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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단어로 이루어진 언어유희는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이것은 1952년 아이젠하워 장군이 미국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 그의 애칭을 이용한 선거구호인데, 여기에서 세 단어에 공통적인 ‘아이’라는 소리의 반복이 쾌감을 가져옵니다. 그것은 Ike라는 애칭과 더불어, 아이젠하워가 군인이라는 데서 오는 어떤 딱딱한 이미지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구호의 묘미는 그런 점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like’라는 동사의 기능입니다. ‘like’는 음성적으로 ‘I’와 ‘Ike’를 한데 아우릅니다. 그리고 이 음성적인 아우름은 동시에 의미적인 아우름이 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사랑하는 주체인 ‘나’와 사랑의 대상인 ‘아이크’가 ‘사랑한다’는 행위 속에서 완전히 일체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like’보다는 ‘love’라는 동사가 의미적으로 더 강할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이 경우 만일 “I love Ike”라고 했다면 이 메시지의 매력은 크게 손상되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 모두가 사랑한다고 하여 주어를 ‘We’로 바꾸거나 그를 존경한다고 하여 ‘General Eisenhower’라고 바꾸어놓아 “We love General Eisenhower”라고 했다면, 그 산문적인, 너무나 산문적인 구호 때문에 선거에서 낙선했을지도 모릅니다.
“I like Ike”라는 이 기막힌 시적 메시지는 내가 여러분과 처음 만났을 때 잠깐 언급한 “우리 사이 좋은 사이 해태 사이다”라는 선전문구를 상기시키는군요. 우리의 귀에 매우 익은 4·4·5의 음조를 이용한 이 문구 역시 소리와 의미의 아우름의 걸작입니다. 여기에서는 ‘우리 사이=좋은 사이=해태 사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는 듯합니다. 달리 말하면 ‘해태 사이다’라는 음료수의 이름을 해체시켜서 ‘해태 사이’라는 엉뚱한 명사와 ‘다’라는 서술격 조사의 두 요소로 나누어, 그것을 ‘해태 사이다’와 겹쳐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이’라는 낱말을 세 번 이용하여, 해태 사이다를 마시면 우리 사이가 모두 좋은 사이가 된다는 식으로 꾸며놓은 것이죠.
그러나 어떠한 다른 소리나 낱말로도 바꾸어놓을 수 없는 이 두 가지의 희한한 언어유희는 ‘바짝 마른 물은 가물’과 같이 유희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다른 기능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I like Ike”는 사실은 “여러분, 아이젠하워 후보에게 투표하세요”라는 너무나 뻔한 저의를 담고 있고, ‘우리 사이 좋은 사이 해태 사이다’는 실지로 우리 사이가 어떻든 간에, 또 우리가 누구이건 간에 해태 사이다를 많이 사 마시게 하기 위한 유인책입니다. 말을 바꾸면 이 두 언어유희는 모두 수신자에게 작용하려는 동능적動能的 기능을 밑에 깔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동능적 기능은 일상생활의 언어와는 다른 그 시적 표현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 소리와 이미지와 내포된 의미는 말하자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