 수 있다.

콜린스는 서스펜스, 추리, 미스터리 장르에 있어서 뛰어난 소설들을 선보였고, 이 책 속 단편에서도 묘령의 여인이나 유령, 가문의 저주 등 독특한 환상과 추리 방식이 나오는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를 피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청년의 이야기 「미치광이 몽크턴」, 도박으로 거금을 딴 청년이 도박장의 아주 이상한 침대에서 자다가 죽을 뻔하지만 추리를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아주 기묘한 침대」, 미래를 예견하는 천리안으로 살인 사건을 보게 되는 「얼어붙은 땅」 등의 단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9」『윌키 콜린스』를 통해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빅토리아 시대를 사로잡은 영국적 미스터리의 시초, 윌키 콜린스 단편소설의 매력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평생 전통과 인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소신껏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낸 윌키 콜린스. 인류는 그가 쓴 미스터리 소설들과 희곡들 덕분에 여가 시간을 좀 더 재미있고 스릴 넘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데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 「옮긴이의 말」에서

 
 

■ 책 속으로

 

로마에 온 지 막 일주일이 됐는데 나는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나와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 ‘영원의 도시’의 유물들에 대해 쓰는 것으로 이 결심을 실행할 것이다. 나는 그런 건 쓰지 않겠다. 나는 그보다 더 흥미로운 주제인 나 자신에 대해 쓰겠다.

내 생각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역사화를 그리는 화가로서 가까운 장래에 내 전기가 나올 것 같은데 그때 나에 대한 개인적이고 상세한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그림도 그리니, 내 성격 묘사도 못 할 것이 없지 않은가?

나는 요람에 있을 때부터 예술가가 될 운명이었다. 내 아버님은 대단히 탁월한 감정가이자 위대한 수집가였다. 아버님은 당신이 좋아하는 회화 대가의 이름을 따서 내 이름을 ‘페루지노’라고 지어 주고 유산으로 연 수입 500파운드를 남기면서, 임종하는 자리에서 위대한 화가가 되어 왕립 미술원에 들어가거나, 적어도 그러려고 시도하다 죽으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나는 아버님의 말씀을 따르겠다고 결심했지만, 아직까지 왕립 미술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님이 말씀하신 대안에 따라 죽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차라리 왕립 미술원이 먼저 파멸하기를 바라고 말지! 나는 그 형편없이 운영되는 조직인 왕립 미술원의 판단이 틀렸다는 점을 증명하겠다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최대한 오래 살 작정이다.

_ 37~38쪽, 「페루지노 포츠 씨의 인생길」

 

“저기서 거무스름한 피부의 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서 있는 모습이 보여. 아직까지 권총을 쥔 한 손은 허리 옆에 힘없이 축 처져 있지. 또 한 손은 피투성이 손수건을 입에 대고 누르고 있어. 죽음의 고통스러운 경련이 일어나 얼굴이 뒤틀려 있어. 하지만 나는 저 얼굴이 어렸을 때 윈코트 수도원에서 날 높이 안아 올려서 두 번이나 놀라게 한 바로 그 남자의 얼굴이란 걸 알아. 마치 산 사람처럼 저기 서 있는 그가 이제 자네 옆에 서 있어. 그는 크고 검은 눈으로 죽일 것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지. (…) 가지 말게! 제발, 제발 가지 마. 내가 자네를 불안하게 만들었나? 내 말을 믿지 않나? 이 불빛들 때문에 눈이 아픈가? 내가 자네를 이토록 밝은 촛불 빛 속에 앉힌 이유는 유령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보는 게 참을 수 없어서였어. 해가 질 때 어둠 속에 있으면 항상 유령에게서 빛이 뿜어져 나오지. 제발 가지 말게. 아직은 날 두고 가지 말아 줘!”

_ 98~99쪽, 「미치광이 몽크턴」

 

“하얀 여자들! 하얀 여자들이 왔어! 문을 열어라, 가브리엘! 서쪽을 봐 봐. 거기에 썰물이 빠지고 모래가 말랐을 거야. 거기서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그들, 천사처럼 키가 크고 힘이 센 그들이 길고 흰 옷자락으로 바다 위를 바람처럼 쓸면서, 흰머리를 뒤로 길게 늘어뜨리며 가고 있을 거야. 문을 열어라, 가브리엘! 그들이 네 아비와 동생이 물에 빠져 죽은 자리에 멈춰서 맴도는 모습이 보일 거야. 그들이 모래 위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가는 모습이 보일 거다. 거기서 그들은 맨발로 모래를 파고 미친 듯이 날뛰는 바다에게 죽은 자들을 내놓으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일 거다.”

