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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아메리카
Hello America(1981)
JGB 걸작선
J. G. 밸러드 지음 조호근
978-89-7275-941-6 03
2019년 03월 29일
404쪽 | 126*194 | 사륙판 변형
14,000원

‘21세기 초두, 미합중국이 붕괴되었다―’
20세기 SF에 혁명을 일으킨 거인,
밸러드가 그려 낸 강렬한 초전위적 아메리칸드림

해외 서평

  • 신화적으로 공명하는 장대한 여정. 재기 넘치고, 익살맞고, 감동적이고, 신비롭고, 시적이다. _《리터러리 리뷰》
  • 소유와 권력을 향한 소망들에 의해 추진되었으나 20세기 후반에 근원을 둔 미국 신화에 의해 내적으로 인도된 탐사의 기록. _《가디언》
  • 표층을 꿰뚫는 밸러드의 필치는 외과적으로 정밀하고 냉정하지만, 바로 그 점이 현대 세계의 트라우마에 극도로 근접케 한다. 『헬로 아메리카』는 작품이 지닌 온갖 유토피아성/디스토피아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최고의 증거다. _ 프로젝트 북 데이터베이스(체코)
  • 밸러드의 환상 세계는 광인의 논리와 예술가의 감성으로 탐구된다. 『헬로 아메리카』는 웃음기 없이 상연되는 초현실주의 희극이다. 밸러드 최고의 작품. _ 《뉴스테이츠먼》
  • 밸러드의 우화적인 문체는 그의 작품을 SF로 읽히게 한다. 『멋진 신세계』를, 혹은 『1984』를 SF라고 부르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_ 로버트 와일(리버라이트출판사 편집장)
  • 『헬로 아메리카』는 명쾌하고 역설적으로 아메리칸드림을 해부했다. _ 움베르토 로시(이탈리아 문예평론가)
  • 『헬로 아메리카』는 훌륭한 연기자에 의해 현실로 옮겨지기를 기다리는 대본처럼 보인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 밸러드에 대해 무언가를 예상하려 했다면 헛수고한 것이다. 밸러드는 반드시 그 예상들을 전복시킨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가 쓸 소설들을 어느 누구도 쓸 수 없고,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_《옵서버》
  • 밸러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당신은 이제 빠져나오기 어려운 교령회에 붙들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의 수법이 그렇게 강력하다. _《타임스》
  • 어마어마한 창의력의 작가. 밸러드는 칼비노처럼 현대의 삶의 공허하고 박탈당한 공간을 상상의 보이지 않는 도시와 경이로운 세계로 채우는 놀라운 재능을 가졌다. _ 맬컴 브래드버리(작가ㆍ문예평론가)
  • G. 밸러드에 대해 우선 하고 싶은 말은 그가 최고의 SF 작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말할 것도 없이 당대 최고의 작가다. _ 앤서니 버지스
  • 문체와 내용의 선지자. 가히 문학에서의 살바도르 달리나 막스 에른스트라 할 만하다. _《워싱턴 포스트》
  • 밸러드는 실로 문학적 초현실주의자이며, 그의 몽환적인 내러티브는 카프카의 더욱 음울한 우화들,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조지 오웰의 『1984』, 그리고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윌리엄 버로스의 『네이키드 런치』를 연상시키는 정신분석학적 강렬함을 보인다. _ 마이클 더다
  • 밸러드는 이국적인 상징과 심리적인 통찰을 결합시켜 영어권에서 가장 정련되고 농밀한 산문을 창조해 냈다. _ 마이클 무어콕
  • 소년인 나는 J. G. 밸러드를 사랑했다. 10대였던 나는 J. G. 밸러드를 사랑했다. 그리고 어른이 된 나는, J. G. 밸러드를 사랑했다. _ 닐 게이먼
  • J. G. 밸러드는 동시대를 무대로 삼은 마술사이자 문학적 파괴자다. 그의 환상적인 풍경은 영국 문학사에서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 어떤 작가도 이토록 황홀한 명징함이나 기이한 힘을 가지지 못했다. _ 이언 톰프슨
  • 이성과 악몽의 결혼, J. G. 밸러드는 ‘풍요한 사회’의 취약성을 폭로한다. _《시티 저널》
  • J. G. 밸러드는 창작의 다양성과 서술 언어의 풍성함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_《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
  • 본연의 상상력을 점차 상실해 가는 왜소한 세계에서 J. G. 밸러드는 홀로 우뚝 서 있다. 선견지명을 가진 희대의 이단아로서. _《아이리시 타임스》
  • 밸러드는 문단에서 몇 안 되는 진정한 초현실주의 작가이며, 가장 불편한 현실에 대한 핫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높은 수준의 그의 산문은 빈틈없이 들어찬 이미지의 덩어리일 뿐만 아니라, 수은과 같이 밀도 높고 영롱하며, 소설보다 낯설다. _ 앤절라 카터
  • 현대문학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설득력 있고, 개성적인 상상력. _ 윌리엄 보이드
  • 밸러드는 지난 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영국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원맨 장르로. 그와 같은 이를 본 적이 없다. 그는 확고부동하게 독자적이다. 그의 크림 같은 경이로운 산문, 심상의 불가사의하고 돌연한 확장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_ 마틴 에이미스
  • 동시대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고 지적인 목소리. _ 수전 손태그
  • 현대 소설의 위대한 마술사. _ 브라이언 W. 올디스
  • 전후 소설의 가장 빛나는 별. _ 킹즐리 에이미스
  • 밸러드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는 환상적으로 썼고, 환상적인 작품을 썼다. 라디오헤드부터 게리 뉴먼, 조이 디비전, 심지어 버글스까지 모두가 그의 영향을 받았다. 물론 그는 작가로서의 나에게도 확실하게 영향을 끼쳤다. _ G. P. 테일러
  • J. G. 밸러드는 현대문학을 재정의했으며, 영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_ 마크 커모드(영화 평론가)

