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나라에는 예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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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그러나 문학이 진실이건 진리이건 간에 과연 요지부동한 참에 이를 수 있을까요? 그러기는커녕 철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오직 되풀이되는 질문만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 재검토되거나 부정될 덧없는 대답만이 있어 온 것이 아닐까요? 참을 추구하기 위해서 동원된 상상의 작업이, 그리고 그 작업의 결실인 가짜 이야기가 우리를 진정한 앎의 길로 유도해왔을까요? 참을 향한 앎의 욕망은 호모사피엔스로서의 인간이 지닌 숙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지만, 문학이 과연 그것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을 하면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타이름이, “나는 무엇을 아는가?” 하고 몽테뉴가 자신에게 던진 물음이, 그리고 아침에 길을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가하다(朝聞道, 夕死可矣)”는 공자의 결연한 구도求道정신이, 또 심지어 진리란 무엇이냐고 예수에게 되물은 빌라도의 질문이 자연히 머리에 떠오릅니다. 아득한 그 옛날부터 이런 말들이 한없이 되풀이되어 왔다는 사실은 인류가 아직도 보편타당한 앎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인지人智가 발달한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는 도리어 이설異說만이 분분하여 바벨탑의 이야기가 절로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봅시다. 만일 인간이 자신과 남들과 세계에 관해서 궁극적窮極的인 참에 도달하는 날이 온다면 아마도 인간은 할 일이 없어지고 권태 속에서 자멸하고 말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예술과 학문의 긴 전통을 이어온 것은 완전한 앎을 지향하면서도 불완전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신의 나라에는 예술이 없다는 앙드레 지드의 말은 참으로 재미있는 말입니다. 그것은 무신론자였던 지드가 신을 경멸하거나 조롱하려고 한 농담이 결코 아닙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신은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한 존재일 텐데, 그런 신이 무엇이 답답하다고 예술과 같은 괴롭고 어려운 일을 하겠습니까? 그 말을 통해서 지드는 예술이란 불완전한 인간만이 완전을 향해서 하는 짓, 그러나 언제나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짓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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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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