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 구더기: 농민 급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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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그의 본명은 도메니코 스칸델라이지만 메노키오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는 1532년에 프리울리의 몬테레알레라는 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 부인과의 사이에 열한 명의 자식을 두었지만 그중 네 명이 사망했다. 기록에는 목수, 벌목꾼, 석공 등의 잡다한 일을 닥치는 대로 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방앗간지기였다. 아마도 일종의 초등 공립학교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아 읽고 쓰고 암산하는 능력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다른 농민들에 비해 다소 잘사는 축에 속했지만, 그렇다고 영웅호걸이나 정치가, 학자와 같이 뛰어난 인물은 아닌, 평범한 인물이었다. 평범치 않은 것은 그의 생각이었다.

그의 행적을 보면 사람 됨됨이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잠시도 입을 쉬는 법 없이 늘 다른 사람들과 논쟁을 벌였고, 가진 자, 유식한 자, 특히 오만하고 착취적인 종교인에 대해 언제나 날 선 공격을 해댔다. 법정에 끌려와서도 이런 데에서 라틴어를 사용하는 것부터가 가난한 사람들을 탄압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전능하신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고 다 똑같이 구원하시는데, 사제는 그것을 이용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회에서 하는 일들은 착취와 억압을 위해 만들어진 상업적발명품이며, 예컨대 기름을 바르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행위로 기름이 발리는 것은 육체일 뿐이며 영혼에는 기름이 발릴 수 없습니다라며 이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한번은 사제와 논쟁을 하면서 성체의 빵은 밀가루 반죽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급기야 그는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기에 이른다. 예수 역시 인간에 불과하며 모든 인간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분과 똑같은 본성을 지닌하느님의 자녀로 예수가 인류의 구원을 위해 죽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만약 사람이 죄를 지었다면 죄를 지은 그 자신이 속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그의 언행으로 보건대 그는 철저히 반종교적이고 동시에 아주 강한 사회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의 사고방식은 철저하게 계급적이었다. 이 세상에는 교황·추기경·주교·신부들, 그리고 황제·국왕·영주 같은 권력자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착취하며 살아간다고 보았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별다른 이유랄 것도 없다. 눈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면 사회가 실제 그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진 자들에 대한 강한 비판을 종교적 문법으로 표출하는 것은 분명 그 혼자만의 방식이 아니라 당시 농촌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바였다. 저자 진즈부르그는 그것을 농민 급진주의라고 부른다. 다만 우리의 주인공 메노키오는 그것을 훨씬 더 농촌스럽고훨씬 더 급진적으로 주장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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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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