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뛰어넘은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의 철학과 예술론이 압축되어 있는 첫 번째 시집. 장소의 미니멀리즘 일본 모노파의 창시자이며, 그리지 않는 그림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저자의 시 83편이 수록된 시집 <멈춰 서서>는 끊임없이 사유하고 고민해온 시공간과의 마주침이자, 보여지는 것들과 보여지지 않는 것들이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언어의 기록이다. 그림과 시가 한 뿌리에서 출생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익숙한 언어로 낯섦의 미학을 구현하는 저자의 갇혀있는 예술을 구출해내려는 사유와 인간의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정의, 등은 모든 존재들과의 완벽한 화해의 순간을 이루고, 무화의 세계를 거쳐 신선한 양태의 존재를 태동시킨다. 영혼을 그대로 드러낸 채 이 세계로 다가오는 시집이다.
제1부 진폭 1988~2000년 긴자 그림에 대해서 그리는 일 눈길 진폭 조각 종이쪼각 전이 돌과 나와 카페에서 1 카페에서 2 커피 오후 무제 텔레비전 - 돌에게 바치다 등 '나는'이라고 말할 때 뻐꾸기 세 가지 음료 제2부 나무 옆에서 1986~1998년 양의의 눈 가마쿠라 수목 점 나무 4 나무 3 산진달래 공원의 벤치 보이는 것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 1 나무 2 나무 옆에서 달 산과 나 산정 2 가지 끝 제3부 시간의 여울 1970~1987년 세월 '소학'의 가락 여름날에 백자 항아리 웃음을 전화벨 고추잠자리 개구리 일기에서 퍼포먼스 뉴욕의 지하철 빌딩 공사장 무의 바다 종환 대학생 시절 목련 제4부 발뒤꿈치 밑 1970~1984년 등 1 파편 3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고 사랑 붓 산보 2 산보 1 횡단보도 터트림 발뒤꿈치 밑 부활 무제 1 거리에서 제5부 유적 1959~1969년 번개 돌 - 돌아가신 아버님께 유적 파편 2 아침 우산 담배꽁초 대나무 또는 슬픔 세로와 가로 가을에서 겨울로 제6부 소년 1952~1956년 산길 소년 산정 1 교정에서 푸른 하늘 아래 달밤 거지의 담배 싸악싸악 산과 바다 저자 후기 역자 후기
■ 지은이 이우환 1956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중퇴 후 도일, 1961년 일본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8년 경부터 일어난 '모노파' 운동의 중심적인 인물로 알려지고, 파리 비엔날렌, 카셀도쿠멘타 등의 다수의 국제전에 출품하였다. 루아지아나 근대미술관, 파리 국립 쥬드 폼 미술관, 본 시립미술관 등 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많은 개인전 개최, 유네스코미술상(파리), 호암상(서울), 세계문화상(도쿄)와 여러 미술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영어, 불어, 일어, 한국어판으로 소개된 빼어난 철학적 산문집 <여백의 예술><시간의 여울>외 다수가 있다. ■ 옮긴이 성혜경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비교문학 박사). 니혼대학 조교수를 거처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본의 전통 연극인 노(能)를 중심으로 동서양의 문학 및 문화 교류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일본어 저서로는 『西洋の夢幻能』(河出書房新社, 1999), 『異國への憧憬と祖國への回歸』(공저, 明治書院, 2000), 논문으로는 '동아시아 연극교류의 가능성'(『일본문화연구』 2001), '예이츠와 일본의 노(能)'(『비교문학』30, 2003) 등이 있다.
