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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24시 (상) 长安十二时辰

  • 저자 마보융 지음
  • 총서 장안 24시
  • 역자 양성희
  • ISBN 978-89-7275-924-9
  • 출간일 2018년 09월 14일
  • 사양 624쪽 | 145*207
  • 정가 15,000원

역사의 틈새를 파고드는 압도적 상상력!
‘문학 귀재’ 마보융, 현실과 허구의 벽을 허물다
?
★ 중국 역사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정점, 마보융 소설 국내 첫 출간
★ 화제의 드라마 원작 소설

“우덕, 도대체 무슨 일인가?”

서빈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으며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자네를 빼낸 건 정안사야.”

“정안사?”

장소경은 장안의 관부체계에 익숙했지만 ‘정안사’라는 관부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반란을 평정한다는 ‘정’, 온 세상을 평안하게 한다는 ‘안’. 서역 도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조정에서 새로 조직한 관부라네. 자네가 감옥에 들어간 후에 일어난 일이야. 정안사는 계속해서 각 분야의 인재를 모으는 중이고 내가 자넬 추천했네.” 장소경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상했다. 이미 금어위 가사, 어사대 순사, 장안현과 만년현 포적위 등 장안성 방위를 담당하는 관부가 수없이 많았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도적이기에 조정에서 새로운 관부를 만들어 대비한단 말인가?

“정안사 주관자는 이필, 자는 장원이네. 원래 대조한림이었고 이번에 정안 사승을 맡았지. 자네를 부른 사람이 바로 이 사승일세.”

“음…….”

더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정안사의 임무가 ‘서역 도적의 침입 대비’라면, 무력을 사용하는 일이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런데 대조한림처럼 높고 고고한 문관이 정안사를 주관한다? 이게 말이 돼? 빠르게 기억을 더듬던 장소경의 뇌리에 문득 그의 이름이 떠올랐다.

_상권, 본문 41~42쪽

 

지금은 도리나 법규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모형판 물시계는 쉼 없이 물방울을 똑똑 떨어뜨렸다.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물방울 하나가 떨어질 때마다 수백 명의 목숨이 사라지는 셈이다.

“장 도위, 이 나라 조정의 국운과 장안 백성의 안위를 부탁하네.”

이필이 넓은 소맷자락을 휘날리며 정중하게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한 표정으로 장소경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필 수하의 관리들은 깜짝 놀라며 일제히 일어나 장소경을 향해 공손히 손을 모았다. 그러나 장소경은 답례도 하지 않고 왼쪽 눈을 만지작거리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나는 오로지 장안 백성의 안위를 지킬 뿐, 나머지는 내 알 바 아닙니다. 조정의 국운이라니, 뭔가 오해한 모양입니다.”

이 말에 모두가 크게 당황했다. 이런 말을 함부로 내뱉다니. 다들 마음속에 조정에 대한 크고 작은 불만이 있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없다. 장소경은 보란 듯이 크게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정안사 관리들이 전전긍긍하며 이필의 눈치를 살폈다. 평소와 다름없이 불진을 받쳐 든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았다. 그것은 모든 규칙을 거부한다는 장소경의 확고한 의지였다.

_상권, 본문 58쪽

 

“내가 왜 서둘러 돌아왔는지 아느냐? 우상 쪽에서 이미 작전 실패 소식을 듣고 정안사 지휘권을 뺏으려고 했단 말이다. 이번에는 내가 막았지만, 네가 사형수한테 장안의 운명을 맡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저쪽에서 더 거세게 반발할 게다. 그땐 나도 막아낼 도리가 없어!”

이필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하지장이 말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조정은 사방에 복병이 도사리는 곳이야. 작은 실수에도 큰 화를 당할 수 있어. 난 이미 여든여섯이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넌 아직 젊으니 자중해야 한다.”

단숨에 이렇게 많은 말을 쏟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하지장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필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어르신이 조정 관리의 길을 훈계하시는 동안 돌궐 놈들은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필이 무심히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물시계를 힐끗하며 대꾸했다.

“돌궐 놈들을 잡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정에 대한 원한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자는 안 된단 말이다. 그런 자를 어떻게 믿느냐?”

“저도 그자를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자가 최선…… 아니, 유일한 선택입니다.”

