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편의점 인간』의 무라타 사야카 최대의 충격 소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정의正義가 있습니다. 정의가 한 가지밖에 없고, 자신만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이만큼 위험한 사람은 없습니다. 정의에 감정을 끌어들이거나 미담으로 여기는 일은 무섭고 위험합니다. 어릴 적 느꼈던 그런 위화감과 공포가 어른이 되어서 불가사의한 형태로 작품으로 이어졌습니다.”(쇼가쿠칸 문예지 《키라라》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 문단에서 가장 파격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이자, 『편의점 인간』으로 2016년 상반기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집 『살인출산』(2014)이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무라타는 가정, 모녀, 성性 등을 소재로, 현대사회에서 규정지어진 온갖 제도와 조화되지 못한 채 고통받는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파고들어 이들 사이의 강렬한 갈등을 그려 내 왔다. 인간의 오감을 공들여 묘사하는 충격적이고 기괴한 작품 세계는 그녀에게 ‘크레이지 사야카’란 별명을 선사했는데, 주제를 다루는 독특한 방식에 대해 무라타는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이 오히려 생생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녀가 펼쳐 보이는 지독하게 뒤틀린 기이한 세상에는 압도적일 만큼 깊은 진리가 내재되어 있으며, 극단적으로 이상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의 매뉴얼화된 인간상이나 정상을 강요하는 사회를 풍자해 낸다.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이 같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진 소설들은 어느새 그녀의 고유한 특색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사회는 그녀에게 열광하고 있으며, 읽을수록 상식을 뒤흔드는 파괴력 넘치는 작품들에 독자와 문단에서는 무라타 문학에 중독되는 열성 팬이 급증하고 있다.
여덟 번째 책 『살인출산』은 주인공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전작들과 다른 경향을 보인 『편의점 인간』을 분기점으로 하는, 등단 후 초기 10년의 무라타 문학을 결산하는 소설집으로 그동안 그녀가 추구해 온 모든 것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문예지 《군조》 발표 당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던 「살인출산」을 비롯하여 출산, 연애, 결혼, 죽음에 관해 기성관념을 전복시키는 네 편의 이색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살인출산』은 2014년 제14회 센스오브젠더상 저출산대책특별상을 수상하고, 2015년 기노쿠니야 서점 직원이 전력으로 추천하는 최고의 책 8위에 선정되었다.
현대사회의 여러 제도에 의문을 제기해 온 무라타 사야카의 도발적인 소설집
생명의 탄생부터 죽음의 장면까지, 가치관이 역전되는 안티테제 4편
“난 사키코 씨에게 전혀 공감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우리 뇌 속에 있는 상식이나 정의는 뇌가 흙으로 돌아가면 소멸해요. 100년 후, 지금 지구상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명이 교체될 무렵에는 과거의 정상을 기억하는 뇌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겠죠. 고대부터 변함이 없는, 인간이란 생명체가 우글거리는 광경 속에서 말이죠.”(「살인출산」에서)
‘살인’과 ‘출산’이라는 완전히 상반되는 생과 사의 개념을 조합해 놓은 기이한 제목의 표제작 「살인출산」(《군조》 2014년 5월 호 게재)은 살인이 악으로 여겨지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의 일본을 무대로 한다. 피임 기술이 현저히 발달하고 인공수정이 일반화함에 따라 우발적인 임신에서 해방된 시대이다. 성관계는 애정 표현과 쾌락을 위해서만 존재하며 이로 인해 격감한 인구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살인출산 제도’를 도입한다. 이는 출산의 동기부여를 살의에서 찾는, 기존의 윤리관을 완벽히 뒤집는 제도이다. 합법적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사람은 ‘출산자’가 되어 아이 열 명을 낳는다. 그러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환경에서 자신의 뜻대로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역으로 누가 언제 ‘출산자’에게 지명되어 죽임 당할지 모르는 사회이기도 하다. 살인을 실행하기 위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남녀(남성도 인공 자궁을 통해 임신할 수 있다)는 그 살의를 포함하여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존경받기까지 한다.