 

 

 

본문에서

그러나 머지않아 그들이 원정대에 합류한 이유가 과학 임무 때문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들이 밀반입한 물건이 아메리카에 대한 총체적인 환상일 뿐이라는 사실도 명백해졌다. 웨인이란 이름의 밀항자 젊은이를 발견한 일이 촉매가 되었다. 온갖 개인적인 도피자들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자유’(20세기 최후의 위대한 환상 말이다)라는 꿈을 기치로 한데 모여서, 먼 옛날 그들의 조상이 엘리스섬의 이민자 구역으로 내몰리며 느꼈음 직한 확신을, 꿈을 이루고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내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_ 39쪽 「4 비밀 화물」에서

 

2030년에 이르자 미국은 완전히 버려진 땅이 되었다. 한때 붐비던 도시들은 고요한 폐허로 전락했다. 유럽 우방국들의 동의를 얻은 대통령과 연방대법원과 연방의회는 서베를린에 미국 망명정부를 세웠다. 그러나 결국 그 기관은 아무런 역할도 수행할 수 없는 형식상의 정부일 수밖에 없었다. 브라운 대통령이 일본의 선원으로 도피해 버리자 대통령 자리는 유보 상태로 남았고, 의회는 해산을 선언했으며, 이후 모든 연방정부의 공직 선출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미합중국 정부와 국체가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_ 73쪽 「7 고난의 시대」에서

 

웨인은 자신만의 내밀한 꿈의 여정에 끼어든 그들에게 짜증을 느끼면서 눈빛을 마주했다. 세 남자는 사막을 건널 때의 최적의 복장인 긴 흰색 겉옷 아래에, 트렌턴과 뉴어크의 백화점에서 가져온 낡은 회색 핀스트라이프 소모사 정장을 걸치고 있었다. 그들이 속한 ‘경영진’ 부족의 전통 복장이었다. 경영진 부족은 뉴저지, 롱아일랜드, 기타 뉴욕의 통근 지역 근방에서 채집과 수렵을 했다. 맨해튼에 존재하던 거대 기업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 하인스와 그의 아들 GM, 그리고 가족의 젊은 친구인 펩소던트는 저마다 주머니에 말라붙은 만년필과 깨진 계산기를, 그들의 모사 대상인 사무직 종사자들이 남긴 유물을 지니고 다녔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하인스는 먼 옛날에 텅 비어 버린 흡입기를 꺼내 콧구멍에 넣고 즐거운 듯 콧바람 소리를 냈고, 펩소던트는 찌그러진 담뱃갑을 꺼내 그게 소우주로 통하는 문이라도 되는 양 허공을 향해 흔들었으며, GM은 계산기를 꺼내 움켜쥐고는 오래전에 죽은 버튼을 눌러 대며 제록스에게 모든 것을 아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그 기계로 정확한 출산일을 계산해 낼 수 있는 듯이.

