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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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이왕 돌을 예로 들었으니 그 이야기를 잠시 더 계속해볼까요? 내가 여러분에게 돌이란 무엇이냐?’고 물으면 필경 당황할 테죠. 혹은 반대로 싱거운 질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돌이란 사전에 쓰인대로 형태야 어떻든 간에 바위의 조각으로 모래보다 큰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것을 가지고 무슨 시비를 하느냐고 내게 되물을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내 곁에 있는 작은 사전을 보아도 그런 정의 다음에는 석재石材라는 뜻이 적혀 있고 또 다른 사전은 견고하고 아름답고 광택이 특별해서 귀중하게 여기는 광물질이라는 정의까지 곁들여놓고 있습니다. 한데, 아주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쓸모없는 정의는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보이는 첫째 정의입니다. 우리는 돌을 보고 아아, 저기에 모래보다 큰 바위의 조각이 있구나하고 의식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각도에서 돌을 대할 법한 광물학자조차도 그 성분이 특별하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 돌이나 주목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의 경우는 어떨까요? 아예 돌을 거들떠보지도 않거나(즉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혹은 자신의 기도企圖에 따라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그 점에서는 광물학자도 마찬가지죠. 돌의 물질성 자체를 규명한다는 기도에 따라 돌을 생각하는 것이니까요) 두 가지 태도를 취합니다. 그것은 양단간에 취사선택입니다.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은 의미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는 선택이며, 반대로 주목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삼는다는 뜻입니다. 가령 석공에게 돌은 석재로 존재하고 정원사는 돌을 장식물이나 미적美的 대상으로 삼을 것이며 또 시인은 돌에서 무정한 것이나 겸허한 것이나 단단한 것의 상징을 찾아보겠죠. 속된 말로 제 눈의 안경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이것이 우리의 현실인식의 양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이러한 객관적 기준 없는 의미부여와 가치부여를 두고 무엇이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어떤 학자들은 이렇게 우리의 인식이 사실이나 사물 그 자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의도나 관심에 의해서 매개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것을 허구(虛構, fiction)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나도 인간의 모든 인식은 허구이다라고 말해보고 싶지만, 그러면 혹시 오해를 살지도 모르죠. 왜냐하면 허구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상상을 통해서 없는 것을 만드는 행위나 그렇게 만들어진 산물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또 영국이나 미국의 문학에서는 그 말은 흔히 소설을 두고 쓰는 말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선 그 대신 인공적 구성물artifact’이라는 말을 써보기로 하죠.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사물이나 사실의 객관적 본질이 아니라 오직 우리들 각자가 그것에 의미나 형태를 부여한 것, 즉 인간이 구성해놓은 것이니까 말입니다.

 

 

사진 찍기

 

혹시 이런 이야기가 상식에 어긋나는 궤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 알기 쉬운 예를 한 가지 들어보죠. 여러분은 요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편한 기재들을 이용해서 많은 사진을 찍고 있겠지만, 그런 사진만큼 객관적이고 사실적事實的인 것은 없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풍물이건 인물이건 간에 있는 그대로를 박아놓은 것 같으니까요.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요? 인간의 판단과 취사선택이 개입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라는 것이 과연 사진을 통해서 재현될까요? 가장 기본적인 측면부터 생각해보죠. 모든 사진은 한정된 테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그런 테두리를 사진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여러분이 스스로 정합니다. 달리 말하면 여러분은 어떤 일정한 범위의 대상만을 담아넣고 그 전후좌우에 있는 나머지 것들은 버리는 겁니다. ‘이 산이 아름답다, 저 강이 평화롭다, 저 아이가 귀엽다라고 생각하면서 그 피사체를 주위의 다른 사물들로부터 분리하고, 그것에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합니다. 그리고는 크기, 각도, 명암, 농도 따위를 조절하여 되도록 인상적인 모습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피사체의 아름다움이나 특징을 더 잘 아로새기기 위해서 예쁘게 다듬고 주위를 정리하고 어느 부위를 특별히 확대하고 하는 작업을 가하기도 합니다. 결혼식에서 찍는 사진은 그 가장 두드러진 경우이죠. 아무튼 간에 사진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현실 그 자체는 앞서 말한 것처럼 그냥 거기에 뒤죽박죽 섞여 있는 모든 것입니다), 현실에 가해진 해석이며 조작이며 만들어진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런 2차적 현실을 우리는 보통 현실이라고 부르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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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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