■ 이 책은 『여백의 예술』로 심오한 예술론과 글쓰기의 새로운 전형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선보인 바 있는 이우환 화백의 첫 시집 『멈춰 서서』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산문체의 예술관을 새로운 형식의 시로 신선하게 옮겨온 이 시집의 작품 한 편 한 편은 그대로 응축되고 정련된 예술론으로 읽힌다. 그림과 시가 한 뿌리에서 태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는 이 시집은,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로 낯섦의 미학을 구현하는 시인의 팽팽한 긴장이 매 작품마다 작용하고 있다. 또한 미술관이나 화집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이우환 화백의 수많은 그림과 조각들이 어떤 어떤 미학적 사유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는지, 그 현장의 모습과 느낌과 색깔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즉, 사물을 응시하는 한 미술가의 “눈길”을 통해 이 시집 속에서는 광대무변의 상상적 공간이 펼쳐진다. 생물 . 무생물을 초월하는 눈길의 교환은 모든 존재들과의 완벽한 화해의 순간을 이루고, 무화의 세계를 거쳐 신선한 양태의 존재를 태동시킨다. 「눈길」이라는 다음과 같은 전문은 응시의 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언젠가 내가 돌을 보고 있자니 눈길은 돌 저쪽으로까지 꿰뚫어나가고 동시에 돌의 눈길 또한 내 등뒤... [ 출판사 서평 더보기 ] 『여백의 예술』로 심오한 예술론과 글쓰기의 새로운 전형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선보인 바 있는 이우환 화백의 첫 시집 『멈춰 서서』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산문체의 예술관을 새로운 형식의 시로 신선하게 옮겨온 이 시집의 작품 한 편 한 편은 그대로 응축되고 정련된 예술론으로 읽힌다. 그림과 시가 한 뿌리에서 태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는 이 시집은,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로 낯섦의 미학을 구현하는 시인의 팽팽한 긴장이 매 작품마다 작용하고 있다. 또한 미술관이나 화집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이우환 화백의 수많은 그림과 조각들이 어떤 어떤 미학적 사유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는지, 그 현장의 모습과 느낌과 색깔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즉, 사물을 응시하는 한 미술가의 “눈길”을 통해 이 시집 속에서는 광대무변의 상상적 공간이 펼쳐진다. 생물 . 무생물을 초월하는 눈길의 교환은 모든 존재들과의 완벽한 화해의 순간을 이루고, 무화의 세계를 거쳐 신선한 양태의 존재를 태동시킨다. 「눈길」이라는 다음과 같은 전문은 응시의 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언젠가 내가 돌을 보고 있자니 눈길은 돌 저쪽으로까지 꿰뚫어나가고 동시에 돌의 눈길 또한 내 등뒤로까지 꿰뚫어나가는 것이었다 이윽고 두 개의 눈길이 서로 뒤돌아보았을 때 그곳엔 나도 돌도 없고 투명한 공간만이 펼쳐져 있었다 - 이우환 화백의 그림과 일상에서의 응시는 인간의 일방적인 ‘거만한’ 응시가 아니다. 그에게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든 존재의 생명을 느끼는 열정적인 영혼이 있다. 그러기에 상호 응시의 교통이 가능하다. 그 교통함은 그러나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 그래서 “투명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순도 높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창조한다. 그 새로운 차원에서, 그 각자의 대상들이 만들어내는 의미를 포착하는 것, 그것이 이우환 화백의 그림이며, 미술작품이고 또한 시이다. 인간을 향하는 그의 자세 또한 다르지 않다. 그에게로 가면 인간이 만들어 낸 보편적인 개념은 마치 골동품처럼 변해버린다. 「사랑」이라는 작품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 애틋해서 끈끈해지는 그 감정을 부정하고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그녀를 사랑하는 “나는 그녀를 비우고” 나를 사랑하는 “그녀는 나를 비운다”. 그리고 맑게 환기된 나와 그녀는, “그녀는 그녀가 좋고/나는 내가 좋다.” 이렇게 시인의 사랑은 사랑의 테두리를 훌쩍 뛰어넘어 종교적 의미의 사랑까지를 포괄한다. 그러한 응시의 시원은 마음 한켠 자리하고 있는 유년의 고향, 바로 어머니임을 밝히고 있다. 예술의 탯줄이었던 어머니는 산골 마을에서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쌀을 씻”고 있었고, 그는 어머니에게 “언제나 쌀만 씻고” 있어 무료하지 않느냐 묻는다. 그때 어머니는 집 앞의 “저 나무가 매일 똑같아 보이냐”고 되물음 한다. 아마도 이우환 화백의 ‘응시’는 그 시점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즉물적인 만남, 상호조응이라는 개념이 언어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시집은 언어의 원시성으로 돌아가려는, 돌아가서 언어가 언어로 보여줄 수 있는 의미를 시인은 보여주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쓴다는 것은 씌어지지 않은 것을 향한 끊임없는 호소”라는 시인의 말은 갇혀 있는 문학, 갇혀 있는 예술을 구출해내려는 시인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로 들린다. 이 시집은 그런 점에서 한 예술가의 영혼이 영혼을 그대로 드러낸 채 이 세계와 마주서기 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 나는 그녀가 좋고 그녀는 내가 좋고 - 테이블을 마주하고 미소 지으며 식사를 한다. - 포크와 나이프를 울리며 식사는 무아지경이 된다. - 나는 그녀를 비우고 그녀는 나를 비운다 - 식사가 끝났을 때 그녀와 나는 자리가 바뀌어 있다. - 그녀는 그녀가 좋고 나는 내가 좋다.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