“사람을 죽여 버리는 정도의 충동을 날것의 형태로 쓰고 싶었습니다. 그 지점에 제가 믿고 있는 윤리를 뒤흔드는 무언가가 보일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산케이 신문》 인터뷰에서)
주인공 이쿠코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살인출산 제도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으며, 100년 전에 살인이 악이었듯이 100년 후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언니 다마키는 쾌락 살인 충동 때문에 10대 때 출산자가 된 인물로 열 번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런 그녀들의 앞에 살인출산 제도를 악이라 규정짓고 자신들의 시선에서는 미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단체의 회원이 나타난다.
‘살인하지 말라’라는 규율은 개인 스스로가 생각해서 얻어 낸 결론인가 사회에서 주입받은 학습의 결과인가(이를테면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묘사되는 벌레 먹거리는 벌레를 혐오하는 것 또한 학습의 결과가 아닌가를 의심하게 한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라는 의문은 ‘인간의 생명의 가치가 동등하다면 열 명과 한 명의 플러스마이너스는 이익이므로 살인이 허용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무라타는 「살인출산」에서 정의는 무엇이고 상식은 무엇인지를 극단적인 지점에서 되돌아보게 한다.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허황된 이야기는 아닌 것이, 누군가의 구원이 되는 제도가 또 다른 이에게는 잔혹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살인출산」은 가치관에 따라 쉽게 변화하는 이 같은 제도의 상대성, 그리고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믿는 일의 아름다움과 위험성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트리플」(《군조》 2014년 5월 호 게재)은 《군조》 지면에서 기획된, 번역가 기시모토 사치코가 작가를 선정한 「이상한 사랑 소설집 일본 편」(이후 단행본 『이상한 사랑 소설집 : 일본 작가 편』으로 출간)에 참여할 때 집필했던 작품이다. 남녀 일대일의 교제보다도 3인의 연애가 유행하고 있는 사회를 냉담하게 전개한 이야기로 ‘트리플’이라 불리는 이들의, 일반적인 성행위가 아닌 온몸의 구멍을 탐하는 묘사가 이어진다.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세계 쪽이 정상으로 보이고, 지금 우리의 세계가 소름 끼치고 기괴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는, 역전하는 것의 상쾌함을 작품 안에서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른바 3P가 아닌 3인의 섹스란 무엇일까 생각했더니 이런 형태가 되고 말았네요.”(쇼가쿠칸 문예지 《키라라》 인터뷰에서)
「청결한 결혼」(《그랜타 재팬 위드 와세다분가쿠》 2014년 01호 게재)은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만들기 위해 ‘클린 브리드(청결한 번식)’ 시술을 받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블랙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의료 행위로서의 섹스’ 장면은 폭소를 자아내며, 연애와 생명의 탄생이 분리된 작품 속 세계는 ‘인간에게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여명餘命」(《스바루》 2014년 1월 호 게재)은 의학의 발달로 자살만이 유일한 죽음의 방편이 된 세상을 그린 장편掌篇이다.
자신 안에 있는 것을 가장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는 매체가 문자이기에 소설을 쓴다는 무라타는 정의나 상식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임을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로 담담히 전한다. 자신의 지성을 전혀 과시하지 않고, 오히려 서너 걸음 멀찍이 물러서서 무덤덤하게 관찰하는 제삼자의 시선이 매우 참신하다. 결국 ‘당연하다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살인이나 기타 자극적인 소재를 썼을 뿐, 지극히 보편적인 문제들을 다루었고 할 수 있다. 상식이나 정의를 의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녀가 과감하게 제기하는 금기 파괴이자, 주입된 가치관을 뿌리째 흔들어 놓는 철학적인 소설인 셈이다.
정말 이상한 소설뿐이지만, 나는 쓰는 동안 이런 일이 언젠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나로서는 이상한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의도는 딱히 없는데, 우리의 현실을 좀 더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들면 소설 쪽 세계가 왜곡돼서 아주 이상한 소설이 완성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들은 매우 이상하지만, 내게는 매우 사실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살인출산』을 많은 분들이 자유로운 마음으로 읽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무라타 사야카,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