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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말들

천경우 -
978-89-7275-144-1 03
2019년 12월 30일
352쪽 | 132*192 | 신국판 변형
18,000원

사진작가 천경우가 전하는 소통과 교감의 소셜 퍼포먼스, 그 기록들

“당신은 지금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 앞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사진작가 천경우가 전하는 소통과 교감의 소셜 퍼포먼스, 그 기록들

 

▲ 이 책에 대하여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온 사진작가이자 공공미술가 천경우,
지난 20여 년간의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기록한 첫 에세이집 출간

 

1990년대 중반 이래 사진으로부터 출발해 영상과 대중 퍼포먼스,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 교감을 중시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일구어온 예술가 천경우. 그동안의 주요 작품세계를 선별하여 그의 인간 탐구의 철학적 사유에 근원을 둔 여러 질문들로 진솔하게 써 내려간 그의 첫 에세이집 『보이지 않는 말들』이 출간되었다. 2017년 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2년여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에세이 25편을 250여 장의 컬러사진과 함께 한 권으로 묶어낸 책이다.

 

작가는 인도 뭄바이의 기차역, 스페인의 작은 섬마을, 프랑스 교외 지역, 런던올림픽 현장, 뉴욕 타임스 스퀘어, 중국 허난성의 시골 마을, 서울 한복판 을지로, 경남과 전북의 사찰 등 전 세계 곳곳의 전혀 다른 별개의 공간을 무대로 그곳의 사람들에게 하나의 질문(요청)을 던진 후, 그들이 질문에 반응하여 어떤 경험과 조우하는지를 ‘예술적 중계자’로서 제안하고 지켜본다. 시간과 경험, 기억과 반응, 관계와 소통, 실재와 부재에 대한 질문들 앞에서 벌어진 예측할 수 없는 이 낯선 경험들은 참여자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심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작가는 참여자들의 표정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감정의 분출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성찰하는 기회를 가졌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껏 익명의 수많은 참여자들과 함께한 소셜 퍼포먼스들은 이제 생생한 글과 사진에 담겨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작가의 퍼포먼스는 독자들로 하여금 예술을 매개로 하여 타인들끼리의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자연스레 높여준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작품 모티프에서부터 작품 제안의 준비, 진행 과정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 참여자들과의 시간 그리고 그 후의 기억에 이르기까지, 그간 꺼내놓을 기회가 없었던 퍼포먼스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작가 노트’이다.

 


작은 공감이 불러일으키는 일상의 기적,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
찰나의 경험을 통해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다!

 

작가는 한국으로 이주하기 전, 독일 브레멘에 거주하며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작업실로 향하던 중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연결되어 있는’ 땅속의 파이프에서 하나의 모티프를 얻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이 보이지 않는 의식들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도시에 쉼 없이 공급되는 에너지 라인, 그 파이프에 시민들로부터 모집한 “타인에게 힘과 온기를 전할 수 있는 말들”을 써 넣어 존재케 한 것이다. 관공서와 시민의 협력 아래 장장 4년에 걸쳐 완성된 이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예술적 ‘사건’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퍼포먼스(「보이지 않는 말들The Invisible Words」)로 기록되었다.

 

작가가 열정적으로 시도해온 인종, 지역, 종교, 문화를 초월한 소통과 교감의 시도들은 결국 ‘사람’을 향한 그의 깊은 이해와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전시회란 “사람들과의 교감을 시작하고 울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어느 곳에서 전시가 이루어지는가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와도 같은 일이며 그것은 크고 작은 역사와의 만남”이라고 덧붙인다. 익명의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경험한 일상의 작은 충격들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남아 언제든 새롭게 기억될 수 있다는, 그 불가해한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 지은이 천경우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부퍼탈Wuppertal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에서 디플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사진과 퍼포먼스, 공공미술 작품 활동에 주력하고 있으며, 프랑스 막발Mac val현대미술관, 네덜란드 사진미술관 하우스 마르세유Huis Marseille,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 덴마크 오덴세Odense사진미술관, 폴란드 라즈니아Laznia현대미술관, 독일 함부르크Hamburg예술공예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들에 작품이 영구 소장되어 있다. 주요 작품으로 타임스 스퀘어에서의 퍼포먼스 「Versus」, 사진 연작 「Believing is Seeing」 「One-Hour
Portrait」 등이 있고, 작품집으로 『Thousands』 『Being a Queen』 『Performance Catalogue Raisonne I』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작가의 말

