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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Brighton Rock (1938)

  • 저자 그레이엄 그린 지음
  • 총서 그레이엄 그린 걸작선
  • 역자 서창렬
  • ISBN 979-11-90885-70-6
  • 출간일 2021년 04월 23일
  • 사양 536쪽 | 130*205
  • 정가 16,800원

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 미스터리
★ 《가디언》 선정 누구나 읽어야 할 소설
★ 미국추리작가협회 · 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추리소설 100선
★ 그린 탄생 100주년 기념판 J. M. 쿳시 「해제」 수록
★ 영국영화협회 선정 20세기 영국 영화 100선 (1948) 원작

■ 이 책은

영국의 대표 문인이자 살아생전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를 누린 스릴러의 대가, 그리고 인간 실존과 신의 관계를 깊이 고찰한 가톨릭 소설가. 격변과 혼란의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복합적인 인물로 여겨지는 작가, 그레이엄 그린(1904~1991)의 장편소설 브라이턴 록(1938)이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그린이 쓴 아홉 번째 소설로, 그의 이름을 세계 문단에 각인시킨 이 작품은 탐정소설의 형식을 빌려 쓴 종교 문학으로 평가된다. 1980년 자서전 『도피의 길』에서 자신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을 만큼 그린 스스로가 애정을 가지고 높이 평가한 작품이다.

영국추리작가협회(CWA)와 미국추리작가협회(MWA)에서 선정한 세계 추리소설 100선에 동시에 올라 있는 이 작품은 1930년대 휴양지 브라이턴을 배경으로, 냉혹한 살인자와 그를 추적하는 탐정의 대결을 그린다. 이러한 오락물의 틀 안에 작가는 선악, 천국, 지옥, 구원과 같은 가톨릭 교리와 신앙, 도덕에 대한 물음들을 담아냄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소설로 승화시킨다. 한편 소설은 1948년, 2010년 두 차례 영화화되었고, 1948년 작作은 그린이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국내에 절판된 지 수십 년 만에 정식 계약을 맺고 출간되는 이번 한국어판에는 2004년 그린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펭귄출판사에서 출간한 확장판에 부친 J. M. 쿳시의 해제가 특별히 함께 수록되었다. 우리말 번역은 그린의 전 단편 53편을 모은 세계문학 단편선 『그레이엄 그린』의 옮긴이 서창렬이 맡았다.

올해로 타계 30주기를 맞은, 한 세기를 풍미한 거장 그레이엄 그린. 이를 기리며 미국에서는 600여 쪽에 걸친 그에 대한 전기가 간행되는 등 그린의 문학은 시대를 건너 다시 조명되고 있다. 현대문학에서도 올 연말 그린의 자전적 소설 『사랑의 종말』(1951)을 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 본문에서

한 사내가 갓돌 옆에 서서 상자에 놓인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사내는 몸의 한쪽이 다 없었다. 다리도 팔도 어깨도 없었다. 아름다운 말이 사내 옆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귀부인처럼 우아하게 살짝 머리를 돌려 외면했다. “구두끈 있어요.” 사내가 헤일을 향해 절망스럽게 말했다. “성냥이요.” 헤일은 사내의 말을 듣지 않았다. “면도날.” 사내의 옆을 지나가는 헤일의 뇌리에 그 말이 단단히 박혔다. 얇은 상처와 예리한 고통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카이트가 죽은 게 그런 식이었다. _22∼23쪽

 

두 녀석은 숨을 헐떡였다. 녀석들은 웃느라 숨이 가빠졌고, 소년의 폐는 아직 싱싱했다. 그래서 이제는 녀석들만큼 달릴 수 있었다. 그는 손수건으로 손을 감쌌다. 그리고 얼굴의 피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옷으로 흐르도록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는 모퉁이를 돈 다음 녀석들이 당도하기 전에 빈 차고로 들어갔다. 소년은 면도날을 꺼내 든 채 어두운 차고 안에 서서 회개하려고 해 보았다. ‘스파이서’를 생각하고, ‘프레드’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추격자들이 다시 나타났을 것 같은 길모퉁이에 대한 생각에 막혀 그 이상 뻗어 나가지 못했다. 소년은 자신에게는 회개할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_222쪽

 

“넌 아직 어려. 그래서 그런 거야.” 아이다가 말했다. “너무 낭만적이야. 나도 한때는 너 같았지. 너도 나이를 먹으면 달라질 거야. 네겐 경험이 좀 필요해.” 넬슨플레이스 소녀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신의 굴로 쫓겨 들어간 이 작은 동물은 산들바람 부는 밝은 세상을 내다보았다. 굴 안에도 살인, 성교, 극빈, 정절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두려움 등이 있었지만, 그러나 이 작은 동물은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사람들이 경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오직 드넓고 번지르르한 바깥세상에만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지 못했다. _252∼253쪽

 

문득 옛날에는 이 같은 증거 문서에 피로써 서약을 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뒤로 물러서서 로즈가 어색하게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의 영원한 고통의 대가로 얻는 그의 일시적 안전…… 이것이 대죄임을 그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마음속에서는 일종의 음울한 희열과 자부심이 차올랐다. 지금 그는 천사들이 자신을 보고 눈물을 흘릴, 완전히 자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_351쪽

 

경마장에서 도망칠 때 그는 두려웠었다. 고통이 두려웠으며, 그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고해성사로 죄를 용서받지도 못한 채 갑작스럽게 죽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지옥으로 떨어졌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귀에 거슬리는 종소리가 연신 땡그랑거렸고, 종에 연결된 긴 철사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현관 안에 퍼졌다. 침대 위의 알전구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자, 세면대, 검댕이 낀 더러운 창, 굴뚝의 무미건조한 형상, “사랑해요, 핑키”라고 속삭이는 목소리…… 이런 것이 바로 지옥이었다. 걱정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지옥은 단지 자신의 친숙한 방일 뿐이었다. _376쪽

 

로즈는 침대를 등진 채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빵을 잘 만들 것 같은 큼지막한 손을 로즈의 어깨에 얹었다. “사람은 변해요.” 로즈가 말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 거야. 끝까지 깨물어 먹어도 여전히 브라이턴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막대 사탕 말이야.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 그녀가 로즈의 얼굴에 대고 구슬픈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숨에서 달콤한 와인 냄새가 났다. _409쪽

 

“이 일은 옳고 그름을 분간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야.”

“그러나 당신은 확신이 너무 지나쳐, 아이다. 너무 저돌적이야…… 물론 좋은 뜻으로 그러는 것이겠지만, 저 핑키라는 애가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게다가,” 그가 그녀를 비난했다. “당신은 재미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야. 프레드는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도 아니잖아.”

그녀는 반짝이는 커다란 눈을 그에게로 돌렸다. “뭐,” 그녀가 말했다. “재미가 없었다고 말하진 않겠어.” 그녀는 이제 일이 다 끝나 버린 것이 꽤나 아쉬웠다. “그런데 그게 뭐가 나빠? 난 옳은 일을 하는 게 좋아. 그뿐이야.” _4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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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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