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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할 권리

이근화 -
978-89-7275-953-9 03
2018년 12월 20일
304쪽 | 128*190 | 46변형
14,000원

‘고독’의 독자성을 존중하고 싶어 하는 시인 이근화가 건네는 작고 일상적인 위로, "이상한 긍정의 힘과 선善의 상상력이 넘쳐흐르는 에세이"

“인간은 누구에게나 고독할 권리가 있다”
해야 할 것은 많고 할 수 있는 것은 적은 요즘의 당신을 위하여

 


▲ 이 책에 대하여

 

고독’의 독자성을 존중하고 싶어 하는
시인 이근화가 건네는 작고 일상적인 위로

 

시인 이근화의 신작 산문집 『고독할 권리』가 출간되었다. 등단 15년 차, 그동안 네 권의 시집과 두 권의 동시집, 한 권의 산문집을 펴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는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한 줌 에세이」를 다듬고, 이후 써왔던 새로운 산문을 더해 총 스물네 편의 따뜻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들을 한 권으로 묶어냈다.
연재 당시 “이상한 긍정의 힘과 선善의 상상력이 넘쳐흐르는 에세이”(소설가 이기호)라고 호평받은 바 있는 이 책은 여성이자 엄마, 딸이자 아내, 시인이자 생활인이라는 무수한 자의식과 씨름하면서도 일상의 소소한 사물과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시인만의 섬세한 감각으로 포착하여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생활의 온기를 잔잔하게 풀어놓는다.

 


5년간 써 내려간 ‘에세이 한 줌’
아, 외롭고 싶은데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외로워야 한단 말인가

 

일과 가사와 육아에 바쳐진 일상 시간들을 어쩌지 못할 때, 원하던 삶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을 받고 안절부절못할 때, 작가는 집 근처 천변을 걸으며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고독할 권리가 있다’고. 아내에게도, 엄마에게도, 안방이나 거실, 부엌이 아닌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법이라고, 
대체로 너무 바쁘고 요란하게 살아가는 지금, 일상에 치여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가라는 것이다. 작가는 그것이 ‘나’에게 요구되는 여러 가지 역할을 떠맡은 ‘나’와, 내 안에 숨 쉬는 수많은 ‘나’를 알게 하는 노력이자 권리라고 말한다. ‘고독할 권리’란 바로 자신만을 위한 시공간에서 자신이 가진 감정과 삶의 리듬, 호흡을 발견하는 일과도 통한다.
자신의 일상생활이 오롯이 드러나는 이 책에서 작가는 네 아이의 아침밥을 챙겨 먹여 유치원과 학교에 보내고, 자신은 강의실에 나가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절실하고 아름다운 문학’을 들려주고자 애를 쓴다.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이웃과 반려동물들에게 눈길을 주거나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세상을 무심히 바라다보고, 때로는 지난날 자신의 모습들―복닥거리는 재래시장 가까이 살던 유년 시절과 예민하고 소심했던 학창 시절, 이상하게 삐딱했던 젊은 날들을 차분히 돌아보며 간결하지만 다정다감하게 일상을 스케치한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한 적도, 이것이 최선이라 스스로를 위로한 적도 없이 그럭저럭 살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예상치 못한 곳에 서 있게 되었다면서 작가는 ‘그냥 혼자 조용히’ 있을 시간을 만들기 위해, 그 시간을 통해 ‘나’를 구원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자 이 글들을 썼다고 고백한다.
속도나 변화에 민감하지 않고 허황하거나 과장되지 않은, 작가의 시인으로서의 기질은 이렇듯 자신과 주변을 들여다보는 눈길에도 일관되게 담겨져 다 말하지 않고도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내밀한 성찰력을 발휘한다.

