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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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우리는 위에서 진실이 드러나는 낯선 세계로의 유도를 위해서 기본적 리얼리즘이 쓰는 계책이 어떤 것인지를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그것은 요컨대 실재하는 것을 배경 삼아 독자로 하여금 있음 직한 것의 환상을 자꾸만 쌓아가게 만들면서, 즉 독자 스스로가 가짜 이야기에 진실성을 부여하게 만들면서, 일상생활에서는 의식하지 못했던 참을 깨닫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참이란 엄청나게 범위가 넓습니다. 서편제에서 보는 바와 같은 개인의 정체성의 탐구로부터 사회와 역사의 진정한 모습의 제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가장 자주 대하는 것이 그런 기본적 리얼리즘의 작품입니다. 한데 참으로서의 현실을 탐구하면서도 이런 글쓰기와는 아주 다른 종류의 글쓰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독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적 정보나 일상적인 상황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엉뚱한 이미지나 언어로써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본적 리얼리즘의 경우처럼 우리가 익히 아는 구체적 상황 속에 그것을 위치시키지 않고 불쑥 갖다대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글쓰기는 급기야 상식과는 등을 진 야릇한 은유, 알쏭달쏭한 상징, 초월적 존재에 대한 직관, 절망의 나락으로의 유혹 따위를 보여주는 일이 자주 있는데, 그런 현실탐구의 문학을 무엇이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하기야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죠. 더 깊고 더 비밀스러운 현실뿐만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노상 체험하면서도 의식하지 못한 현실을 밝히려는 그런 언어를 리얼리즘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요. 사실, 종래의 문학사나 문예사조사에서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죠. 그러나 우리가 그런 관례에 묶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른바 사회적 현실의 재현을 표방하는 문학만을 리얼리즘이라고 불러야 할 객관적 이유는 없습니다. 문학의 보다 본질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그런 관례에서 벗어나는 것이 때로는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나 역시 그런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기도를 기본적 리얼리즘과 어떻게 구별해서 부를까요? 이차적二次的 리얼리즘, 초월적 리얼리즘, 심층적 리얼리즘 등 여러 가지 말이 머리에 떠오르는데 모두 다 그렇게 마땅하지가 않군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편의상 2의 리얼리즘이라는 매우 평범한 이름으로 불러두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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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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