_ 98~99쪽 「10 우주선」에서

 

[…] 그는 마운트버넌의 호텔 방에 누워서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는 환상에 빠져 있다. 세부까지 상당히 세밀한 듯하다. 나는 그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참모총장 흉내를 내면서 그를 오웰 대통령이라 불렀고, 베벌리힐스에 서부 백악관을 세우고 나면 경제 전문가와 영화배우들이 화려하게 주변을 둘러싸게 될 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 덕분에 상태가 나아지기도 했다. 사람의 환상을 자극하는 일은 정말로 간단하다. 스타이너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의 겉옷 아래 권총을 생각하니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내가 모두를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있으면서도, 그게 가능한 이유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한 최초의 개척자들도 환상을 동력으로 움직였는데 말이다.

_ 142~143쪽 「14 웨인의 일기 1부」에서

 

[…] 나는 미합중국을 재생하려는 꿈을 피력하려 애썼지만, 그는 내가 한심할 정도로 무모하며, 상표명과 무한한 성장이란 유아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여긴다. 그는 미키 마우스와 메릴린 먼로 같은 과도한 환상이 옛 미합중국을 죽였다고 생각한다. 최신 정밀 기술이 일회용 카메라 같은 한심한 소도구나, SF로 남았어야 하는 우주의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낭비되었다는 것이다. 미합중국의 마지막 시기 대통령 몇몇은 디즈니랜드에서 바로 모집한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_ 228쪽 「20 웨인의 일기 2부」에서

 

“말 그대로 국가를 구성할 국민들을 모집하는 겁니다, 각하.” 그는 데저트인의 맨슨의 스위트룸에서 열린 첫 각료 회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동료 장관들, 즉 맥네어, 파코, 앤 서머스의 열의를 불러일으키려 노력하면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이거스의 스카이라인을 향해 크게 팔을 벌려 손짓했다. “최고급 기술을 가진 자들이 필요합니다. 컴퓨터 전문가, 시스템 분석가, 건축가, 농학자 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엑슨과 IBM과 듀퐁이 갈고닦은 인재 선발 기술을 적용해 사상 처음으로 국가 전체를 모집하는 겁니다. 국민 구성을 기초부터 설계하는 거지요. 아메리카에는 최고인 사람밖에 필요하지 않으니, 최고만 골라 맞아들이는 겁니다……”

_ 246~247쪽 「21 불시착」에서

 

웨인은 수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거야 뭐, 맨슨 씨가 내린 결정이니까요. 정말 관대한 분이죠. 저는 그분을 믿어요.” 이어 그는 자신의 충성심이 올바른 결정임을 증명하려는 듯 덧붙였다. “그분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 하시니까요.”

“너도 그렇겠지, 웨인. 나도 마찬가지란다. 물론 목표에는 동의해도 그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조금 논의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이라는 용어가 정확하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도 말이지. 미국이란 감정을 자극하는 상징 아니겠니, 웨인.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유행에서 밀려나서, 그 매력을 어느 정도 상실했다만……”

_ 262~263쪽 「22 대통령의 집」에서

 

“하지만 플레밍 박사님.” 웨인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도시들은 어쩔 수 없어서 파괴한 거예요. 신대륙의 동식물은 구세계의 박테리아에 대한 저항력을 모두 잃었으니까요.”

“찰스가 그렇게 말해 주더냐?” 플레밍 박사는 왼쪽 손바닥에 박힌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빼내며 말했다. “그래, 물론 지금 아주 치명적인 전염병이 다가오고 있긴 하단다. 아주 전염성이 높고 치료제도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지.”

“박사님도 알고 계세요?”

“알다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질병이니 말이다. 그 질병은 ‘타인’이라는 이름이지. 머지않아 이곳에 도달할 게야. 지금까지보다 훨씬 큰 원정대를 이루고, 이 땅을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고 열의에 가득 차서……”

_ 280~281쪽 「24 슈판다우의 졸업생」에서

 

“패서디나요……?” 이번에는 웨인이 몸을 떨 차례였다. “이해가 안 되나요, 앤, 우리는 우연히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게 아니에요. 맨슨도 그렇고, 휴스도 마찬가지라고요.” 그는 허공에서 그들을 굽어보고 있는 미군 병사의 투명한 영상을 가리켰다. 병사는 거대한 발을 민트와 서커스서커스의 옥상에 걸친 채로 단단히 도시 상공을 뒤덮고 있었다. 그는 자기 가슴을 뚫고 날아가는 줄무늬 날개를 가진 비행기들에 카빈소총으로 난사를 해 댔다. “맨슨은 내가 보라고 저 영상을 사용하는 거예요. <유황도의 모래>에 등장했던 존 웨인이거든요. 우리 눈에는 한심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 여기야말로 심장부인 거예요. 사람들이 가장 순수한 꿈을 꾸던 곳이었으니까……”

_ 303~304쪽 「26 타이탄과 크루즈」에서

지은이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James Graham Ballard

1930.11.15.~2009.4.19.