“천하의 인재가 모두 모인 장안에 일개 사형수보다 뛰어난 사람이 없단 말이냐?”

_상권, 본문 110~111쪽

 

“한 명을 죽이면 백 명을 살릴 수 있어. 한 명을 죽이겠는가, 백 명을 죽게 내버려둘 텐가?”

장소경이 다시 답을 재촉하자 요여능이 난감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장 도위는 어떻게 할 겁니까?”

요여능은 비겁한 줄 알지만 이렇게 떠넘길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을 죽이겠네.”

장소경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소 힘 빠진 목소리로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분명 잘못된 일이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니까 하는 것뿐이네.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난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하지만 잘못은 분명히 잘못이야.”

_상권, 본문 203쪽

 

장소경은 이번 일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은 후 잠시 쉬었다가 눈빛을 반짝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장안성 불량수로 지내는 9년 동안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보통 사람들이야. 매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보고 듣고 살았어. 고관대작들은 이런 사람들을 하찮게 생각하고 이런 이야기가 재미없게 들리겠지만 난 이런 삶이 진짜 장안이라고 생각해. 이게 바로 괴물들로부터 지켜내야 할 장안성이야. 난 그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

장소경의 말투가 조금 침울해졌다.

“만약 돌궐 놈들의 계획이 실현되면 가장 먼저 목숨을 잃는 사람도 이들이야. 난 이 하찮은 목숨들이 평범함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 모든 걸 바칠 거야. 내가 지키려는 건 바로 이런 장안성이야. 이렇게 말하면, 자네가 이해할 수 있으려나?”

_상권, 본문 260~261쪽

 

“공자, 저것 보세요!”

단기의 외침에 이필이 번쩍 눈을 떴다. 그는 놀라운 광경에 저도 모르게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가다 자칫 정자 밖으로 떨어질 뻔했다. 장소경이 마부 자리에 앉아 마구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는 앞쪽의 봉쇄선을 가로막은 병사들에게 비키라고 손짓하며 북쪽으로 달

려갔다. 정안사 주사들이 한마디씩 떠들었다.

“장 도위가 도대체 뭘 하려는 건가요?”

“혹시 수레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는 걸까요?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틀렸어요. 북쪽으로 가고 있잖아요!”

“이래서야 돌궐인들이 벌이려던 짓이랑 똑같지 않소!”

장소경이 짐수레를 뒤로 돌렸다면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곧 화염에 휩싸일 위험한 물건을 싣고 북쪽 장안 최고의 번화가를 달려가고 있다. 그 방향에는 맹화뢰 다섯 통을 마음 놓고 터트릴 수 있는 넓은 공터가 없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사람들 마음속에 한 가지 억측이 떠올랐다. 공공연히 조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던 장소경이 이대로 자연스럽게 짐수레를 몰고 황궁으로 돌진해 복수하려는 것이 아닐까? 궁수대 대정이 더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이 사승! 짐수레가 곧 사정권을 벗어납니다!”

이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마침내 명령을 외쳤다.

“화살을 거둬라!”

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_상권, 본문 306~307쪽

 

“장 도위, 믿음을 버리지 마십시오. 아직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날 봐요. 난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요.”

보석처럼 빛나는 이사의 눈빛이 강력한 진실의 힘을 뿜어냈다. 장소경이 조금 기운을 차리고 힘없이 웃었다.

“이 일은 당신과 아무 상관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요?”

“페르시아 사원이 경교 사원으로 바로 설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장도위 손에 달렸습니다. 제가 사력을 다해 돕겠습니다.”

“난 지금 내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니 아마 크게 실망할 거요.”

“우리 경교 신도들은 언제나 기도합니다. 희망을 즐기며 고난을 이겨내면 반드시 기쁨을 얻게 되리라. 장 도위는 아주 뛰어난 사람이니 그 재능을 한곳에 쏟아붓는다면 반드시 큰일을 이뤄 우리 경교의 귀인이 될 것입니다.”

“재물이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해하겠는데, 그저 이름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니. 그게 이렇게 목숨을 걸만큼 중요한 일이오?”

“그렇습니다. 이름이 바로 서지 않으면 어떤 말도 통하지 않으니까요.”

_상권, 본문 6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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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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