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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백은선 -
978-89-7275-964-5
2019년 03월 25일
192쪽 | 104*182 | 4*6 변형
8,000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PIN 017 백은선 시집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VOL. Ⅲ 출간!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한국 시 문학의 절정을 보여줄 세 번째 컬렉션!

 

현대문학의 새로운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이 출범한 지 1년 만에 세 번째 컬렉션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Ⅲ』를 출간한다. 작품을 통해 작가를 충분히 조명한다는 취지로 월간 『현대문학』 2018년 7월호부터 12월호까지 작가 특집란을 통해 수록된 바 있는 여섯 시인―이제니, 황유원, 안희연, 김상혁, 백은선, 신용목―의 시와 에세이를 여섯 권 소시집으로 묶었다.

 

문학의 정곡을 찌르면서 동시에 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핀’으로 자리매김한 새로운 형태의 소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그 세 번째 컬렉션은 지금, 여기 한국 시 문학의 한복판에서 누구보다도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여섯 시인으로 꾸려졌다. 젊은 에너지와 각자의 개성을 무기로 한국 시 문학의 중심으로 진입하여 그 절정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선두주자들로서, 그들의 빼어난 저력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컬렉션이다.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특색을 갖춰 이목을 집중시키는 핀 시리즈 시인선의 이번 시집의 표지 작품은 설치와 조각을 주로 하는 구현모 작가의 매혹적인 드로잉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물고 흐트러뜨린 아티스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아이디어 스케치들이 각각의 시집과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끝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백은선 시집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6인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한정판 박스 세트 동시 발매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Ⅲ』의 시인들은 이제니, 황유원, 안희연, 김상혁, 백은선, 신용목 6인이다. 한국 시문학의 현주소를 살피고 변화 과정을 가늠해온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Ⅰ』(박상순, 이장욱, 이기성, 김경후, 유계영, 양안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Ⅱ』(김행숙, 오은, 임승유, 이원, 강성은, 김기택)에 이어 세 번째 컬렉션은 독자적인 시 세계와 개성 넘치는 언어로 강력한 팬덤을 이끌고 있는 현재 가장 핫한 시인들이 참여해 더욱 풍성해졌다.

 

201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백은선의 두 번째 시집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은 첫 시집에서 다채롭고 유려한 리듬을 가진 긴 호흡의 장시를 통해 펼쳐 보여온 시 세계를 강박적이고 예민한 시어와 감수성을 바탕으로 계속 확장해가고 있다. 불가해한 기억과 꿈의 편린들마저 부재하는 현실, 범람하는 문장과 이미지 속에서 또렷하게 양각된 슬픔과 불안의 정서, “읽을 수 없”고 “기억하지 못하는” 문자와 장면들이 결국 “산란의 깃”(「조롱」)을 눈부시게 펼치며 독자에게, 당신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가는 도정, 그것이 바로 백은선의 시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Ⅲ』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섯 시인들이 ‘동네’라는 공통의 테마를 정해 흥미로운 시론 에세이를 발표한다는 점이다. 백은선 시인의 「月皮」는 학창 시절의 기억이 고여 있는 ‘안산 월피(동)’을 주제로 한, 시라고 이름 짓기 전에 그에게 시로써 다가왔던 빛과 어둠에 관한 독백이다. 혼자만의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시를 습작하던 문청 시절의 심리 상태를 그만의 언어로 묘사한 문장들은 큰 호소력을 발휘한다. 창작에 대한 열망과 시에 대한 집요하고 단단한 믿음을 가진 청년이 적어 내려간 고단한 음성은 한 편의 시가, 그리고 한 명의 시인이 탄생하기까지 무릇 얼마나 아픈 시간을 얼마나 오랫동안 견뎌내야 하는 것인가 되묻게 한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Ⅲ』는 300질 한정으로 작가 친필 사인본 박스 세트(전 6권)와 낱권 시집(양장)이 동시에 발매되며, 출간에 맞춰 6인 시인의 낭독회 이벤트로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한정판 박스 세트의 경우, 시인들의 친필 사인과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어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구현모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특색을 갖춰 이목을 집중시키는 핀 시리즈 시인선의 이번 시집의 표지 작품은 설치와 조각을 주로 하는 구현모 작가의 매혹적인 드로잉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물고 흐트러뜨린 아티스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아이디어 스케치들이 각각의 시집과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끝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 작가의 말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면 그때 나는 무엇일까, 쓸 수 없게 된다면 살아 있는 걸까. 열심히 웃으며. 서로의 시를 읽고 이야기하며. 네 시는 항상 똑같구나. 항상 외롭고 아프구나.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있지 않다. 그런 말을 들으며. 듣는 순간에도 나는 웃고 있었다. 나는 항상 웃었다.

무엇이 내 안에서 무너지는지도 모르고. 모르려고.

(……)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흐른 걸까. 얼마나 오래 갇혀 있던 걸까. 알 수 없고. 달의 가죽. 천천히 펼쳐지는 얼룩덜룩 나의 아름다운 책. 그건 나의 달. 어디에도 없는 달이었고 흔들리지 않는 나무였어.

