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이름의 여행

페이스북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링크 복사하기

8 회

다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학은 방금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로 실리 내지는 실용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오직 문학만일까요? 아직 이성이 발달되지 않고 추상적인 생각을 할 줄 모르는 어린이의 경우라면 몰라도, 여러분과 같이 이미 지성을 갖춘 성인들에게 꼭 ‘재미있게 꾸민 이야기’를 이용해서 실용적 효과를 내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효과는 문학보다도 가령 도덕·역사·사회·경제 등을 다루는 수많은 책들이 더 직접적으로, 그리고 더 많이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문학은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본래의 목적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 어떤 특별한 언어의 사용이라고 말해야 좋을 것 같군요. 나는 그것을 여행과 비교해서 말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국내이건 국외이건 간에 여행을 한 일이 있겠죠. 무슨 사업이나 볼일 때문에 강요된 여행이 아니라, 특별한 목적 없는 여행 말입니다. 그러나 특별한 목적이 없다는 것은 그냥 왔다갔다 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죠. 그것은 짧은 동안이라도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기분으로 낯선 고장을 혹은 그리운 고장을 찾아간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여행을 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나 자신은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곳으로 가서 다른 풍물風物이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생각과 경험을 늘려나가기 위해서 가끔 여행을 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나와 같은 뜻에서 여행으로 나설 겁니다. 한데 문학과의 접촉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동서고금의 훌륭한 문학작품들은 금강산처럼, 앙코르와트처럼, 또는 아프리카의 원주민처럼 여러분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여러분의 낯익고 관습적인 세계와는 이질적인 것들을 보여주며 여러분을 한정된 공간과 시간에서 해방시켜주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정신의 눈과 귀를 바깥으로 활짝 열어주려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이 문학적 여행은 적어도 두 가지의 매우 값진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첫째로 그것은 자신의 것과는 다른 환경과 사람들과 문명에 대한 너그러운 생각을 갖게 해줍니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는 너그러운 생각이란 용서해준다는 뜻이 아니라 널리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심판이나 배척이 아니라 그 이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원리이며 평화의 기본조건입니다. 둘째로 이질적인 것과의 접촉은 자신이 지녀온 생각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베풀어줍니다. 내가 안다고 생각해온 것은 하나의 편견이 아니었던가, 내가 일상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은 더 값진 어떤 것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진실한 행복은 어디 있을까 하는 따위의 근본적인 반성을 촉구해주는 것이 바로 문학작품입니다.
문학이 여러분에게 베푸는 정신적 여행을 통해서, 그리고 여러분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일은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에게 확실하고 결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못할지 모릅니다. 그런 해결책이란 쉽게 발견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인생에 관한 결정적 대답은 오직 죽을 때에나 주어지는 것이며 그동안에는 더 진정한 삶을 위한 모색과 시도가 있을 따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문학이란 여러분이 앞으로 이어나갈 더 값진 모색과 시도를 도우려는 인생의 반려라고도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문학적 여행으로의 초대

그래서 나는 이제 더 구체적으로 여러분과 함께 문학적 여행의 길로 나서볼까 합니다. 나는 말하자면 이 여행의 안내원인 셈인데, 내 계획은 좀 색다릅니다. 문학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명작감상을 하거나, 국가별·지역별로 문학의 특색을 들어올리거나, 시·소설·희곡과 같은 갈래에 따라 설명하거나, 혹은 낭만주의·사실주의·상징주의와 같은 이른바 문예사조를 짚어나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관례에서 벗어나 모든 문학에 통할 수 있는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되도록 쉽게 해보려고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문학이란 이름의 여행을 통해서 여기저기로 찾아가 보기 전에, 우리는 왜 그런 여행을 하며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좀더 원리적으로 살펴나가 보려고 합니다.
나는 그것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네 가지의 정신적 욕망과 관련시켜서 풀어볼까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무엇을 만들려는 욕망, 앎을 향한 욕망, 놀이의 욕망 그리고 구원을 향한 욕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그 네 가지 욕망의 복합체로서 문학을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이제 문학에서 그 각각의 욕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또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얽히는지를 많은 예를 들어가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결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니까 여러분이 끝까지 따라와주리라고 믿습니다.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