‘우리는 거대한 소설 속에 살고 있다.’

20세기 후반 세계문학사에서 전대미문의 독창적이고 예언적인 목소리로 여겨지는 J. G. 밸러드는 1960년대 SF 뉴웨이브 운동을 견인하며 소설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함으로써 현대문학을 재정의했다고 평가받는 작가이다. 고도의 상징성과 시각 이미지를 다용한, 디스토피아적인 예지로 가득 찬 전인미답의 전위적인 작품들은 ‘현대’에 대한 세계인의 관점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밸러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10년 전 중화민국 상하이 조계租界에서 태어났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민간인 포로수용소에 억류되었다가 종전 후 영국으로 송환된다. 대학에서 의학과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공군에 입대하여 조종사 훈련을 받았다. 치외법권에서 보낸 유복한 유년기, 전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투했던 수용소에서의 사춘기, 전후戰後 영국에서의 청년기―인생의 전반前半을 비/초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의 극한상황에서 살았던 밸러드는 개인과 사회의 무수한 파국을 마주하며, 소설은 이미 거기에 존재하므로 작가의 임무란 리얼리티를 창조해 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모순으로 가득한 20세기 후반의 인간 존재 방식을 표현하려 했다.

그는 현대 문명의 병리학적인 잔혹상―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소비사회, 미디어 과잉으로 인한 생활의 통제, 음모론이 판치는 정부 간 이데올로기 담론, 과학기술의 비인간화 등을 동일한 폭력의 다른 형태로 간주하고, 이러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이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다 ‘에로스’와 ‘타나토스’ 같은 강렬한 이미지에 매료되어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을 냉정하며 분석적인 시선으로 묘사했다. 또한 외부 환경과 인간의 내면에 펼쳐지는 의식/무의식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SF의 우주 개념을 ‘내우주’로 전환시킴으로써 문학성을 꾀했다. 이와 같은 밸러드만의 문학적 특수성은 형용사 ‘밸러드풍Ballardian’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사전에 등재되었다.

‘나는 나의 작품을 경고로 본다. 나는 길옆에 서서 “속도를 줄여!”라고 외치는 바로 그 남자다.’

 

 

 

옮긴이 조호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했다. SF/판타지 단편과 어린이용 과학 도서 번역을 주로 하였고, 현대 해외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레이 브래드버리』『시월의 저택』『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마이너리티 리포트』『진흙발의 오르페우스』『더블 스타』『하인라인 판타지』『아마겟돈』『컴퓨터 커넥션』『타임십』『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등이 있다.

1 황금 해안

2 충돌침로

3 익사한 인어

4 비밀 화물

5 내해를 향하여

6 미국 대사막

7 고난의 시대

8 갈증의 땅

9 인디언

10 우주선

11 오벌 오피스

12 낙타와 원자폭탄

13 서부

14 웨인의 일기 1부

15 하늘의 거인들

16 구조대

17 로키 횡단

18 전위 기록의 꿈

19 휴스 스위트룸

20 웨인의 일기 2부

21 불시착

22 대통령의 집

23 햇살 비행기

24 슈판다우의 졸업생

25 포위전

26 타이탄과 크루즈

27 사랑과 증오

28 전쟁 상황실

29 카운트다운

30 집행 부대

31 탈출

32 캘리포니아 타임

 

