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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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

큰일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체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리하여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일명 알아보기(서치) 왕이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열심히 찾아보고, 또 검색해보고, 비교해보고, 고민해보고, 결정을 딱 내리기 전까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는 타입이다. 문제는 알아보기만 한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너무 열심히 알아보다가 힘이 다 빠지는 타입이다. 거의 다 왔는데, 정말 전화만 하면 다 끝나는데……. 그래, 다 알아보았으니 다음에 할까?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알아보다가 그만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운동도 그중 하나이다. 헬스와 필라테스, 복싱, 풋살, 배구, 농구, 집 앞 체육센터에서 하는 수영과 배드민턴 등등. 일단 재밌어 보이는 건 모두 다 검색해본다. 알아보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시설(청결도, 개인 샤워실 구비 등)이 안 좋다고 생각되면 바로 제외시킨다. 또한 사람이 너무 많거나 개방되어 있는 곳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물론 여러 사람과 한 팀을 이뤄서 하는 운동도 나쁘지 않다. 구기 종목의 운동들은 대부분 여러 사람과 함께하니까. 한번은 친구와 풋살을 한 적이 있었는데, 팀을 나누어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팀은 토트넘 못지않은 빅 클럽 중 한 곳이 된다. 내가 속한 팀 중 누군가 골이라도 넣게 되면 그 순간 그 사람은 손흥민 선수 못지않게 후광이 비친다. 한 팀이 된다는 것은 처음 본 사람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주고, 얼싸안고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90도로 인사를 나눈 뒤 각자 집으로 향한다. 오늘 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생각하면서 씻고 눕는다. 그런 날에는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를 만큼 금세 잠이 든다. 아무튼 단체 운동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긴 하지만 다른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 또다시 운동 알아보기에 돌입해본다.

 

그래. 더는 미룰 수 없다. 나는 작년 12월부터 방학 때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검색창에 운동 추천’ ‘혼자하기 좋은 운동’ ‘재밌는 운동’ ‘체력 증진’ ‘체력 강화 운동등을 검색해보았다. 그러다 흥미로운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건 바로 운동 MBTI였다(이젠 MBTI가 없는 세계란 정말 없는 것일까? 한편으론 마음이 복잡했다). 꽤나 흥미로운 문구에 클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나의 성향에 맞는 운동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왠지 모르는 저 자신감에 나의 운명을 맡겨보기로 했다. 첫 질문은 함께하는 단체 운동 vs 혼자 하는 개인 운동이었다. 나는 첫 질문부터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했다. 단체도 좋고, 혼자 하는 운동도 좋은데 어쩌지 하는 생각에 우선 혼자 하는 운동을 먼저 클릭해보았다. 나머지 질문으로는 승패가 있는 것이 좋은지,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지 등등 물어보았다. 운동 방식과 시간 등을 조합해서 나에게 딱 맞는 운동을 추천해준다고 했다. 나는 부푼 마음을 안고 결과를 클릭해보았다.

 

우선 혼자 하는 운동을 선택했을 땐 러닝이 나왔고, 함께하는 운동을 선택했을 땐 테니스가 나왔다. 나는 갑자기 테니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주 갑작스러운 결과도 아니었다. 작년 집 앞에 테니스장이 생긴 것을 알았을 때 친구들과 함께 배워보려고 강습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때는 바야흐로 테니스의 시대였을까? 나만 빼고 이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알았던 것일까? 두 달을 기다려도 자리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테니스의 꿈은 저편으로 물 건너가나 싶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운명이다. 테니스를 할 운명인 것이다. 나는 스스로 최면을 걸고 곧바로 테니스 알아보기에 돌입했다. 우선 집 근처(4킬로미터 근방까지 알아보았다) 테니스장은 세 군데 정도가 있었다. 집 앞은 여전히 자리가 없었고, 집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테니스장에 연락했다. 마침 주말 오전에 한 자리가 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운명이라고 생각한 나는 아주 작게 환호를 질렀지만 생각해보니 주말 오전 운동이면 정말 갓생*이 아닌가? 싶었다. 과연 주말 아침에 나는 잘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나는 부지런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어찌되었든 이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바로 테니스를 치기로 마음먹었다. 고민의 고민을 아주 짧게 하고 입금을 하고 나니 그때부터 괜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테니스와 함께하는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공은 맞출 수 있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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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의미하는 ‘God’ 인생을 뜻하는 ‘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네이버 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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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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