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가훈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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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

10년 전 나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오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첫 자취방을 구하고, 전입신고를 마치고, 처음으로 등본을 떼어보고, 세대주가 본인()인 것을 확인했을 때 물리적으로든 서류로든 나는 정말로 혼자 살게 된 것을 깨달았다. 자취방에는 필요한 것들이 정말 많았다. 혼자 살면 숨만 쉬어도 돈이 빠져나간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혼자 살았던 5년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10년 차가 된 지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1인 가구도 가정의 한 형태인데 가훈이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가훈은 무엇일까요?

가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줄곧 선생님이 내주던 숙제 중 하나였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우리 집 가훈은 진실 되게 살자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그 당시에 진실이라는 단어를 잘 몰라서 어머니께 물어보았더니 어머니는 그건 거짓말을 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그럼 왜 거짓말을 치지 말자고 쓰지 않는 거냐고 덧붙여 물어보았지만 말을 아끼셨다. 생각해보면 가훈으로 거짓말을 치지 말자보다 진실 되게 살자가 더 있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전자는 뭐랄까. 조금 가벼운 느낌이랄까?…….)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아주 진실 되게 사셨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물론 농담이다. 친구들이 숙제로 적어 온 가훈은 정말로 다양했다. 특히 한자로 된 가훈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가훈은 가화만사성이었다. 집안의 화목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 (생각해보면 이 또한 가족주의에 너무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덕분에 그 뜻은 아직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

 

우리 집 가훈은 그러니까 함께 살 땐 진실 되게 살자였다. 그러나 혼자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 1인 가구에 맞는, 그러니까 나는 나에게 맞는 다른 가훈이 필요했다. 평소 같았으면 우리 집 가장이 가구원을 불러 가훈에 관해 이야기했을 테지만 이 집은 가장도 가구원도 한 명이기 때문에 불러 모을 필요도 없이 내 마음에 들면 바로 통과였다. 그러나 가훈을 정하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쉽게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새삼 부모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가훈은 한 집안의 조상이나 어른이 자손들에게 일러주는 가르침, 한집안의 전통적 도덕관이라고 한다. 가훈을 정하기에 앞서 나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여러 가지 가훈 후보가 있었다.

 

1. 외유내강

2. 울지 말자

3. 어른답게 책임을 지자

4.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5. 생각은 깊게 행동은 바르게

6.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문득 좋아하는 영화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할 땐 친절함을 선택해라.” 영화 원더에서 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 하는 말이다. 나는 친절함을 선택하는 것이 곧 옳은 것이구나 그렇게 그 대사를 이해했다. 만약 내가 이 집안의 큰 어른이라면, 한집안의 전통적 도덕관을 일러줘야 한다면 나는 저 대사를 똑같이 읊어줄 것만 같았다.

 

이 집에선 친절함만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곧 옳은 것이다.

 

출가한 후 내가 혼자 정한 가훈은 원더의 영화 대사를 빌려 친절함을 선택해라 그것이 곧 옳은 것이다이다.

 

이상하게 가훈을 정했는데 왜 부모님 생각이 나는 걸까? 가훈을 정한 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집 가훈을 왜 진실 되게 살자로 정했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어머니는 진실 그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진실’, 이 두 글자에서 오는 의미가 어렸을 때에 비해 꽤 크게 다가왔다. 나도 가훈을 정했다고, 우리 집 가훈은 친절함을 선택해라 그것이 곧 옳은 것이다라고 그대로 전해주었다. 어머니는 아주 멋진데? 라고 말해주면서 하지만 너무 친절하게 살면 손해 보는 것 같으니 적당히 친절하라고 조언해주셨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선하게 살라고 하더니만……. 그러나 어머니는 내게 다시 하지만 친절해서 나쁠 건 없다고 전해주셨다. 아무튼 가훈을 정했으니 잘 살아보라고 한다. 갑자기 그 말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2번 울지 말자로 하고 싶었지만 이건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정말로 우리 가족과 (생각보다) 꽤 많이 닮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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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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