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목련꽃 피면 어쩌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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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

근래에 내가 살고 있는 강화도에서 일산 신도시 가는 버스가 생겼다. 고천을 지나 김포대교를 건너면 바로 일산 신도시다. 나는 파주에 있는 출판단지에 갈 일이 있어 두서너 번 그 버스를 탔다. 버스는 그리 속도를 내지 않아도 일산까지 한 시간이면 족히 도착했다. 대개 어딘가로 움직일 때 옛일들이 많이 떠오르는데 일산행 버스를 탈 때는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그것은 아마, 내가 일산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 그러니까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 내 인생의 황금 같은 시기를 그곳에서 보내서일 것이다.

버스가 일산 신도시로 진입하면 나는 차가 달리며 넘겨주는 교통 표지판 읽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옛날 거기군. 거기가 이렇게 변했군. 혼자 중얼거리며 십오 년 전 풍경들을 불러 아파트 숲과 쇼핑센터를 밀어내고 그 위치에 원위치 시켜보며, 세월놀이에 빠져들었다. 머릿속 기억이란 리모컨이 자꾸 재방송만 틀어 나는 아예 눈을 감기도 했다.

 

아따, 저 기러기들 이리 뚝 떨어졌으면 좋겠는디.”

다 떨어지면 불도 꺼지고 우리도 파묻혀요.”

별 할 일도 없는 우리들이 모여 목련나무 아래 지펴놓은 모닥불을 쬐고 있을 때 아직 이사를 떠나지 않은 박 목수 형이 자리에 끼어들며 한마디 던졌고 우리들 중 하나가 맞장구를 쳤다.

어젯밤, 정전되었을 때 형님 뭐 했어요.”

술 한잔하고 잤제. 깡쐬주.”

박 목수 형은 자기 혼자 좋은 안주에 술을 먹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에 힘을 주며, 정말 안주 없이 술을 마셨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려는 듯, 지금이라도 안주를 먹고 싶다는 듯, 까마득 높이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올려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형님, 산짐승보고 그러시면 죄받아요. 더군다나 기러기들, 쟤네들도 우리들처럼 철따라 떠돌아다니는 집 없는 애들인데…….”

 

일산 마두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십여 명의 친구들이 모여 같이 살았다. 경의선 열차가 매시간 있고 신촌 가는 직행버스도 있어 교통편이 좋고 보증금 없이 방을 얻을 수 있어 모인 친구들이었다. , 소설, 희곡, 시나리오, 만화 줄거리 등 친구들이 공부하는 분야는 다양했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습작생이었고 주머니 사정이 형편없다는 거였다. 며칠 서울 인력시장에 나가 막일한 품값으로 쌀 팔고 막걸리 마시고 책 사 보고 타자기 먹 테이프도 갈며 열정과 좌절의 날들을 보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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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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