J. G. 밸러드 후기

해제

옮긴이의 말

J. G. 밸러드 전기적 약력

J. G. 밸러드 작품 목록

《타임스》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그리고 카프카Kafkaesque나 보르헤스Borgesian처럼 성姓의 형용사형만으로 설명 가능한 몇 안 되는 문인 중 한 명인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헬로 아메리카Hello America』(1981)가 현대문학 「JGB 걸작선」의 첫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20세기 후반 세계문학사에서 전대미문의 독창적이고 예언적인 목소리로 여겨지는 밸러드는 1960년대 SF 뉴웨이브 운동을 견인하며 소설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함으로써 현대문학을 재정의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고도의 상징성과 시각 이미지를 다용한, 디스토피아적인 예지로 가득 찬 전인미답의 전위적인 작품들은 ‘현대’에 대한 세계인의 관점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통산 스물다섯 번째 단행본인 『헬로 아메리카』에서 그는 22세기 콜럼버스들의 두 번째 신대륙 발견 여정을 따라가면서 디스토피아 렌즈를 통해 미국 문화의 최악과 최고를 특유의 환각적인 내러티브로 보여 준다. 이 책에는 미국 작가 벤 마커스의 「해제」와 영국 작가 트래비스 엘버러의 「전기적 약력」, 잡지에 게재된 단편소설을 비롯해 밸러드의 저작을 총망라한 「작품 목록」을 실어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1990년대 초반의 에너지 위기가 초래한 미합중국의 붕괴 이후, 몇십 년에 걸쳐 인구 대부분은 그 200년 전 있었던 서쪽을 향한 이주의 물결과는 반대로 저마다 선조들의 땅으로 되돌아간다. 그즈음 유럽에서는 환경 친화적 사회주의 정부가 낮은 수준의 산업사회를 유지하고 있었다. 급증한 인구로 인한 식량난을 해결하고자 세계 정부는 대규모 기후 제어를 시도하는데, 베링 해협에 댐을 건설한 것이 원인이 되어 아메리카 대륙의 기후는 격변한다. 과거 미국이었던 곳의 동부 연안은 사막에 집어삼켜지고 서부 도시들은 수장되면서,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강대한 국가는 기록과 기억에서만 찾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헬로 아메리카』는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2114년, 유럽과 아시아와 나머지 세계의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에 흥미를 잃은 땅으로 출발한 원정대에서 시작한다. 원정의 주목적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감지된 대기 중 방사능 수치 증가의 원인을 찾는 것. 원정대의 주축이 될 탐사대원들은 미국 난민의 후손들로 꾸려졌는데,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아메리카 대륙이 몰락했다는 명확한 사실이 아닌, 검증되지 않고 부풀려진 환상의 미국이 들어차 있다. 그리고 그들 속으로 난입한 청년 웨인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웨인은 더블린 출신의 유복자로, 부친이 20년 전 행방불명된 원정대의 컴퓨터공학과 교수라고 믿고 있다. 자신의 뿌리가 미국에 있으리라는 막연한 예감, 친부를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뒤범벅된 기이한 집착에 지배받으면서 원정선에 밀항한 그는 아메리카 대륙이 가까워질수록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해 자신이 새로운 통치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하는 제45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예기치 못하게 혹은 누군가의 의도대로 맨해튼 해안에 좌초한 원정대는 텅 빈 도시를 몇 차례 약탈한 끝에 대륙 횡단길에 오른다. 아무도 살지 않으리라 여겼던 땅에서 해체된 문화의 기괴한 유물들과 마주치고, 이를 숭배하는 원주민 열두 부족―‘교수 부족’ ‘경영진 부족’ ‘관료 부족’ ‘갱단 부족’ 등―과 접촉하게 된다. 과거의 유령들이 사방에서 닥쳐오는 가운데 자의 혹은 타의로 탐사대는 와해되기 시작하는데, 무리에서 이탈해 서부극 테마파크 같은 사막에서 홀로 남은 웨인은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할리우드 배우의 거대한 신기루를 목도한다. 죽음의 고비 앞에서 웨인은 살아남은 탐사대에 구조되어 무성한 열대우림의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지만, 도박의 성지는 전성기 때처럼 휘황찬란하게 번쩍거릴 뿐만 아니라 심지어 디너쇼가 펼쳐지고 있다. 이윽고 그들은 10대 멕시코인 민병대에 의해 호텔 스위트룸 밀폐실에서 보호받고 있는 제45대 미합중국 대통령,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기 위해 핵무기 룰렛을 만지작거리는 미치광이 노인과 만나게 된다는 것이 『헬로 아메리카』 전반부의 이야기이다. 탐사대는 신대륙 발견과 개척 시대로부터 할리우드, 도박, 핵무기, 상징으로 졸아들어 버린 역대 대통령 등 미국의 역사 혹은 신화를 단시간에 더듬어 가는데, 그 중심에는 작중 미국의 현실보다 오래 살아남은 아메리칸드림이 도사리고 있다.