 


내 안에 숨 쉬는 수없이 많은 나를 들여다보는 문장,
나에 대한 골몰은 나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작가는 지금의 ‘나’를 둘러싼 오늘과 돌아오지 않을 시절의 ‘나’ 사이를 부단히 오가며 ‘나’를 키운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을 전한다. 자신의 불안과 절망을 들여다보는 동안 “내게 다가왔던 사람들, 멀어져 간 사람들이 나는 참 고맙게 생각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작고 약한 지점을 인식하는 것, 미숙함을 용서하는 것, 부족함을 또 다른 재능과 용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외롭고 싶은데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외로워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나에 대한 골몰은 나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될 수 있다고 위안한다.
<김준성문학상> <현대문학상> <오장환문학상> 등 여러 차례의 수상 이력만큼이나 단단한 시 세계를 일구어온 작가는 일상의 결에서 ‘시적인 것’을 길어 올려 묵묵히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우리 사는 모든 곳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느라 바쁜 당신을 위해, 이 책은 평범하지만 충분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 차례

 

 

1부 발이 다 식은 채로
당신을 사랑하는 일   8
느긋하게 사랑을 배운다는 것   13  
귀가 잘린 고양이처럼   24
나와 어린 시절의 ‘나’는 0.1센티미터   32

 

2부 생명의 작은 신호들
이웃 사람들   38
호수에 빠진 환상   48
매미 오줌 맞기   56
나무·이끼·새   64

 

3부 시라는 절벽, 산문이라는 언덕
여행이라는 몹쓸 짓   72
나의 밀가루 여행   86
고양이와 개에 관한 거짓말   102
집으로 가는 길   121
밤이 사나운 꾸지람으로 나를 조를 때   137

 

4부 슬픔이라는 두툼한 장갑
속옷 차림으로   152
불안한 페이지   165
냉장고 불빛은 나의 배고픔을 비추네   178
기울기와 스며듦에 관해서   191

 

5부 오늘도 무럭무럭
기압골의 영향으로   206
소피의 힘   219
새를 키우고 싶어요   232

 

6부 산책의 즐거움 혹은 괴로움
생활체육 교실―고독할 권리 1   248
이웃이란 누구인가―고독할 권리 2   261
까나리 샌드위치―혀의 노예   274
시장 가는 길   286

 

작가의 말   301

 

▲ 작가의 말

 

고독하고 싶었지만 고독하지 못했던 시간들.
애초에 고독은 내 삶에 들어올 자리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5년간의 에세이 한 줌.
뿌연 먼지 속에 고독은 저 혼자 눈이 부시네.

 

외로운 사람들을 쉽게 알아본다는 것.
아마도 그게 내 장기가 아닐까.

 

가을이 짧아져서 걱정이다.

 

 

▲ 추천사

 

지난 몇 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이근화 시인을 만났다. 출판사 편집회의 자리였는데, 말 많고 시끄럽고 엄살 많은 나와는 달리 그녀는 대체로 조용했고, 남의 말을 잘 귀담아들어주었으며, 중간중간 툭툭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놓는 의견이 날카롭게 핵심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니, 자연 나는 대책 없이 그녀를 신뢰하게 되었는데, 삶이 막막하거나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순간마다 얼른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묻고 싶어질 때가 많아졌다. 아이 씨, 나이로 보면 분명 내가 더 오빠인데, 왜 누나 같고 선생님 같은 것이더냐, 궁금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 산문집 『고독할 권리』를 읽다 보니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대충 알 것도 같았다.
말하자면 그녀는 자기감정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었다. 불안이 무엇인지, 절망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자신의 작고 약한 지점이 어느 곳인지, 면밀하게 인식하고 바라보는 시인이었다. 인식하고 바라본다고 해서 거기에서부터 완벽하게 벗어날 순 없는 법. 그래서 그녀는 계속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아이들과 이웃과 생활하면서 깨지고 다치고 때때로 함께 운다. 자기가 깨달은 인식을 끝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에 반해 이근화 시인은 자신의 인식을 허물면서 계속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할 근원적 감정과 태도의 영역”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다. 그 영역이 바로 ‘시적인 것’이라고 믿는 사람. 이 책 『고독할 권리』는 바로 그 ‘시’가 되기 이전의 ‘시적인 것’ ‘삶의 결’에 대한 기록이다.

