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게 가하는 망치: 도미니크 수도회

페이스북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링크 복사하기

30 회

교황청에서 악마와 연관된 이단을 퇴치하고자 할 때 이를 임시적인 방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주관 기관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선택된 기관이 당시 새로 생겨난 도미니크 수도회였다. 이들은 이단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단은 성경에 밝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들 역시 그에 대비한 공부를 했고, 그러기 위해 자체 교육기관을 두든지 쾰른 대학 같은 특정 대학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이단을 박멸하고자 종교 재판에 열심히 참여하는 동시에, 이론적인 정교화도 병행해나갔다. 후진을 잘 키우기 위해 마녀를 가려내고 그들을 논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매뉴얼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마녀 개념이 뚜렷하게 정립되어갔다.

이를 보여주는 인물로 요한네스 니더(1380/85-1438)를 들 수 있다. 그는 남부 슈바벤 지역에서 태어나 1402년경 도미니크 수도회에 들어갔고, 그 후 빈 대학과 쾰른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뉘른베르크와 바젤에서 수도원 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1435년에 빈 대학으로 돌아가 다음 해에 신학부 학장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러 저서를 집필했으나 가장 유명한 것이 개미 나라Formicarius(1435-1438)이다.* 개미 나라를 인간 세계의 모델로 비유하고 있는 이 저서에서 그는 특별히 마녀 문제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중요한 점은 그가 단지 이전 저술들을 인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마녀 재판을 주관했던 인물들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 저서에 인용했다는 것이다. 그가 쓴 글을 살펴보자.

 

로잔 주교구의 볼팅엔Boltingen이라는 읍에 스타델린Sta-delin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해당 지역의 재판관이었던 페터에게 체포되었다. 스타델린은 어떤 부부가 사는 집에 들어가 마술을 써서 부인의 배 속에 있는 아이들 일곱 명이나 계속해서 죽였고, 또 양의 배 속의 새끼를 죽여서 7년 동안 새끼 양이 태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를 행했냐고 물으니 그가 답하기를 특정한 종류의 도마뱀을 가루로 만들어 그 집 문턱 밑에 뿌려두었기 때문인데, 만일 이것을 치우면 그 집안에 생식력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이런 고백은 고문을 통해 얻어냈으며, 자발적으로 실토하지는 않았다. 재판관은 그를 화형에 처했다.

또 페터는 나에게 베른 지역에서 아주 짧은 동안에 열세 명의 아이들이 마녀들에게 잡아먹혔다고 말했다. 페터가 사로잡힌 마녀에게 어떻게 아이들을 잡아먹었냐고 묻자 마녀는 이렇게 답했다. ‘세례받지 않은 아이 혹은 세례를 받았더라도 십자가 표시나 기도로 보호받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 요람에 있을 때 우리가 의식을 행하여 죽입니다. 그 후 우리는 비밀리에 묘에서 아이들 사체를 꺼내 와 큰솥에 넣고 요리를 합니다. 살이 익어 뼈에서 떨어지면 액체가 됩니다. 이 물질을 굳혀 만든 고약은 우리 일에 유용하게 쓰입니다. 우리는 이 액체를 통에 집어넣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의식을 거행하는데, 누구든 이것을 마시는 사람은 곧바로 우리 종파의 일원이 됩니다. (……)’

이 마술을 행한 스카비우스라는 자는 공개적으로 자기 기술을 자랑스럽게 사용했다. 그는 만일 자기가 원하면 생쥐로 변신하여 원수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 그는 힙포Hippo라는 제자를 남겼는데, 힙포가 스타델린을 마술의 대가로 만들었다. 이 두 사람은 그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이웃의 밭에 있는 거름, 곡물, 과일 등을 남의 눈에 보이지 않게 자기네 밭으로 옮겨 올 수 있었다. 그들은 거대한 돌풍을 일으키고, 공기 중에 벼락을 통해 독을 넣고, 사람과 동물을 불임으로 만들고, 이웃 사람들의 몸과 재산을 해치거나 혹은 말을 미치게 만들고, 또한 원하면 공중으로 날아서 이동할 수 있다. (……) 재판관이 스타델린에게 어떻게 돌풍과 폭우를 일으킬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답하기를, 밭에 서서 특정한 주문을 외우며 모든 악마들 중에 가장 강력한 악마에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작은 악마를 보내달라고 간청한다고 한다. 그에게 찾아온 악마의 명령에 따르면 곧 폭풍우가 일어나지만,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곳은 아니고 하느님이 허락한 곳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이 사례에서는 악마 계약, 성적 방종, 변신 이후 이동, 마녀 집회 참가, 타인에게 가하는 위해, 어린아이 살해 등 마녀에 관한 핵심 요소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 이런 자료들로 보건대 대략 15세기 초반에 어느 정도 완결된 마녀 개념이 탄생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개념을 이용하여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잡아들여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아낸 다음 처형하는 과정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 또한 분명하다.

이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비기독교적인 성격으로 의심되는 모든 행위들을 일괄적으로 악마의 소행으로 몰아갈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만들어졌다. 마녀라는 개념을 동원한 결과 교회가 판단하기에 정상에서 어긋나는 일들이 단지 가벼운 오류나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사소한 잘못 정도가 아니라 인간 사회를 총체적으로 무너뜨리려는 지극히 위험한 행위로 규정된 것이다.

 


* 이 제목은 성경에서 따온 것이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잠언 6 : 6)

** Alan Charles Kors, 앞의 책, document. no. 27.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