_ 186쪽, 「가브리엘의 결혼」

 

지난 2월 27일에 저는 시내 산책로에서 아주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습니다. 금발 머리에 새하얀 피부의 영국 여인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넋을 잃고 바라보다 대화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어디 가서 한잔하자고 제안하자 그녀는 그러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아주 길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린 서로가 천생연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가 우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 모든 여자들이 다 동의하듯 제가 잘생긴 게 잘못입니까? 애정이라는 귀여운 약점에 굴복한 게 범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다시 여쭙지만 누굴 탓할 수 있겠습니까? 누굴 탓해야 한다면 분명 인간의 본성을 탓해야죠. 그 아름다운 여인도 아니고, 미천한 저도 아닙니다.

_ 309~310쪽, 「꿈속의 여인」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 아침 실시된 수사에 따르면 살인자는 마구간을 나와서 오솔길을 따라 강으로 갔다. 경찰들이 강바닥을 샅샅이 훑어서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그 여자가 익사했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 그날 이후로 다시는 목격되지 않았다는 점만 확실할 뿐이다.

그래서 미스터리로 시작해 미스터리로 끝난 꿈속의 여인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 여자가 유령인지, 악마인지, 아니면 인간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어떤 경이로운 존재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지, 혹은 우리 안에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가장 위대한 시인이 한 말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꿈으로 만들어진 존재이고, 우리의 보잘것없는 삶은 잠으로 끝난다.”

_ 321~322쪽, 「꿈속의 여인」

 

로버트가 돈을 많이 벌어서 돌아온다고 했다면 그 소식에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나는 그를 지금도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삶에 실망하고, 지칠 대로 지친 데다 전보다 더 가난해진 그를 다시 만나는 게 기대되지 않는다. (…) 나 때문에 이렇게 상심하는 건 아니다. 여자들은 원래 인생 자체가 고해인 데다 특히 나같이 재봉사로 일하다 보면 남자들보다 더 인내심을 기르는 법을 익히게 된다. 내가 겁이 나는 이유는 로버트가 의기소침해진 데다, 이 비정한 도시에서 나와 결혼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버는 건 고사하고 먹고사는 데도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될 것 같아서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정직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일할 의지가 충만하다 해도 워낙 가진 게 없어서 둘이 같이 살림을 꾸리고 단란하게 살아가는 것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 같다.

_ 323~324쪽, 「앤 로드웨이」

 

“중위님에게 평생 갈 실망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다고 했죠. 더 이상 설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일이죠. 이 세상에서 가망 없는 불행은 죄다 여자들이 원흉이니까.”

“여자들로 인해 생기는 행복이야말로 유일하게 100퍼센트 순수한 행복이기도 하다네.” 크레이퍼드가 말했다.

“중위님의 여자 경험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전 달라요. 전 모든 헌신, 인내심, 겸손, 숭배의 마음을 한 여인에게 다 바쳤습니다. 그녀는 여자들이 으레 그러듯 그런 내 마음을 아주 쉽고 우아하게, 무심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습니다. 전 용기를 내서 그녀의 마음을 얻기 전에 출세부터 하려고 영국을 떠났습니다. 대담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죽음에 맞섰습니다. 아프리카의 열 습지에서 목숨을 걸었습니다. 단지 그녀를 위해서 승진을 하고 싶었고 결국 했습니다. 영국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그 모든 걸 바치고 대가로 그저 지친 제 마음에 태양 같은 그녀의 미소를 받으며 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그 입술로 다른 남자가 그녀의 마음을 뺏어 갔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 고백을 들었을 때 저는 몇 마디 말만 남기고 그녀를 영원히 떠났습니다. 그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용서하는 날이 올 거요. 하지만 내게서 당신을 빼앗아 간 자는 당신과 처음 만난 날을 후회하게 될 거요’라고요.”

_ 479쪽, 「얼어붙은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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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Author: Juan Lee (Seung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