―이기호(소설가)


 

▲ 본문 중에서

 

장마철이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밤하늘도 뿌옇다. 아이가 달이 보고 싶다고 한다. 날이 흐리니 그건 좀 힘들 것 같다고 그만 가서 자라고 했다. 방으로 들어간 아이는 크레파스로 종이를 새까맣게 칠하고 야광 스티커를 달 모양으로 오려 붙인다. “여깄지, 달” 하는 아이 옆에서 한 시절이 간다.

―p. 30, 「귀가 잘린 고양이처럼」

 


여행이란 다른 소리에 귀를 열어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여행의 즐거움 혹은 괴로움이 귀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낮은 발소리와 웅성거림, 낯선 언어와 음성들, 시끄러운 음악들,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이상한 고요, 광장과 카페의 부산함 같은 것들은 풍경 이전의 소리이고 그런 소리들을 쫓아서 발길을 옮기게 된다. 나와 함께 어떤 소리를 들으러 떠나겠어요? 이렇게 청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조그만 가방을 들고 따라나설 것이다.

―p. 80, 「여행이라는 몹쓸 짓」

 


언젠가 머릿속이 엉키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집 밖으로 뛰쳐나온 적이 있었다. 책과 노트북을 들고 무작정 나왔으나 갈 곳이 없었다. 졸업한 이후로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고 중고생이 키득거리는 구립 도서관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카페에 들어갔다. 한담을 나누며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처럼 혼자 와서 죽치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바깥에 비해 실내 공기가 너무 시원하고 음악이 지나치게 크긴 했지만 오랜만에 그러고 있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집에서 하던 일상적인 모든 행동들을 잠시 멈추고 조용히 생각이라는 것을 했다. 생각한다는 것을 핑계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게 앉아 있었다.

―p. 125, 「집으로 가는 길」

 


문득 나의 능력과 역할을 잘 모르겠고, 혼란에 빠진 듯 휘청거릴 때가 있다. 그런 순간 냉장고의 차가운 불빛은 나의 배고픔을 비춘다.
냉장고는 집의 차가운 심장이다. 한밤중 어두운 부엌의 냉장고에 기대어 앉으면 모든 사물들이 냉장고의 소음에 박자를 맞춰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밤이 흘러가고 아무것도 끝장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pp. 187-188, 「냉장고 불빛은 나의 배고픔을 비추네」

 


어느새 젊음은 내게서 빠져나갔다. 외모쯤이야 어때, 라고 말하는 당당하고 용감한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초라한 기분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젊음을 대신해서 내가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젊음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면 우아하게라도 늙고 싶었던 것일까. 무엇을 대신한다는 관념 자체가 마치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피해망상적 집착인 것 같아 스스로도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소피처럼 대담하게 괜찮아, 하기가 어려웠다. 어쩐지 여성 문인이라면 좀 마르고 어둡고 고독한 이미지여야 할 것 같지만 내 외모와 분위기는 사실 그렇지 않은 편이다. 그것 역시 타고나는 것이니 어찌하겠는가.

―p. 223, 「소피의 힘」

 


글을 쓰면서 내가 만들어내는 나, 연출하는 나를 내 모습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 착각을 일깨워준 것이 바로 딸들이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딸들을 보며 나는 내 자신에게 복수의 칼을 겨누며 괴로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인가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부터 다시 쓰여야 할 것만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지워야 할 것이다. 또다시 낭떠러지에 선 기분이 들 것이다. 허무와 고독이라는 착각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p. 243, 「새를 키우고 싶어요」

 


정말 고독은 착각일 뿐일지도. 고독이라고 말하는 것 속에 담아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숨 쉬는 많은 다른 것들을 외면하는, 외면할 수밖에 없는 순간에 밀려드는 감정을 그렇게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외면하는가, 외면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가 그토록 이기적으로 사랑하는 자신과 그 안에서 숨 쉬는 타자들의 목을 조르는 이유는 뭘까. 대체로 우리는 너무 바쁘고 요란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고독에 대한 진정한 사유가 없기에 자신도, 내 안의 살고 있는 무수한 ‘나’들에 대해서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p. 258, 「생활체육 교실―고독할 권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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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Author: Juan Lee (Seung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