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캐기 체험 나온 아이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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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옆 동네를 지나오는데 고구마 캐기 체험이란 현수막을 옆구리에 매단 관광버스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었다. 인솔자인 듯한 어른이 사진을 찍고 있는 고구마밭에는 목장갑을 낀 아이들이 가득했다. 고구마 덩굴을 걷어내고 있는, 호미 날에 찍힌 고구마를 들어 올리는, 비닐봉지에 고구마를 담고 있는, 서로 캔 고구마 크기를 대보다 고구마 줄기에 걸려 넘어지는, 고구마를 공처럼 던지고 받고 노는 등 아이들 모두가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근래 들어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각종 체험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자주 눈에 띈다. 야콘 캐기, 알밤 줍기, 사과 따기, 감자 캐기, 땅콩 캐기, 딸기 따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체험 행사는 도시 아이들의 정서 함양과 농부들의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 하여 농촌지도소가 권장하는 사업 중 하나가 되었다. 추수할 일손이 달리는 농촌은 일손을 해결할 수 있어 좋고 아이들은 흙에서 뛰어놀며 직접 농작물들을 추수해보아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니 점점 활성화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농촌에 살고 있는 나도 이런 행사를 적극 환영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조금 문제가 있기도 하다. 그 문제점은 아이들이 체험하는 것이 거지반 다 추수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체험 행사의 점이 농사짓는 힘든 과정보다는 농사일의 결과인 추수하는 기쁨 으로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추수를 해보면서 노동의 힘겨움도 체험하게 되고,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까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문제는 그 느낌이 추상적이라는 데 있다. 말 그대로 몸소 농사일을 경험해보라고 아이들을 체험 학습 시킬 목적이라면 좀 더 신경을 써 프로그램을 개발해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면 감자 캐기 체험을 와 팥이나 대파를 심어보고 고구마를 좀 게 캐고 양파나 마늘을 심어보든지 고추나 깻잎을 따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파밭을 매주러 와 복숭아를 따보는 것은 어떨까. 농촌지도소가 중심이 되어 각 체험장을 연결해주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결단코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 아도 결과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 풍조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체험 행사가 자칫 소득의 결과만을 만끽하게 해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단순한 노파심의 발로로 봐주길 바란다.

아이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혹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어른들이 더 걱정되는걸요. 어떻게 하든 대통령이 되겠다는 결과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자기모순에 빠지기도 하잖아요. 서로 경제 전문가라고 나서고 자기가 경제활동 경험이 제일 많다고 내세우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안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요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하는데요, 경제는 경험이 있어야 되고 국민들을 위하는 것은, 사회봉사활동 같은 실천 경험이 없었어도 되는 건가요. 어떤 게 더 소중한 경험인가 물어보고 싶네요.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결과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요. 어른들 대표로 나온 대통령 후보님들마저도 그러시니,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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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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