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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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

생각해보니 테니스는 아무리 많아 봤자 네 명이서 하는 운동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숫자가 안심이 되었다. 나포함 네 명이라니 아주 적당하군. 적당한 안도감과 함께 약간 들뜬 마음으로 테니스장에 들어섰다.

 

테니스 수업은 총 60분이었다. 그중 20분은 선생님께 강습을 받고, 나머지 시간은 볼 머신으로 연습을 했다. 대부분 11이나 21로 레슨을 받는 것 같았다. 내가 다니는 테니스장은 공간이 1, 2, 3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첫 번째 구역에서는 선생님과 함께 공을 주고받고, 두 번째 구역에서는 백핸드 스트로크를, 세 번째 구역에서는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를 볼 머신으로 연습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간단한 소개와 함께 라켓을 골라주고 먼저 스트레칭을 하고 있으라고 하셨다.

나는 사물함에 겉옷을 넣어놓고 인생 처음으로 테니스장에 들어서보았다. 처음 잡아보는 라켓은 뭐랄까. 생각보다 가벼운 느낌이었다. 물론 초보라서 비교적 가벼운 라켓을 것도 있겠지만 보는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가벼웠다. 선생님 처음이니 공을 튕기는 법부터 배워보자고 하셨다. 라켓을 이용해 땅바닥에 공을 튕기는 법과 라켓 위로 공을 떨어트리지 않고 계속해서 치는 법을 알려주셨다(이게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다). 다음엔 천천히 공을 벽에 튕겨보고 다시 맞받아 쳐보고 공의 감각을 최대한 느껴보라고 하셨다. 나는 하면서도 내가 과연 공의 감각을 잘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나는 공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온 집중력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다음엔 기본자세에 대해 알려주셨다. 테니스의 기본자세는 생각보다 많이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야 했고, 생각보다 많이 팔을 위에서 아래로, 뒤에서 앞으로 휘둘러야 했다. 문제는 그 기본자세가 굉장히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테니스는 원래 몸이 일직선이 된 상태에서 라켓을 휘둘러야 하는데 나는 자꾸만 오른쪽 어깨가 내려간 상태에서 올려친다는 것이었다. 내가 자꾸만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공을 치다보니 보다 못한 선생님께서 테니스는 당당한 운동이라고 어깨를 활짝 펴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왠지 모르게 그 말이 인상 깊었다. 테니스는 당당한 운동이구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깨가 한없이 움츠러든 것은 나의 평소 자세가 좋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당당해본 적이 많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갑자기 나는 당당함이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남은 시간동안 머릿속에 당당함이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어깨를 쫙 펴고 자신 있게 휘두르자고 생각해도 영 어렵기만 했다. 레슨이 다 끝나면 다른 수강생들의 강습을 위해서 코트에 있는 공을 주워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아야 했다. 떨어진 공을 라켓에 올리고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레슨보다 뒷정리가 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운동은 하체인 것일까?

기본 체력이 없는데 괜히 테니스를 한다고 했나 하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지만 그래도 첫 시간에 발이 빠르다는 칭찬을 들었다. 나는 갑자기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운동력을 가지고 테니스를 더 열심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공은 라켓의 정가운데를 정확히 맞을수록 잘 날아갔다. 계속 공을 칠 때마다 숨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건 지난 몇 년간 운동을 하지 않은 자의 업보 같았다. 이 정도면 30분이 지나지 않았을까? 하고 시계를 보면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켓을 잘 휘두르면 벽에 부딪히는 공의 소리가 달랐다. 일직선으로 뻗어가다 가운데를 정확히 맞추면 쾅하는 아주 큰 소리가 났다. 그 소리야말로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소리 같았다. 사람들이 테니스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소리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테니스의 행복이구나, 바로 이 소리 때문에 테니스를 치는구나 생각했다.

나는 테니스를 두 달 정도 더 배워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테니스를 통해 배우고 싶은 것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당당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배움에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았다. 테니스는 당당한 운동이라는 것, 배우는 것보다 뒷정리가 더 어렵다는 것, 한번 틀어진 자세는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것,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면 분명 는다는 것, 어쩌면 테니스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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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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