 

오래된 작업 노트 속의 두서없는 단상들, 이런저런 손끝의 흔적들을 통해 과거의 나와 만나는 시간은 기대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떤 때는 도대체 무슨 생각과 감정이 들었기
에 이런 글귀를 남겼는지 한참을 들여다보아야 했으며 지금의 나를 바라보면 별반 더 성숙해지지도 못한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였다.
이 책은 2년 남짓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가끔은 곤혹스러운 마감을 통해서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분들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그동안 겁도 없이 수많은 이들에게 불쑥 내밀었던 질문들과 제안의 글귀들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깊은 이해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반성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한편으론 수많은 참가자들이 가슴속에 지니고 있는 그 마음의 무게를 가늠하였더라면 아마도 그러한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글의 시제는 과거형과 현재형이 뒤죽박죽인데 이 모든 이야기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지만 현재진행형이기도 해서이다. (……)
이 책은 모든 프로젝트들을 가능하게 해준 조력자, 후원자들과 나의 가족, 무엇보다 어디에선가 우리가 함께한 경험을 각자의 기억으로 가꾸어가고 있을 수많은 익명의 참가자들의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나에게 전시회란 완성된 결과물을 선보이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물음이 비로소 사람들과의 교감을 시작하고 울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어느 곳에서 전시가 이루어지는가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와도 같은 일이며 그것은 크고 작은 역사와의 만남이기도 하다. ―p. 121, 「The Golden Table」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잠시 멈추고 벽 대신 빈 종이를 앞에 놓고 1분간 떠오르는 이름들을 적어보아도 좋겠다. 내 안에 있지만 살면서 한 번도 불러보지 않은 이름이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이 1분간의 시간이 아래 남아 있는 글을 마저 읽는 것보다 당신에게 더 나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p. 140, 「1000개의 이름들」

 

작은 체구의 때가 낀 양말을 신은 이탈리아 소년 파올로Paolo가 붕대를 감은 손가락을 내보이며 “저는 오늘 오른쪽 손가락을 다쳐서 글씨를 쓸 수가 없을 것 같아요”라고 했을 때 “이런 멋진 우연이 있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여섯 살 소년은 어차피 반대편 손으로 써야 한다는 설명에 반색하며 그 작은 손을 열심히 움직여 “Più forte(보다 힘차게)”를 남겨놓았다.

―p. 165, 「Perfect Relay」


사진은 주로 ‘과거’ ‘기억’으로 이야기되지만 사실은 과거를 담은 ‘현재’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기억은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변화될 준비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워온 사진의 전통적 방식, 순간을 최대 속도로 잡아내고 대상과의 일방적인 관계 맺기에 대한 나의 회의가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였다. 스튜디오 안에서 대상이 되는 인물들간의 교감으로 일어나는 미세한 기운들, 우리가 모르던 감각들을 깨우는 사진을 통한 이 경험들이 과정만을 드러내는 퍼포먼스의 발단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사진이 없는 확장된 사진, 비로소 시간의 양quantity이 아닌 시간의 질quality에 대한 필연적 구상들을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pp. 189~190, 「고요함은 움직임이다」


나는 인물 사진을 대할 때 ‘모델’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카메라 앞의 대상과 사진가의 일방적인 역할에 대한 각인 같은 인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의 사진에서 한 공간 안의 인물들은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교감하며 모두가 사진 안에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pp. 202~203, 「Versus」


오늘날 소통은 넘쳐나지만 공감의 분별력은 희미해졌다. ‘소통의 과속’은 우리로 하여금 껍데기에 집착하게 하고 고속 열차를 타고 달려가듯 귀한 풍경들을 놓치게 만든다. 이제는 손과 붙어버린 스마트폰에 대한 습관적인 응시는 그것을 자신의 존재를 지탱해줄 손잡이로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구든 희망의 실마리를 놓고 싶지 않아 하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짐작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전화기를 들고 메시지를 눌러 보내지만 내 신호가 의도한 방향과 달리 어디로 날아갈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p. 217~218, 「좋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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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Author: Juan Lee (Seung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