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카사노바의 사랑―M. M.의 사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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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그녀의 이 똑 부러지는 주장에서 당대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이신론理神論의 한 가닥을 엿볼 수 있다. 세상을 만든 창조주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신은 이 세상이 이성적인 법칙에 따라 돌아가도록 할 뿐 구질구질한 세상사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지당한 주장이다. ‘종교가 그녀에게 덧씌운 하느님에 대한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고 나니 오히려 하느님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진정 카사노바와 어울릴 만한 자격이 충분한 여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차례 밀회를 즐기던 M. M.은 두 남자를 동시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또 두 사람 모두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 원래의 애인인 베르니 대사에게 자신이 카사노바와 만난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곳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이, 베르니 대사 역시 성격이 어찌나 한지 카사노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또 그의 연애편지를 읽어보고는 카사노바가 썩 괜찮은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M. M.에게 두 사람의 사랑 행위를 숨어서 지켜보고 싶다는 제안을 한다. M. M.은 이 사실을 카사노바에게 알리고 두 사람의 사랑을 베르니가 훔쳐보는 것을 받아들이겠냐고 묻는다. 카사노바는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그 자리에 기꺼이 응하겠노라고 답한다. 베르니는 자기 애인이 다른 남자와 사랑하는 장면을 몰래 숨어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두 사람은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연극을 하는 것이고, 속는 사람은 오히려 베르니이다. 카사노바가 즐기는 사랑 놀이는 대체로 이런 식이어서, 단순히 기계적인 성행위가 아니라 상당히 복잡한 퍼포먼스이다.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카사노바와 M. M.은 엄청난 사랑 행위를 연출한다. 이 대목은 그대로 에로 영화로 옮기면 좋을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연이어진다. 먼저 여자를 번쩍 들어 자신의 몸에서 튀어나온 못(!)에 걸고 방 안을 빙빙 도는 것으로 1차전을 끝낸다. 그 후 두 사람은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음료수를 마시고 굴을 먹는다. 쾌락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 카사노바는 음식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가운데 굴은 카사노바가 꼽은 대표적인 정력 강화 음식이다. 두 사람은 굴을 먹을 때에도 결코 평범한 방식을 따르지는 않는다. 이들이 굴을 먹는 방식은 한번 따라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자신의 입에 넣은 굴을 혀로 상대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입이 요리하는 굴의 맛은 그 어떤 굴 요리보다 맛있다. 침이라는 소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침을 씹고 삼킬수록 사랑의 욕구는 더욱 커져만 갔다.”

M. M.이 옷을 갈아입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 장난기가 발동한 카사노바가 그녀의 가방을 뒤져보니 그 안에는 콘돔이 몇 개 들어 있다. 18세기에 피임법이 발전하면서 이제 사랑의 행위는 출산과 무관한, 오직 쾌락을 위한 행위가 되었다. 그 가운데 특히 동물의 내장 껍질로 만든 콘돔이 초기에 가장 널리 퍼진 방법 중 하나였다. 콘돔을 몰래 훔치고 그것을 내놓으라며 옥신각신할 때에도 두 사람은 시를 지어 주고받는다.

 

천사가 내 몸 안에 들어올 때, 의심하지 않으리,

오로지 자연만이 나의 배우자임을.

하지만 그의 시를 한 점 의심 없이 믿으려면

망설임 없이 콘돔을 돌려주어야 하리라.

나는 자연의 성스러운 뜻을 따르리니,

그리하여 내 사랑이 두려움 없이 몸 안에서 놀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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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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