―에세이 「月皮」 중에서

 

 

▲ 본문 중에서

 

더 이상 사랑을 믿을 수 없다면, 천사는 무엇에 복무할 수 있을까. 가능한 것은 접시를 뒤집어 구슬을 쏟는 일. 얼음 위에 눈, 얼음 위에 눈, 얼음 위에 눈. 다시 얼고. 다시 얼고. 다시 언다. 겹겹 쌓여가는 하얗고 빛나는 형상. 그것을 이해하려고 우리는 노래를 배웠지. 어떤 음률도 그곳에 가닿을 수 없네. 무수히 흩어지는 소리, 금속성의 소리. 거기서 내가 본 건 단지 슬픔 아니면 생, 탄생. 처음부터 세상에 슬픔이라는 말이 없었다면 슬픔을 모르고 살 수도 있었을까. 우리는 세 명의 아이를 낳아 돌보네. 커다란 손들. 커다란 손들. 예쁘고 아름답고 따듯한 것만 가르칠 거야.

 

(…)

 

왜 나는 날면 안 돼요?

 

그날 너의 마지막 질문이 아주 오래 마음속에 남았단다. 그 말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단다.

 

항상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다니. 그보다 웃긴 일은 없을 거라고. 나는 공룡처럼 생각했다.

그보다 구체적인 감정이 없었다.

 

그래서 만들었지 노래를

네게 불러주려고

 

불과 나무의 노래를

모두 죽어버리는 이야기를

―「조롱」 부분

 

 

어둠에 잠긴 해안선을 따라 눈이 흩어진다

수면 위로 내리는 눈송이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기로

끔찍한 것을 외면하기 전 오래 응시하기로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했어. (…) 있지, 그런 밤들이 네게도 있었을 거야. 내 마음이 먼저 쏟아진 것뿐이라고.

―「불가사의, 여름, 기도」 부분

 

 

한 번은 괜찮아. 넘어진 사람이 운다. 너는 결국 내게 온다. 와서 무릎을 꿇고 빈다. 다시는 안 그럴게. 나는 계단이 나누어 가진 동일한 각, 파리행 기차의 동일한 좌석과 선로, 나는 네 왼손과 오른손의 대칭을 바라본다. 그건 외로움 때문이야. 나는 위로 받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야. 네 마음의 대칭.

(…)

나는 벨기에에서 넘어졌는데 프랑스에서 일어났어. 다친 곳은 없나요? 뚱뚱한 여자가 책을 덮으며 물었어. 조금 더 넘어져 있어야겠군. 비가 왔으면 생각하자 비가 오기 시작했어. 날개를 접고 잎사귀 뒤에 숨어 있던 나비를 잡았어. 너무 오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니 죽은 다음에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요. 한 번 더 죽을 수만 있다면!

(…)

제발, 제발. 한 번만 용서해줘. 한 번뿐이었어. 에펠탑 아래서 크레페를 먹으며 너는 울음을 터뜨린다. 무릎을 꿇고. 나비도 비가 오면 비를 피하니까. 해가 지면 근사할 거라고 생각했었지. 해는 지지 않았다. 저 철탑의 무수한 각들이 저마다 나눠 가진 동일한 빛. 너는 그 빛을 사랑할 수 있어? 너는 대칭을 받아들일 수 있어?

―「배역을 맡은 걸 모르는 배우들이 기차에 모여 벌이는 즉흥극」 부분

 

 

언어는 사라지고 기호만 가득한

 

너는 누구를 이해한다는 기분을 가져본 적 있어? 이해받는 기분은? 나는 네가 다 안다고 그만 말해도 된다고 할 때, 네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어. 눈 한 송이, 눈 두 송이, 눈 억만 송이. 부수며 달려가는 차들. 어둠을 휘젓는 빛줄기들. 들려? 눈이 땅에 닿는 순간 나는 파열음.

 

(…)

 

들려?

평평한 땅에 쌓인

이토록 시끄러운 하양

 

차가운 손을 마주 잡으며. 나는 내가 잊은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숲속을 헤매는 1초짜리 꿈. 찰나였어. 전 생애가. 눈 깜박이면 다시 태어나는 꿈. 눈 감는 순간 죽는 꿈. 다시 눈 뜨면 탄생의 고통 산산이 부서지는 꿈. 숲을 기어서 기어서 죽다 살다 반복하면서 어디에도 당도하지 못하고 그렇게 진행되는 무색의 꿈. 팔꿈치가 벗겨지고 피가 배어나오고 입속이 흙으로 가득 차는

 

들려? 그 소리.

 

돌아오는 길에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어. 얼굴들을 앉혀놓고 책을 읽었어. 아주아주 천천히 읽었어. 이 리듬 속에서 이 단어와 문장이 당신의 멱살을 잡고 취한 말처럼 혼돈의 창 속으로 당신을 밀어 넣기를 바랐어.

 

내가 받아줄게.

두 팔이 부러져도.

너를 받아줄게.

―「여의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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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Author: Juan Lee (Seung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