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게 가하는 망치: 악마와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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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어떤 존재일까? 악마와 마녀 간의 관계는 무엇일까?

중세의 우주론cosmology은 지구를 중심으로 여러 겹의 하늘이 펼쳐져 있는 것으로 상정했다. 상층의 하늘에 신과 천사들이 거하고 그 아래층의 하늘에 항성들과 여러 천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악마는 천사 가운데 일부가 타락하여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아래로 떨어진 존재다. 이들은 달 아래의 공간sublunar area, 곧 지구와 달 사이의 중간 지역에 존재하여 땅 위의 일들에 관여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중세와 근대 초의 신학적 견해에 따르면, 악마는 대단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되 다만 이들이 인간에게 그 힘을 직접 발휘하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의 태생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악마는 원래 천사 출신이다. 천상의 천사든 타락천사든 모두 영적인 존재여서 인간계의 물적 존재와는 다르며, 따라서 물리적으로는 매우 허약한 존재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인간 세계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강력한 포텐셜은 보유하고 있으나 그것을 이 세상에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그들의 사악한 힘을 실질적으로 이 땅에 풀어놓을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마녀다.

영적인 존재인 악마는 인간의 감각에 포착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이 어떻게 인간 앞에 현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복잡한 논증을 필요로 했다. 예컨대 그들에게는 성대가 없어서 인간에게 직접 말을 걸 수 없으므로,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다른 방법을 써서 인간 목소리를 흉내 낸다.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어떤 생각을 불어넣는 것도 일종의 속임수를 사용하는 것이다. 즉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보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드는데, 이는 인간이 가진 상상의 능력 안에 들어 있는 내용들을 조정하여 마치 꿈을 꾸는 것과 유사한 상태로 만듦으로써 사람을 홀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악마는 사람을 움직여서 파괴적인 일들을 수행하도록 한다.

일반인이 볼 때에는 마녀가 사악한 일maleficium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뒤에는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 그럴진대 악마와 마녀 사이의 공조, 그리고 그들 간의 계약이 핵심적인 사항이 된다. ‘사악한 눈(fascinatio, evil eye)’이 대표적인 예다. 특별한 악의 능력을 가진 사람은 남을 쏘아보는 것만으로 병에 걸리게 하거나 나쁜 사건에 휘말리게 만들 수 있다. 주로 기분 나쁘게 생긴 노파가 젊은이들에게 이런 일을 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노파들은 태생적으로 그런 힘을 가졌던 게 아니라 마녀이기 때문에 악마의 힘을 빌려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매우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악마와 마녀가 활개를 치고 다니며 세상을 어지럽히는데 신은 왜 그런 것을 지켜보고만 있는가 말이다. 신이 만물을 주재한다고 하면서도 이 세상에서 악마가 그런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이 악마의 능력을 이기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면 신은 전지전능한 것이 아니다. 또 악마가 행하는 그런 사악한 일들을 신이 원해서 한다고 하면 신은 사악한 존재가 된다. 이 두 가지 설명 모두 합당치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스콜라철학의 견지에서 말하면 신은 악마가 사악한 일들을 하도록 허락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 역시 매우 중요한 신학적 논증이 필요하다.

스콜라 철학자들의 답변은 이런 식이다.

사람들 눈에는 이것이 순전한 악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마녀들의 사악한 행위들은 진정한 기독교도를 테스트하고 경고하고 정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악마와 마녀가 준동하는 것은 신의 원대한 계획 속에서 더 큰 선을 위한 일이다. 예를 들어 포악한 이교도 군주가 성인과 성녀를 잔혹하게 고문하고 죽이는 것을 생각해보자. 포악한 군주의 행위 그 자체는 실로 사악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로 인해 순교자의 덕성이 천하에 알려지면 그것이 오히려 많은 신도들에게 모범이 되고 더 큰 신앙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 , 악은 더 큰 선을 위한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설명은 순환 논리에 빠져 있다. 마녀의 행위가 왜 일어났는가? 신이 허락했기 때문이다. 신은 왜 그런 행위를 허락했는가? 그것이 신의 선한 의지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즉 마녀의 죄 자체가 마녀의 존재이유를 설명한다. 암만해도 이것을 이해하려면 이 논리 전체를 통째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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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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