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시인이 몽골의 고비 사막을 여행하며 쓴 시들을 엮은 시집.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 <고비>는 지난 2006년 5월, 열흘간의 고비 여행 중에 씌어진 것으로 대부분이 미발표작인 총 72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사막의 문체는 과연 어떤 것인가?'라는 화두를 갖고 고비 사막으로 떠난 시인은 사막이라는 無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번 시집에서 기존에 보여왔던 회화적 이미지의 시 경향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리듬의 시 세계를 선보인다. 시집 곳곳에 고비의 사진들의 함께 담아내 기행 시집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저녁 어스름·8 풀·10 황량한 대평원12 그림자·16 공룡 계곡·18 도마뱀·20 덜컹거리는 시간·22 지평선·24 여인숙·28 이사·30 한 토막 뼈·32 바람·34 뼈의 음악·36 되새김질·37 쌍봉낙타·38 무늬·40 망가진 차·42 사막의 주유소·44 물수레·46 사막의 아이들·48 흙먼지·50 거지·52 시선·54 똥·56 고비의 고비·58 모자를 쓴 태양·60 말라, 비틀어진 뿌리·62 증발·65 표면장력·66 호수가 있었던 자리·68 강물·69 고비海·71 사막의 낚시꾼·72 양치기 노인·75 기다림·76 우울·78 요리사 엇후·80 옷·82 빨래·84 쇠막대기·86 천막집에서의 잠·88 전화·90 미라의 수염·92 드럼 치는 남자·94 가벼운 뼈·96 밤바람 속에·98 모래분류법·100 일개미·102 모래와 모레·104 모래산·106 의자·109 신발·110 고독의 진화·112 고비에서의 고독·114 입적·117 오아시스·118 사막화·120 낙타는 내 형제·122 황갈색 노트·124 고요·127 낙타가 죽으면·128 모래의 가족·130 잠자는 여인·132 몽정·133 도적·134 포효·136 초승달·138 별똥별·140 밤·143 적멸보궁·144 고비·146 흙더미 지역·148
최승호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그동안 펴낸 시집으로는 『대설주의보』『고슴도치의 마을』『진흙소를 타고』『세속도시의 즐거움』『회저의 밤』『반딧불 보호구역』『눈사람』『여백』『그로테스크』『모래인간』『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얼음의 자서전』(자선시집) 등이 있으며,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 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막의 문체를 찾아 떠난 시인 최승호, 황량한 풍경, 무화(無化)되어지는 공간에서 펼치는 72편의 고비 시편 반복과 리듬의 문체로 선보이는 새로운 시 세계 최승호 시인이 몽골의 고비 사막을 여행하며 쓴 시들을 엮은 시집 『고비』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 『고비』는 지난 2006년 5월, 열흘간의 고비 여행 중에 씌어진 것으로 대부분이 미발표작인 총 72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사막의 문체는 과연 어떤 것인가?'라는 화두를 갖고 고비 사막으로 떠난 시인 최승호. 사막이라는 無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기존에 보여왔던 회화적 이미지의 시 경향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리듬의 시 세계를 선보인다. 고비Gobi는 몽골어로 ‘풀이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란 뜻이다. 그만큼 척박하고 황량한 곳이어서 일반 여행자들이 고비를 횡단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인은 KBS 수요기획 <고비가 아름다운 이유 세 가지>라는 다큐 프로그램의 취재 일원으로 고비 사막의 횡단에 나섰다. 회갈색 풍경과 바람만이 존재하는 고비의 한가운데, 시인이 만난 것은 불안과 초조, 고독, 그리고 공포였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無의 풍경뿐. 시인은 끝없이 황량한 이 공간을 여행하면서 본능의 촉각을 예리하게 곤두세운 채 절대 고독과 마주했다. 그리고 마침내 텅 비어 있는 사막의 공간을 ‘반복과 리듬'이라는 새로운 문체로 이번 시집에서 완성시켰다. 아울러 시집 『고비』에는 책장을 펼치는 곳곳에 고비의 사진들을 함께 담아내 기행 시집으로서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이 사진들은 단순한 여행 스틸컷으로써의 기능을 넘어선다. 각각의 사진들은 그 자체가 무화되어진 공간의 한 컷에 해당한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고비'라는 하나의 공간 속에서 탄생된 것이지만, 각각의 작품들은 최승호 시인의 기존 작품에서 느낄 수 없었던 보다 확장된 공간과 자유로운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고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독자들의 시선이 더 큰 우주 공간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보여지는 세계 이상의 것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만약 내가 야생 쌍봉낙타였다면 그리고 늙은 수컷이었다면 혼자 사막을 떠돌아다녀야 했을 것이다. 어디로 가든 그게 그거인 사막에서 나는 굶주림을 방황으로 달래며 막막한 시간을 죽여야 했을 것이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도 없는 사막에서 높은 것은 나의 머리, 낮은 것은 발바닥, 보아도 그게 그거인 사막에서 눈은 텅 비어 있는 먼 곳을 날마다 바라보아야 하지 않았을까. -「쌍봉낙타」중에서 그 풍경과 일치하는 말이 있지 않을까 대평원은 황량하다 이런 말은 황량한 대평원과 일치하지 않는다 막막하다 묘사를 하려 해도 막막하고 진술을 하려 해도 막막하다 그 풍경과 일치하는 말이 없을까 오늘은 이 정도 생각하고 잠을 자야겠다 어제는 막막하고 황량했다 가도 가도 드넓게 메마른 대평원이었다 황량한 대평원은 그 너머도 황량한 대평원이다 지평선이 보이지만 지평선은 다가가면 또 멀리 물러난다 어쩌면 지평선이란 말로 존재할 뿐 그런 선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평원은 황량하다 지평선 가까이에 이글거리는 푸른빛 신기루 강이 없는데 강을 향해 걸어가다 죽은 자 호수가 없는데 호수를 향해 걸어가다 죽은 자 바다가 없는데 바다를 향해 걸어가다 죽은 자 그들은 모두 목마르게 걸어가다 목이 말라 죽은 자들이다 -「황량한 대평원」중에서 고비에서는 고비를 넘어야 한다 뼈를 넘고 돌을 넘고 모래를 넘고 고개 드는 두려움을 넘어야 한다 고비에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땅의 고요 하늘의 고요 지평선의 고요를 넘고 텅 빈 말대가리가 내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고비에는 해골이 많다 그것은 방황하던 업덩어리들의 잔해 고비에서는 없는 길을 넘어야 하고 있는 길을 의심해야 한다 사막에서 펼치는 지도란 때로 모래가 흐르는 텅 빈 종이에 불과하다 길을 잃었다는 것 그것은 지금 고비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