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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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어린 시절은 천진하고 행복하다고들 말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에는 삶의 기쁨이 넘쳐흐르고 그들의 잠자는 얼굴에는 그지없는 평화가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그런 행복감은 아이들 자신의 느낌일까요?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삶의 기쁨을 스스로 느끼고 잠들었을 때는 평화를 실감할까요? ‘아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것이다’라고 외치는 어린아이가 과연 있을까요? 아마 여러분 중의 누구도 어린 시절에 그런 느낌을 자각적自覺的으로 갖지는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라고 난 후의 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다소간을 불문하고 외로움, 불안, 근심, 불행, 슬픔과 같은 반갑지 않은 감정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어른들이(여러분도 그 점에서는 벌써 어른이겠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거나 주위의 어린아이들을 눈앞에 보면서 ‘행복한 어린 시절’의 이미지를 꾸미는 것입니다. 가령 어린 손자를 홀린 듯이 바라보는 노인에게는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 있습니다. 머지않아 찾아올 죽음을 잊기 위해서 어린 손자의 존재에 홀려드는 것입니다. 그런 죽음의 이야기가 싫다면 다른 예를 들어보죠. 우리가 흔히 부르는 명곡 <가고파>의 1절에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라는 시구가 있지만, 그 동무들과 놀았던 시절의 행복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이미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또 더 서정적인 정지용의 「고향」의 한 구절을 기억해보세요.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는 그 구절은 어린 시절의 행복을 노래하기보다는 영원히 상실된 그 행복에 대한 영탄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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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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