 

『헬로 아메리카』가 그리는 근미래 미국의 모습은 ‘독자가 바라보는 디스토피아가 된 미국’과 ‘디스토피아가 된 미국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왜곡된 시선’을 동시에 목격한다는 측면에서 거울에 비친 환상처럼 이중적이다. 소형 증기자동차와 구릿빛 가루만 존재하는 작중의 미국에, 웨인과 탐사대는 육중한 캐딜락과 사금의 환상을 덧씌운다. 미국 땅의 새로운 주민들을 마주한 웨인은 그들을 처음에는 개척 시대 미국 원주민으로, 다음에는 20세기의 미국인으로 간주하려 애쓴다. 탐사대가 마침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순간 현실과 환상이 하나로 합쳐지지만, 그곳 또한 다른 종류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내 드러난다.

이러한 거울에 비친 환상 속에서, 독자들은 밸러드가 반복하여 사용해 온 수많은 소재들이 사탕 세공 껍데기 안의 내용물처럼 들어차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막. 정글. 협곡. 자동차. 대통령. 유리 비행기. 추락한 조종사. 우주 비행의 꿈. 과거의 미국을 구성하던 요소들은 제각기 뒤틀리고 파괴되어 껍데기만 남은 다음, 밸러드의 손에 의해 새로운 알맹이를 부여받는다. 그가 그리는 미국은 단순한 폐허가 아니라, 과거의 환상이 새로운 집착을 부여받는 장소이다.

 

[…] 그는 미래를 다루는 역사소설을 써냈다. 『헬로 아메리카』는 미국을 두 번째로 발견하는 과정을 묘사하며, 이번에 위업을 이룩하는 이는 정신 나간 광인들이다. 파괴적이며 텅 비고 무가치한 땅을, 오로지 자신의 꿈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정복하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다. 버려진 미국이야말로 그의 열정적이고 폭력적인 인물들을 위한 완벽한 배경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미국이 위대한 가공의 땅일 뿐이라면, 밸러드의 인물들은 상상의 삶을 드러내는 완벽한 횃불잡이라 할 수 있다. 밸러드는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사라지더라도 환상 속에서는 그 존재를 유지할 수 있음을, 어쩌면 현실에서보다 더욱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_ 376~377쪽, 「벤 마커스 해제」에서

 

밸러드는 작품에서 다가올 미래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자신은 ‘SF에서 선호하는 만들어진 미래가 아니라, 다가오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진짜 미래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라고, 미래 발전을 예측한 게 아니라 그 주변의 세계에 대하여 썼다고 주장하면서 판단을 거부했지만, 『헬로 아메리카』가 쓰인 것이 1973년과 1979년의 석유파동에서 미국이 회생하던 시기인 1981년임을 감안하면 작중의 미치광이 대통령과 현재 미국 대통령이 똑같은 제45대 대통령이라는 점, 두 인물의 구호가 공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점은 무척 공교롭게 다가온다. 밸러드의 이 초현실적인 소설은 리들리 스콧이 이끄는 스콧프리에서 영상화를 준비 중이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가디언》에서 이야기한 대로, ‘그 남자는 떠났지만, 그의 이상한 세계는 남아 있다.’

 

현대문학에서는 2009년 타계한 밸러드의 10주기를 기리며 「JGB 걸작선」을 준비했다. 『헬로 아메리카』에 이어 『콘크리트의 섬』과 『밀레니엄 피플』이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50년간 발표된 모든 단편소설 중에서 스물다섯 편을 엄선한 세계문학 단편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를 통해 전 작품 세계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그의 단편을 연대순으로 접했다면, 「JGB 걸작선」을 통해 좀 더 진전된 주제와 작가로서의 자신을 해방시킨 듯한 ‘밸러드풍Ballardian’ 장편소설을 본격적으로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콜린스 영어사전』에 따르면 ‘밸러드풍’은 ‘J. G. 밸러드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에서 묘사된 환경―특별히 디스토피아적인 현대성, 암울한 인공 경관, 기술적이고 사회적 혹은 환경적 발전의 심리적인 효과―과 유사하거나 연상시키는’이다. 『영국인명사전』 항목에는 밸러드의 작품에 대해 ‘에로스, 타나토스, 대중매체와 신기술’로 가득 차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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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Author: Juan Lee (Seung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